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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1 : 476~1000 - 야만인,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의 시대 ㅣ 움베르토 에코의 중세 컬렉션 1
움베르토 에코 기획, 김효정 외 옮김, 차용구 외 감수 / 시공사 / 2015년 7월
평점 :
움베르토 에코 기획의 <중세>는 묵직한 볼륨감으로 인해 이벤트를 통한 서평이나 리뷰를 받기 어려워, 이 책을 관심가지고 살펴 볼 수 있는 작가, 철학자, 독자 이렇게 3명에게 리뷰를 요청하여, 리뷰를 올려드리고자 합니다. 그 두번째는 남성들이 열광하는 모 사이트에서 도서 소개를 재미있게 올려주시는 30대 남성의 리뷰 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책 선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사진이 함께한 리뷰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세는 암흑의 시기가 아니다_ 움베르토 에코"
중세(中世, the Middle Ages)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이미지는 언제나 부정적이고 어두운 이미지 뿐입니다. 흑사병과 마녀사냥, 부패한 카톨릭과 억압적인 사회, 연금술의 현혹과 여자에 대한 차별, 엄격주의자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대학살이 끊임없이 자행된 시대…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알려진 중세 시대. 그러나 최신의 역사학계 연구와 해석에 따르면 결코 그렇게 어두운 시대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들 대부분이 그 시대에 비로소 완성 되었으며 오늘날 유럽이라고 일컬어지는 세계관, 여러 제도와 발명품들… 이를테면 신용장과 수표, 은행, 병원 제도 등이 바로 중세 시대에 이룩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중세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위해 < 장미의 이름으로 > 소설을쓴 소설가이자 철학자이며 사상가인 세계적인 석학, 움베르트 에코가 펜을 들었습니다.

이 책은 대분류 안의 소주제별로 각기 다른 학자들이 자신이 맡은 분야의 글을 집필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명망 있는 수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하여 심도있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전체적 깊이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꼭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볼 필요가 없다
내용이 소주제별로 나뉘었지만 또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상호보완을 하면서전체적인 내용을 완성해가는 방식의 편집입니다. 덕분에 이 책이 근 천 페이지를 넘보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라 하더라도 꼭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볼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생깁니다. 보고 싶은 주제, 보고 싶은 이슈 단위로 두고두고 보노라면 그렇게 얻은 지식들이 서로간의 보완을 이루어 내어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게 됩니다. 게다가 그 주제 하나하나가 전문 학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으로서는 자세히 알기 어려웠던 것들이 많아 중세에 흥미를 갖고 있던 분으로서는 굉장히 즐겁게 읽을 내용들이 많습니다.
중세 시대 문화와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통한 접근은 새로운 해석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이를테면 기존의 역사관으로는 그저 물욕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한 신비주의로만 취급, 폄하되던 연금술에 대해서도 < 이론적이며 실천적인 학문 > 이란 개념선에서 접근하고 그러한 연금술이 어떤 사상적 기반 하에서 나름의 이론 체계를 확립하게 되었는가까지를 편견없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지나치게 기존의 역사관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무리한 재해석의 시도는 철저히 거르고 있어 보는 이에게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입니다.아울러 그러한 한 시대의 시도가 유럽은 물론 이웃한 아랍의 금속학과 광물학, 철학 및 실험을 중심으로 한 연구 문화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서도 여러 꼭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러한 < 넓은 > 시선은 그 주제 하나하나마다의 깊이와 함께 중세라는 시대를 우리가 보다 본격적이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역사, 철학, 건축 및 시각예술 그리고 음악까지
중세에 대한 접근은 항상 역사 또는 철학, 건축 및 시각예술, 기술적 접근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음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대분류 하나를 통째로 할애하고 있습니다.특히 중세의 음악과 현대의 음악의 확연한 차이점-근대의 음악이 감정의 표현에 중점을 둔다면 중세의 음악은 종교, 과학 및 수학적 접근에 그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 등-과 중세 시대의 음악적 발전 양상 등은 시대에 따른 단순한 변화를 넘어서서, 거대한 역사의 한 장이 넘어가는 것이 사회와 사람들의 의식에 얼마나 큰 차이를 갖게 하는가를 새삼 느끼게 합니다.

출처=위키피디아
# 중세, 후대의 폭발적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된 시기
인류 문명사에 있어서, 중세가 어두운 암흑기가 아니라 오히려 후대의 폭발적발전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된 시기라는 긍정의 해석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중세를 그저 부정적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무엇보다 흑사병의 창궐과 종교에 대한 과도한 몰입으로 사회의 발전 속도가 더뎌진 시기였음에도 그 안에서 꽃피워 낸 많은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보며 근현대의 여러 분야가 그 < 중세 >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아울러 한 사람이 무언가에 대하여 오랜 기간 쌓아온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고 객관적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가를 감안하면 중세에 대한 오해를 벗고 그 시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한 이 책의 완성도와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8만원이라는 거금이 오히려 책의 가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또 기획자 그 본인이 세계적인 석학이면서, 수백 명의 집필자들과 함께 만든 이 중세에 대한 완벽한 컬렉션을 보며 이번 1권 이후의 2,3,4 권도 얼른 빨리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무조건 소장하고 싶은, 책상 책꽂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싶은 그런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