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와이 쇼이치로 저 / 임희선 역
출간일 2009년 3월 9일 / 쪽수 296쪽 / 값 13,000원
<책내용>
‘문학의 모나리자’ ‘연극의 스핑크스’
수수께끼로 가득 찬 『햄릿』을 벗겨내다!
수수께끼는 풀리는 게 좋을까, 미지의 존재로 남아 있는 게 좋을까?
알쏭달쏭 알 수 없는 모나리자 미소의 수수께끼, 고대 이집트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등 끊임없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상 중에 문학은 어떤 의미일까? 수수께끼에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즉 여러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실타래를 풀어가듯 하나하나 벗겨가는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딱 떨어지는 공식이 성립하는 수학, 과학도 아니고, 첨단기술을 동원해 그 밑그림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미술작품도 아닌 문학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아니, 풀릴 수 있을까?
300여 년 전에 창작된 『햄릿』은 지금까지 수많은 비평가에 의해 분석되고 의미를 부여받아 왔다. 『햄릿』비평에서 널리 알려지고 주된 특징인, 주인공(햄릿)의 우유부단한 성격(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자에 대한 복수를 망설이고 주저함)에 대한 해석은 비평가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다. 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해석한 프로이트를 비롯하여, 햄릿이 사색적이기만 할 뿐 성격의 담대성이 없었다는 성격적 무능설, 삶에 대한 비판의식이 너무나 예리해 행동이 미처 따르지 못했다는 비관론, 복수를 부도덕이라고 치부하여 고민에 빠졌다는 양심설, 행동하지 못하는 인텔리들을 가리키고 있다는 등 해석이 매우 다양하다. 어쨌든 공통점은 햄릿이 나약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햄릿』의 유명한 대사 가운데 하나인 ‘To be, or not to be’는 여러 의미로 번역되어 왔다. ‘사느냐 죽느냐’ ‘삶이냐 죽음이냐’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대로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이대로 살까, 죽어 없어질까’ ‘있음이냐 없음이냐’ 등 이 말이 가진 뜻에 대해서는 논의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외에도 ‘곤자고 살인극’을 연극으로 공연해 달라고 부탁한 햄릿이 그 직후에 한 제3독백에서 “그래, 연극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왕비는 독백으로 오필리어가 익사하는 모습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왕비는 그 상황을 목격하지 않았다는 것, 햄릿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처음에는 ‘두 달’ 전이라고 했다가 그보다 더 짧다고 말하더니 다시 ‘한 달도 채 못 되어’ ‘겨우 한 달 만에’로 바뀌어 버린다는 점, 제3막에서 오필리어의 말을 믿는다면 적어도 제3막 시점에서는 벌써 4개월이라는 시간이 경과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두 시간’이라는 시간을 오필리어가 ‘넉 달’이라고 고쳐주었는데도 여전히 ‘돌아가신 지 두 달’이라고 말한다는 점 등 구조상 오류라고 평가받는 부분도 많다.
이렇듯 『햄릿』은 작품의 구성, 등장인물의 성격 등이 불완전한 오류투성이라고 평가받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명작’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햄릿’은 정말 우유부단한 성격을 지닌 불완전한 인물일까? 수많은 사람이 얘기해 온 것처럼 정말 『햄릿』은 아버지를 죽인 숙부에 대한 복수극일까? 작품이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눈으로 분석한 이 책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제대로 풀린 적 없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과 함께 햄릿이 명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햄릿』 비평사에서 한 번도 제기된 적 없는 아주 뜻밖의 인물이 등장한다….
『햄릿』의 종래 이미지를 뒤집어버린 새로운 해석!
신을 꿈꾸었으나 인간의 한계를 깨달은 인물인 햄릿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햄릿』의 수수께끼를 풀다>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스스로와 싸우는 ‘햄릿’을 만나 보라!
<책목차>
• 일러두기
• 서문_ 『햄릿』의 수수께끼를 푸는 의미
<제1장> 햄릿은 우유부단한 철학청년인가?_ 낭만주의 해석의 오류
<제2장> 어째서 복수를 늦추는가?_ ‘TO BE, OR NOT TO BE’가 나타내는 의미
<제3장> 거울로서의 연극, 르네상스의 표상_ 기묘한 관점, 투시도법
<제4장>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란?_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관이 준 영향
<제5장> 햄릿의 ‘광기’란?_ “수녀원에 들어가라”에 담긴 뜻
<제6장> 『햄릿』 최대의 수수께끼_ 복수는 나의 것
• 후기
• 각주
<책본문>
그런데 도대체 왜 오필리어는 실성해 버리고 말았을까? 이 문제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필리어라는 인물의 성격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필리어. 그 이름의 첫 글자인 O는 영, 제로를 뜻한다. 공백의 제로. 그것은 부권제 사회에 존재하는 공백이기에 오빠나 아버지 등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채워서 오필리어의 ‘바람직한 모습’을 정해버린다. 제로는 숫자(figure=인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녀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숫자와 연결되었을 때, 그러니까 1과 연결되면 10, 2와 연결되면 20, 3과 연결되면 30이라는 식으로, 그때서야 존재의 의미가 주어진다. 이 경우에서 말하는 ‘숫자’란 독립해서 존재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러한 인물과 연결되면 그녀에게도 사회적인 존재 의미가 발생한다. 레어티즈와 연결되면 ‘여동생’, 폴로니어스와 연결되면 ‘딸’, 햄릿과 연결되면 ‘연인’이라는 식으로. 그러나 그녀가 연결되어야 할 숫자(남자)들끼리 서로 마찰이 생기거나 죽이거나 해서 의미가 성립되지 않으면 제로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바로 그때 그녀는 제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제5장> 햄릿의 ‘광기’란?
‘오필리어의 실성’ 중에서
<저자, 역자>
지은이 : 가와이 쇼이치로(河合祥一郎)
1960년생으로서 도쿄대학 영문과 졸업.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열 연구과 박사학위 취득.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 홀 석‧박사학위 취득.
현재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조교수.
전공은 영국연극(셰익스피어) 및 표상문화론.
‣ 공편저: 『셰익스피어에게로 가는 다리』(도쿄대학출판회東京大學出版會, 1998)
‣ 논문 수록: 『Hot Questrists after the English Renaissance』(New York: AMS Press, 2000), 『문학의 방법』(도쿄대학출판회東京大學出版會, 1996) 등.
‣ 번역서: 『피터 브루크 회상록』(하쿠스이샤白水社, 2000), 『그림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무대』(겐큐샤출판硏究社出版, 2000) 등.
옮긴이 : 임희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 한일과 졸업 후 일본어 강사 및 동시 통역사로 활동.
현재 엔터스코리아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
‣ 번역서: 『걸(girl)』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 『이탈리아에서 역사와 이야기는 같은 말이다』 『삼국지 100년 전쟁』 『도요토미 히데요시』(1~5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