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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훗날 느티나무 1
조창인 / 밝은세상 / 1998년 5월
평점 :
품절
조창인의 두번째 작품인 먼훗날 느티나무. 나는 조창인이 남녀간의 그저그런 사랑이야기는 쓰지 않는 줄 알았다가, 우연히 학교 도서실에서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조창인의 가시고기에 처음으로 빠져들어서 그의 이름을 접하게 되고, 두번째로 같은 반 아이가 들고 있는 등대지기를 보며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가시고기는 아빠의 사랑, 등대지기는 엄마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먼훗날 느티나무가 흔한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다니... 역시 옛날에 써 놓은 책이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지고지순한 옛날식 사랑법. 요즘 같이 흔하게 나오는 성적 내용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직 고지식한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조금은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 동안 해리포터를 읽느라 판타지 세계에 푹 빠져 있던 내게, 조창인이라는 이름 석자는 다시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한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치는 한 남자. 아이들에게 슬쩍 얘기했더니, 완전히 영화 같은 얘기란다. 사실이 그렇다. 그러니 픽션이고, 거짓이 하나도 섞여 있지 않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을지도 모른다. 여자들은 모두다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지니고 산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언젠가 왕자가 와서 나를 구해 줄지도 모른다는 덧없는 상상.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불어 넣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그런 여자중의 하나인지라, 책 속에 나오는 여자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도 난다. 그런 남자가 어디에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로 프랑스로 가서 용병 생활을 하다가 여자가 부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명예로운 캐피 블랑 생활을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 오다니... 게다가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다니...
절대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지금 같은 시대에는... 그런 남자도 없을 뿐더러 여자들도 그런 것은 기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런 글도 있구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