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서로 부딪치는 사랑, 동시에 얽혀 있는 무수한 사랑들. 어느 사랑이 이루어지면 다른 사랑은 날개를 접어야만 할 때도 있다. 그 모순 속에서도 사랑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눈물 흘리더라도 다시 손 붙잡고 밤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건 무슨 마음인지. 무사하기를. 당신들도 나도, 같이."


2004년 출간된 이래 14년간 독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언제까지나 내 책장에 있을 책”, “나의 연인과 같은 책” 등 찬사를 받으며 

수많은 명대사 명장면을 탄생시킨 이 이야기는, 

연애소설의 공식과 한계를 뛰어넘어 평생 함께할 친구 같은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30대 초중반, 

사랑의 부질없음을 경험하고 사랑에 대한 설렘조차 접으려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사랑해보기로 한 이들을 조금 느리게 그려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는 적당히 외로워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포기해야 만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우리를 위로해주는 이야기와 문장들. 

많은 독자들이 자신만의 손 글씨로 수백 번, 수천 번 되뇌며 간직해온 문장들을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 작품에 대한 일정한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솔은 라디오 방송 <노래 실은 꽃마차>의 작가입니다. 시집을 낸 적도 있는 이건이 담당 피디가 된다는 말에 사사건건 원고에 트집을 잡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건 피디와의 첫 미팅, 그는 진솔이 다이어리에 써놓은 글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올해의 목표 ‘연연하지 말자’  

어디에 연연하지 말잔 거예요?”



‘인생’이라는 말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건의 말이 걸려 원고를 못 쓴 채 결국 잠이 든 진솔. <꽃마차> 팀은 돌발노래방을 열어 펑크를 모면합니다. 비로소 여유를 찾은 진솔은 어두운 밤거리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난 종점이란 말이 좋아요. 그냥 맘 편한 느낌. 막차 버스에서 졸아도 안심이 되고, 맘 놓고 있어도 정류장 놓칠 걱정 없이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다는… 그런 느낌요.”



건은 진솔이 원고를 마치기를 밤늦도록 기다렸다가 함께 산책하자고 합니다. 마포대교를 걸으면서 건은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오래되고 빛바랜 감정들을 진솔에게 털어놓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진솔이 자기 일기장 같다며. 밤 산책을 끝내고 잠을 청하는 진솔에게 건이 문자를 보냅니다. 


"Dear Diary

잘 자요. 좋은 꿈꾸고."


건의 굿나이트 인사. 진솔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스르르 잠이 듭니다. 평소 가위에 잘 눌리던 그녀였는데. 오랜만에 깊은 단잠이 진솔에게 찾아옵니다. 편안한 꿈결같이. 



진솔이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올해의 목표, 밤에 창경궁 구경 가기’를 이루기 위해 폐관 시각이 지난 창경궁에 몰래 남은 진솔과 건. 진솔이 하고 싶었던 일을 같이 해주고 싶었다며 건은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말합니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건의 순간의 진심에 깊이 상처받은 진솔은 <꽃마차>를 그만둡니다. <꽃마차>의 애청자인 건의 할아버지가 진솔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두 사람은 볕이 좋은 남산을 산책합니다. 남산 길을 내려오면서 노인은 가슴에 담아둔 말을 꺼내고, 사심 없이 따스한 말에 진솔은 울컥합니다.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눔이 못 갖고 있는 부분을 보태줘서리 쓴다… 이렇게 말이디.”



서울을 떠나 홀로 남양주로 이사 간 진솔. 집으로 찾아온 건을 또다시 밀어낸 진솔은 건이 떠난 길을 쫓아 그에게 달려갑니다. 떠나지 못하고 마을 어귀 인적 없는 밤길에 차를 세워둔 채 서 있는 건. 진솔은 건에게 한 발자국 다가서고 그런 진솔을 건은 꽉 껴안으며 말합니다.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 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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