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거짓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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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모든 감정의 끝에 이르면 거기에는 슬픔이 있는 것이다.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최후로 닿을 수 있는 감정의 경계에 부딪쳐 얻는 고통이 바로 슬픔이다. 너머에는 아마 무한의 세계, 그러니까 허무가 존재할 것이다.' 

살면서 어느 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 내가 지금 온 힘을 다해 붙잡고 지내는 이 생활이 진짜인지, 아니면 의식의 밑바닥에 뭍혀있을 저 기억들을 불러내어 다시 마주하는 것이 진짜 삶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소설에선, '진실이란 대개 추악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밀이나 거짓말은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수단이다.'라고 나온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아팠고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힘들었다.  

소설과 비슷한 시대 배경에서 자라며, 내가 보고 겪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라 나도 모르게 힘들었다. 채 풀지 못한 채 아직 안고 사는 일들이 떠올라선 읽는 내내 마음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행복한 책 읽기의 시간이기도 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내 안에도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던 갖은 유소년 때의 기억을 되살려 준 작가의 묘사에 감탄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역시 '성장이란,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자각하는 것'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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