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존중하는 삶 - 삶의 활력.자기 존중감
나사니엘 브랜든 지음, 강승규 옮김 / 학지사 / 1994년 7월
평점 :
절판


  얇은 책자이지만, 자기 존중감(self-esteem) 분야의 권위자인 브랜든 박사가 일련의 연구에서 다룬 자기 존중감 그 자체의 정의와 개념에 관해 충실하게 써 놓은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존중감이란 상호 연관성이 있는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그 하나는, 살아가며 우리가 부딪치는 현실에서 그 내용을 이루는 실상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고 능력으로 그 사실들을 판단, 선택, 결정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자신감, 곧 본인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기 신뢰이며, 이것을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부르고 있다. 경험에 근거하여 '나는 할 수 있다'고 내 안에서 차오르는 자신감을 일컫는다고 하겠다.     

  또 하나는, 내가 사람이기에 천부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인간다운 모습의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곧  자신의 생각과 바램을 편안한 마음으로 남에게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긍정과 확신이며, 이것을 자기 존경감(self-respect)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사람이므로 귀하고 가치있다'고 느껴지는 자기 긍정감을 일컫는다고 보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자기 존중감을 갖고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현실의 실상들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서 그것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 존중감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가짐과 의식의 훈련을 통해 얻게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예로 나와있는 것이, 빈번하게 부모들의 모순된 행동을 보며 당혹스러워 하고 혼란을 겪으며 자라는 가정의 아이가 그 현실에서 눈을 돌리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 우리 어머니가 모든 여성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모든 남성은 아니다. 우리 가정의 모습이 사람에게 가능한 인간 관계의 모든 가능성을 얘기하는게 아니다.'하는 생각을 갖는 태도이다.

  저자는, 이런 태도가 사람에게 눈 앞에 있는 현실의 역경들이 일시적일 순 있지만, 영구적일 순 없도록 해 주고, 또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존중감을 잃지 않게 해주는 길임을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1990년 여름 노르웨이에서 이 주제에 관해 국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세 편의 글 - 1)자기 존중감이란 무엇인가? 2)우리는 왜 그것을 필요로 하는가? 3)자기 존중감과 성취 -  과 4)자기 존중감의 원천에 관한 고찰, 5)일터에서의 자기 존중감의 힘 이란 다섯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엔 더 깊은 공부를 위한 제시가 따로 나와 있다.

(참고) 읽다가 내용이 다소 불분명하여 원서를 대조해 보고 번역을 나름대로 수정해 보았습니다. (아래 참조)

 113쪽 맨 아래:

 "내가 무엇하는 사람인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 자신의 경험을 고찰할 때 '승인할 것이냐 부정할 것이냐' 하는 (양자 택일의) 개념이 적합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Accepting what I am requires that I approach the contemplation of my own experience with an attitude that makes the concepts of approval or disapproval irrelevant.)

  127쪽 맨 위:

 "혁신가나 선도자" (innovators or visionaries) - 어떤 새로운 이론이나 기술, 기법 등이 움트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그것 자체에 흥미와 애착을 갖고 추구하는 사람을 innovator라 하며, 바로 그 다음 차례로 남보다 앞서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적용해 보는 사람들을 visionary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선 '몽상가'라기 보다는 '선도자'라는 말로 visionaries를 번역해 주는 것이 더 타당할 듯 싶습니다.

  132쪽 아래에서 세 번째 문장:

  "예측할 수 없는 어떤 변화가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야 하게끔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현재 자기가 갖고 있는 실력(현재 알고 있거나 갖고 있는 것)의 맥락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학습의 과정(계속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측면에서 생각 해야만 한다." (Any unpredictable change can force the need to learn something new and a person should think in terms of his or her own processes, not skills per se.)

  133쪽 아래에서 두 번째 문장:

  ".... 믿지 않는다면, 만약 그렇게 믿었을 때 당신이 어떻게 행동했을 것이란 것을 먼저 생각하라." (...,think about how you would act if you did believe it.)

  134쪽 맨 위와 그 다음:

  "다른(아랫) 사람에게 일을 넘겨줄 때 (권한 위임을 할 때)" (...,when delegating work,...) 

  "이미 약속된 일에 대해서는" (about what has been prom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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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2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장정 : 작은거인 등소평 범우사상신서 41
헤리슨 E. 솔즈베리 지음, 정성호 옮김 / 범우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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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장정

   처음 책을 손에 잡고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꽤 긴 기간에 걸쳐 모두 읽었다.

  저자는 에드가 스노우의 책을 읽고 처음으로 大長征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중국 여기저기에 생존해 있는 당시 참가자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모아서, 그리고 그 대장정의 길을 그대로 다시 따라가며 본인이 보고 느낀 것을 담아서, 1934~35년 그 때의 그 일을 이 책에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에서부터 고통스럽게 몰락해 간 중국에, 이 대장정이 있었기에 중국인의 의식에도 변화가 생겼고 또 그것은 수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놀라운 단결과 정신의 高揚을 가져와, 마침내 100년 만에  통일된 국가가 다시 설 수 있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나에겐 이 책을 따라가며 느껴지는 중국 특유의 힘이 무엇보다도 강하게 다가왔다.

  처음부터 잘 짜여진 조직이나 세부 이동 계획도 없이 시작되는 그들의 대장정 출발을 보며, 또 '쭌이 회의'를 거치면서 모택동이 실세의 지도자로 자리잡는 과정을 보며, 金沙江, 大渡河와 大雪山을 넘으며 사투를 벌이는 그들의 행군을 보며, 그리고 나중에 장국도와 모택동의 갈등으로 군대가 둘로 나누어지지만 다시 모이게 되고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보며, 그것을 이루어 내는 중국인 그들의 어떤 냉정하고 우직한 집념과 무서운 힘을 느끼게 된다.    

  또 이 책에선 나중에 중국 공산정권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되는 여러 인물들의 당시 모습을 참가자들의 증언을 통해 많이 만나게 된다.  

  모택동을 비롯하여, 주은래, 주덕, 임표, 팽덕회, 진의, 유소기, 유백승, 등소평, 이부춘, 섭영진, 하룡, 이선념 이런 인물들의 면면이 보인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것으론 이 대장정에 참가했던 여성들에 관한 모습들이 있다. 모의 아내 하자진, 주덕의 아내 강극청을 비롯한 여러 여성들의 고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돌아온 볼세비키 집단의 주도적 인물 박고와 코민테른 특사인 오토 브라운의 모습도 보이고, 뒤에 가선 장국도의 모습이 나온다.    

  약 8만 6,000명의 남녀 병사가 출발하여 1년 뒤 불과 4,000명이 남게 되기까지 총 25,000里의 길을 행군하는 紅軍이 그 대장정에서 보이는 군대로서의 모습도 인상깊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열악하고 극한적 상황에서도 軍紀를 유지해 나가려 애쓰는 그 모습 속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의 중국을 움직이는 그들 특유의 어떤 규율과 질서의 힘이 숨어있을 듯 싶었다.  

  범우사에서 낸 책 답게 꼼꼼한 번역에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副題로서 달려있는 '작은 거인 등소평'이란 말은 사실 이 책의 내용과는 큰 상관 관계가 없어 보인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퓰리처 상 수상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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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2 - 어둠의 시대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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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뛰어 넘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책 읽기 였다.  200년 전에 여기 서울, 그리고 양수리 근처의 그 마을, 또 저 멀리 포항 옆의 장기라는 곳과 전라남도 강진, 玆山이라 이름 지어 불렀던 섬 흑산도...  이 공간 안에 살다간 약용, 약전 두 분의 숨결이 책 읽는 내내 생생하게 따라왔다.

  수 년 전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라는 책을 통해, 학교에선 미처 배우지 못했던, '조선 시대' 사회에 형성된 왕과 사대부의 역학관계에 눈 뜰 수 있었기에,  이 책에 나오는 정약용 형제들이 겪은 세월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남인과 노론 벽파, 사도세자, 영조, 정조.....

  그리고 그 시대의 이면에 깔려 있던 西學으로서의 천주교는, 우리 조상들과 참으로 기막힌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벽, 이승훈, 이가환, 권철신 이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정약용의 셋째 형 정약종이  어떤 길을 갔는지, 천주교 103위의 성인들이 있기까지 그 앞 세대에서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험한 시대, 험한 세상을 참으로 깨끗하고 소신 있게 살다간 조상들의 면면을 대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오르기도 했다.   

  옛날에 정문기 교수가 번역해 一志社가 간행한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갖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책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 졌는지, 그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여태껏 몰랐다. 그 험난한 인생의 격랑 속에서 그런 책을 내고, 16년이나 귀양살이를 하다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정약전이란 분의 마음의 크기와,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았던 눈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역사에 단연 두드러지는 사람은 정약용이라는 인물일 수 밖에 없다. 정조라는 왕과 화답을 하기까지 하며 지근거리에서 군신 관계를 이루어가는  30대를 보낸 이 학자이며 관료였던 실천가는, 18년 동안의 귀양살이를 겪으면서 자신의 삶을 서서히 완성해 갔다.  그 결과물이 바로 一表二書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로 대표되는 저술들이었다. 그리고 57세에 유배에서 돌아와서는, 자신과 함께 그 어둡고 아픈 세월을 겪었던 사람들의 행적과 뜻을 '墓誌銘'의  형식으로 정리해 올바르게 후세에 알리려고 했던 그는 영원한 선비이며 실천가였고, 참된 사람이었다.

  특히 科擧를 통해 관료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만이 유일한 출세의 길이며 인생의 목표이던 그 시대에, 그 기회가 완전히 좌절되어버린 아들을 향해 멀리 유배지에서 편지를 통해 했던 그의 교육은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편지들을 묶어 놓은 책을 꼭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무럭무럭 일어났다.

  이 책을 통해 정약용이란 이 분의 삶을 좇다 보면 나와 우리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참으로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누구에게든 험한 세파 속에서도 아름답고 힘있는 인생을 사는 모습이 살아있다면 그것은 아마 정약용 형제들의 모습과 닮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에겐 훌륭한 조상들이 계셨고, 그 분들이 내가 딛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불과 200년 전에 살다 가셨음을, 머리 만이 아닌 온 마음과 몸으로 알고 느끼게 된 기쁜 책 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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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2006-08-2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히 다른 이야기 이지만, 조선시대 선비계급은 정말 놀고 먹는 계급이라고 할 수 있군요. 정약용만 하더라도 그 유배세월 동안 누가 먹을거리며 입을거리를 공급해주었는지 궁금하군요. 모두 노비들이 따라 붙어 다녔을 것 같은데... 그 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사람이 뼈빠지게 일하고 정작 본인은 놀고 먹으면서 책이나 읽고 글이나 쓰고... 이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약용등 선비계급의 정신적 사유의 결과물의 가치 평가는 논외로 합니다) 저는 아니라 고 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등골을 빼먹고 나온 그 저작물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재 2006-08-23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용은 강진으로 약전은 흑산도로 두 형제가 동시에 유배를 떠나면서, 나주읍 율정점 초가 주막에서 마지막 밤을 지새고 다음날 두 사람이 쓸쓸히 헤어지는 장면이 이 책에 나옵니다.
그리고, 두 번이나 국청에 선 사람을 만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세상의 차가운 인심도 엿보입니다. 실제 정약용은 강진에서 고달픈 몸 하나 누일 방도 구할 수 없어서 동문 밖 주막 노파의 동정으로 간신히 기거할 방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배지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 책에 나옵니다. 약용이 장기에서 병이 들었을 때 본가에서 약초와 책을 보내온 내용이 있으며, 약전이 자산에 있을 때 본가에서는 아들 결혼식을 치른 탓에 유배지로 보내 줄 식량도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적혀있습니다.
아울러, 약용은 그 고장 사람들을 위해서 '촌병혹치'라는 의서를 지어 약초를 달여 병을 고칠 수 있도록 했으며, 약전은 섬사람들과 격의없이 어울렸을 뿐 아니라 '복성재'라는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들이 유배지에서 민중들과 어떤 사이였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약전이 동생 약용이 해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강진에 가까운 우이도로 이주를 하기 위해 밤에 흑산도를 몰래 떠났을 때, 섬 주민들이 새벽에 그 사실을 알고 즉시 날랜 배로 우이도를 향해 정약전이 탄 배를 빼앗아 되돌아 왔을 정도로 그는 흑산도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있었다는 일화입니다.

이들의 삶을 한번 상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다듬는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oren 2006-08-2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르르 새가 날아 내 뜰 매화에 앉네
향기 사뭇 진하여 홀연히 찾아왔네
이제 여기 머물러 너의 집을 삼으렴
만발한 꽃인지라 그 열매도 많단다.

- 정다산의「매조도」중에서

Jerome님의 훌륭한 서평글 잘 읽었습니다.
마침 제가 며칠 전에 강진의 다산초당을 다녀왔던터라 님의 서평글이 더더욱 반갑군요.

다산 정약용 선생에 관한 책이나 서평글이 느닷없이 반가워지는 건,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된 이번 여름 휴가 뒤끝의 자그마한 과실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다산초당에 직접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귤동마을 산 속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대나무와 거칠게 뿌리를 드러낸 나무숲을 헤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야 만날 수 있을만큼 다소 험난한 길이더군요.

몹시도 누추하리라 짐작하고 힘겹게 올라가보니, 초당을 와당으로 꾸며놓은 모습이 깔끔한데다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집자 모각한 현판(茶山艸堂)까지 멋지게 걸려있어 찾는 이들에게는 다소 예상밖이라는 느낌도 던져주더군요.

유배생활의 안식처답게 다소 옹색하게 자리잡은 터전은 다산초당을 비롯, 동암, 서암, 다산4경(정석, 약천, 다조, 연지석가산)등으로 강직하고도 간결한 멋을 지니고 있더군요.

다산초당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곳은「천일각」이라는 곳이더군요. 흑산도로 유배간 둘째형(정약전)을 그리며 심회를 달래던 곳이라고 하며, 수십리에 달하는 강진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일품이더군요, 날씨가 좋으면 멀리 완도쪽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고도 합니다. 천일각에서의 전망은 퇴계 선생이 학문을 탐구하던 도산서원 앞마당에서의 까마득할 정도로 훤히 트인 전망과 너무나 흡사하게 닮아 있더군요.

oren 2006-08-2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로 덧붙이자면, 올 여름 휴가의 당초 목표는 보길도였었습니다. 아이들이 잠시 해외에 나가있는 기회를 틈타 모처럼 아내와 둘이서 머나먼 곳까지 떠나보자는 계획이었죠. 그저 땅끝을 벗어나 저너머 한적한 섬으로 건너가서, 그저 유유자적하면서 해수욕이나 즐기고, 고산의 세연정이나 둘러보고, 섬 끝의 일몰에나 풍덩 빠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랬던 당초의 계획은 유홍준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초반부를 차지하고 있는 강진·해남(1),(2),(3),(4)에 의해 여러갈래 길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수천리길에 걸치는 유적과 인물에 대한 답사길이 되고 말더군요.

4박5일의 비교적 짧은 일정이었지만 되돌아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여행길이었네요.

* 여행지(답사지/지취를 남긴 인물)

서울 → 목포(이난영, 김지하, 남농 허건) → 영암(도갑사/도선국사) → 해남(대흥사·표충사/서산대사, 일지암/초의선사, 허준, 김지하) → 보길도(윤선도, 송시열글씨) → 완도(장보고) → 강진(정약용, 김영랑) → 보성/벌교 → 낙안(임경업) → 구례(화엄사, 천은사) → 함양 → 서울

mizuaki 2007-03-11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겐 훌륭한 조상들이 계셨고, 그 분들이 내가 딛고 있는 이 땅 위에서, 불과 200년 전에 살다 가셨음을, 머리 만이 아닌 온 마음과 몸으로 알고 느끼게 된 기쁜 책 읽기였다"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좋은 서평이라고 고개 끄덕이며 읽다가 이 마지막 문장에서 뭔가가 목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전 이 책 읽으면서 반대파를 발본색원해서 다 죽여버리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 집단적 증오가 끔찍했고, 고문과 테러로 얼룩진 시대의 야만에 치를 떨었거든요.
붕당 정치에는 단점이 있지만 장점도 많았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며 조선 후기의 근대성을 찬양한 기만적인 국사 교육의 목표가 바로 "훌륭한 조상들"을 강조하며 "훌륭한 국가"에 충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나 의심하면서,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잔인성을 바로 인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운 반론을 제기해 봅니다. 제 느낌엔 아무래도 훌륭한 인물보다는 비열한 인물이 훨씬 많이 나오는 책이었던 것 같아서요. ^^;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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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일은 그것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다"고 누군가 말해던 기억이 있다. 외부에서 영입해 온 루 거스너가 있었기에 IBM은 현재의 모습으로 건재하고 있으며, 그를 CEO로 뽑아 회사가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데 세계적 대표기업으로서 IBM의 저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론, 제1부 '파악'과 제3부 '문화'에 나와있는 거스너의 눈에 비친 기존 IBM의 모습들에 대한 인상들이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실제 변화를 이끌어 낸 내용이 담겨있는 제2부 '전략'과, 9년동안 CEO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담아놓은 제4부 '교훈'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거스너는 핵심을 찌르는데, 예를 들면, "그들은 당신이 기대(respect)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점검(inspect)하는 일을 중시한다" 라든가, "권력의 지렛대 방향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예산을 누가 관리하는가, 직원들의 급료 인상과 보너스 지급을 누가 결재 하는가, 가격 결정과 투자에 관한 최종 결정을 누가 내리는가를 의미했다"라는 것들이다. 우리가 조직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운 일들 뒤에 도사리고 있는 원인을, 그 처방과 함께 단순 명쾌하게 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IBM 글로벌 사업 모델을 바꾸어 놓은 전략의 상세한 내용과 그 수립 과정이 책 곳곳에 잘 담겨져 있다. 그 가운데 한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네트워크 위에 상호 연결되고, 표준이 확립된 세계가 뿌리 내린다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가장 취약해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디지털 장비 부품들이 하나의 회사가 장악한 구성 체계의 부속물일 수 만은 없는 것이다"고 한 그의 예측이다. IT 시장의 흐름과 그것에 영향 받을 수 밖에 없는 MicroSoft사에 대한 언급이라 그 추이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도 루 거스너와 같은 소신과 역량있는 CEO가 더 나오고, 또 그것을 가능케하는 저력있는 기업 문화 풍토가 더욱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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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루이스 V. 거스너 Jr. 지음, 이무열 옮김 / 북앳북스 / 2003년 1월
구판절판


그들은 기반 사업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여섯 가지의 중요한 사항들, 즉 조직이 매일같이 몰두해야 하는 대여섯 가지 일 그리고 자원의 양을 측정하고 조정하며 필요한 곳에 재분배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다. ...... 즉, 시장의 어느 부문을 회사가 공략할 것인지, 회사가 확보해야 할 정확한 시장 점유율은 얼마인지, 비용은 어느 정도에서 관리돼야 하는지, 어떤 자원을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지 등이 상세히 기술돼야 한다. -276쪽

경영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아마도 기대와 점검을 혼동하는 일일 것이다. ...... 그러나, 사람들은 당신이 기대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이 지시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경영자들은 번번이 놓치고 있다.-282쪽

따라서, 리더가 조직의 초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하면 기존의 '영주'가 갖고 있던 권력을 새로운 영주에게 주어야 한다. "얘들아, 사이좋게 놀아라"는 훈계가 놀이터에서는 종종 통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303쪽

...... 너무나 많은 경영자들이 '비전'을 '전략'과 동일시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비전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마치 베이브 루스가 외야 펜스를 가리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20년동안 얼마나 많은 베이브 루스들이 방망이로 외야 펜스를 가리켰는가? 다음 순간 홈런을 친 사람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 좋은 전략은 엄청난 분량의 양적 분석에서 시작한다.-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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