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바다처럼 영구히 움직이는 기계의 화신이죠. 바다는 예쁘다고 쓰다듬지 않잖아요. 그런데 고양이는 쓰다듬죠. 왜? 이유라고는 고양이가 그렇게 하라고 놔둔다는 것뿐이죠.”
_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 (박현주 옮김, 시공사)

 

드디어 우리에게도 퍼스트 캣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찡찡이의 청와대 입주를 기념하여 전국의 고양이 덕후를 위한 추천 도서를 소개합니다.

두루두루 사랑 받고 있지만, 고양이는 특히 예술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뮤지컬인 ‘캣츠’(Cats)는 T. S. 엘리엇의 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죠. (시공주니어에서 어린이 독자를 위해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 로 국내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또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60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 예찬을 줄줄이 남겨 놓았으며, 나쓰메 소세키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본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쓰기도 했습니다.  
 

 

외에도 찰스 디킨스, 존 케이지,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등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의 기록을 듬뿍 전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에서도 니키 에츠코의 일본 추리소설 『고양이는 알고 있다』가 출간되었고, 스릴러 소설의 대가 도나토 카리시의 신작 『안개 속 소녀 와 남씨의 신작 그림 에세이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눈에 띄네요. 독일에서 건너온 『고양이 철학자 루푸스』도 2013년 번역 출간되었는데, 무려 고양이를 역사, 철학, 인류학 등으로 무장한 철학자로 격상시킨 내용입니다.

 

 

 

 

 

 

 

 

 

 

 

 

 

 

 

 고양이, 고독과 슬픔을 어루만지는 동물 
  ―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 

 

 그렇다면 미국 문단의 그 위대한 아웃사이더 작가, 술과 도박에 탐닉한 계관시인, 찰스 부코스키가 바라보는 고양이는 어떨까요? 부코스키가 쓰고 박현주가 옮긴 『고양이에 대하여On Cat』 정말로 고양이에 대한, 오직 고양이를 위한 문학적 기록입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애묘(愛猫)인들의 서재엔 없어서는 안 될 한 권의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애묘인들은 이 책을 읽는 걸 삼가도록 하십시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안달이 날 테니깐 말입니다. 우리들은 그저 지금처럼 걔네들을 모시고 사는 집사들을 부러워하며, 고양이 영상들에나 매일 밤 탐닉하도록 합시다.

부코스키가 바라보는 고양이들은 역시 자신의 고독과 슬픔, 신산한 삶을 반추하는 하나의 훌륭한 문학적 메타포가 됩니다. 고양이가 곧 상처받은 부코스키입니다. 이게 여타 ‘고양이 문학’들과 갖는 차별점입니다.

부코스키는 그냥 별반 꾸밈도 없이 자신의 상처받은 영혼을 고양이에게 기댑니다. 자신의 운명보다 더 괴팍한 운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내는’ 고양이들에게 위로를 받습니다. 그리곤 자신이 키우는 9마리 고양이들을 예찬합니다. 부코스키에게 고양이는 니체의 현신입니다. “삶이 힘들었다고? 좋아. 그럼 다시 한 번 살아보겠네. 영원히, 다시, 또다시.”

또 부코스키에게 고양이는 쇼펜하우어입니다.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곧 악이니까. “얘는 쇼펜하우어를 읽은 적은 없지만, 그를 속속들이 파먹을걸.”

찰스 부코스키는 시공사가 지난해 여름 테마 에세이 삼부작을 낸 후 다시 한 번 화려한 조명을 받았습니다. 『고양이에 대하여』와 함께 『글쓰기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가 삼부작을 이루고 있죠. 사실 미국과 유럽 독자들을 열광케 했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선 뒤늦은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코스키의 문체에 한 번 빠지면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부코스키의 독자들은 이미 다 압니다. 물론, “애쓰지 마라[Don’t Try]”는 그의 묘비명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그의 다양한 글들을 선별해 묶은 테마 에세이는 찰스 부코스키에 입문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획입니다. 읽지 않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작가, 자신이 인간으로선 개차반이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작가입니다. 정말 개차반이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저는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 돈을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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