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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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머나먼 이국에서 한없이 긴 전파가 너울거리며 무주 골짜기로 흘러들어오는 광경을 떠올리는 대목이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너울거리며 미지의 곳을 향해 날아가는 전파. 밤마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다이얼을 돌릴 때마다 잡음 사이로 스치는 낯선 목소리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그 목소리를 듣는 밤. 그것을 둘러싼 어둠에 휩싸인 무주읍 북쪽 지역의 촌락..... 외로웠으므로, 밤하늘을 떠다니는 수 많은 얘기들처럼 누군가에게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한 사람.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다.  

인간이 이 세상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은 사랑 때문이라는 것. 증오나 분노와 달리 사랑이 가리키는 것은 저마다 달랐다는 것.....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는 까닭은 그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그게 바로 신의 뜻이었다는 누군가의 말. 

우리는 지나간 뒤에야 삶에서 일어난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게 알게 되며, 그 의미를 알게 된 뒤에는 돌이키는 게 이미 늦었다는 말. 그건 결국 늦게 배달되는 편지, 산 뒤에 표에 적힌 출발시간을 보고나서야 그 기차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차표 같은 것이란 것.   

앞으로도 수많은 일이 일어날테고, 그중에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할텐데, 그럼에도 인간이란 종은 백팔십 번 웃은 뒤에야 한 번 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말. 

인생이 이다지도 짧은 건 우리가 항상 세상에 없는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모든 이의 삶 속에 담겨있을 어떤 간절함이 느껴졌다. 모두가 스치고 지나갈 타인이겠지만, 그 내면에 담겨있을 각자의 외로움과, 아픔과, 사랑이 버무려진, 저마다 사연 속의 어떤 간절함 같은 것..... 이것이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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