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토요일, 전일제날이었다. 다래끼때문에 삼일동안 눈이 부어 있는 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앞날 안과에 가서 쨌는데 비명을 지를만큼 아팠다ㅠㅠ). ... 날씨도 너무 좋고 수업 부담도 없는 날... 기분이 자연스레 좋아졌다.

아홉시까지 학교를 오면 됐는데 도착했을 때가 7시 50분이었다. 교무실에 앉아 있으니 새록 새록 옥숙이에 대한 걱정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옥숙이가 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무단결석이라는 게 걸리긴 했지만 '학교가 나오기 싫었나보다'하고 이래저래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옥숙이가 학교를 왔을 때 '나오기 싫어도 노력하자, 선생님은 니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선생님과 함께 즐거우면 좋겠다. 학교 안에서 재미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다독거렸었다. 근데 이제는 이런 다독거림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이 되고, 혹시나 옥숙이가 사고를 치고 올까봐, 그것이 너무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분명 지금쯤은 집에서 자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을 누르고 어머님께는 인사도 않고 들어갔다. 어차피 어머니는 나를 보시지도 않을 것같아서... 방 구석에서 옥숙이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려 웅크리고 있었다. 옥숙이는 학생아니냐며 빨리 일어나라고 다그쳤다. 마지못해 일어나면서 기분나쁘다는 듯 욕실로 쫓아갔다. 그 집에 내가 서 있는 것은 정말 어색했다. 학교를 오지 않아 선생님이 아이찾으러 왔는데 어머니는 마치 옥숙이와 내가 그 공간에 없다는 듯  옷장에서 옷을 느릿느릿 꺼내시며 남동생 둘을 학교보낼 준비를 하신다. 옥숙이가 교복입고 나오기를 밖에서 기다렸다.

옥숙이와 학교까지 걸어갔다. 내가 앞장 서서 걸었고 앞만 보고 갔지만 뒤에서 지어진 옥숙이 그림자에 줄곧 신경이 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교무실에 옥숙이를 앉혀 놓고 무엇을 했냐고, 누구를 만났냐고 다그쳤다. 난 만화그리기 반인데 강사분이 오시기때문에 내가 특별히 할 일은 없었으므로 옥숙이를 상담실로 데려 가서 마구 다그쳤다.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무 효과도 없는 것같고 옥숙이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같아 이제는 강하게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 다른 선생님들이 하는 것처럼 그렇게 했다. 그렇게 하면 좀 효과있을까해서.. 거의 세시간 동안 아이를 앉혀놓고 다그치다가, 무엇을 했는지 적게 하고, 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강요하다시피 이야기하고, 옥숙이가 후에 하고 싶은 것을 적게하고, 마지막으로 달래는 말 몇마디를 덧붙인 뒤 교무실로 데리고 와서 바늘과 실을 주며 교복치마 주름을 박게 했다. 그리고는 교실로 올려보냈다. 마치고 교무실에 옥숙이가 왔길래 손을 붙잡고 '월요일에 볼 수 있지? 선생님이 이러는게 너를 위해서라는 거 알겠니?'라고 다시 한번 당부를 했다. 옥숙이를 보내고 난 후 사실 난 오늘 교사로서 무엇인가를 한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내 행동은 정답이 아니었던 것같다. 정말 권위적이었던 것같다. 옥숙이를 위하는 것이 아닌 교사인 나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옥숙이의 모든 사정을 다 알면서 옥숙이가 무엇을 슬퍼할 지, 무엇을 고민할 지 진심으로 느끼고 걱정하지 않았던 것같아 부끄럽다.  어쩌면 옥숙이는 오늘 이후로 나를 담임 그 이상도 이하로도 보지 않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털어놓을 상대가 아니라고 마음을 닫아버리지나 않았을까 걱정이다.  

나도 조금씩 변하나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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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숙이가 오늘 학교를 오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있고 ... 사고결이다.  한동안 복장이나 태도가 그리 성실하지 못해서 그렇지 학교에는 잘 나왔었는데 오늘 또 연락없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저녁 엄궁중에 국어선생님들과 모임을 가진 후 옥숙이 집을 찾아갔다. 아파트 복도에 들어섰을 때 옥숙이 집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막상 불빛과 사람 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담담해 지면서 조금 비장(?)해졌다. 드디어 어머니를 만난다는 생각에...

벨을 누르니 복도로 난 유리창으로 초등학생 아이가 대답을 하고 문을 열어준다. 문이 열리고 드러난 집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처럼 좁았다. 옥숙이 어머니... 옥숙이가 참 예쁘게 생겼기 때문에 난 옥숙이 어머니도 가녀린 모습의 미인일 거라고 상상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생김새는 조금 닮은 듯도 했지만 생각보다는 선이 굵은 얼굴이었다.

근데 어머니는 돌아앉으셔서 나랑 눈을 마주치시지 않으셨다. 앉으라는 말씀도 없이 그러고 계시는데 얼마나 무안하고 당황스러운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정방문하면 어머니들께서는 어쩔 줄 몰라하시며 그래도 선생님을 대접해주실려고 하시는데... 내가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왜 이러시냐고 물으니 아이는 조금 미안한 듯이 어머니가 부끄러우셔서 그런신다고 했다. 내가 어머니에게 '저좀 봐주세요'하며  무릎을 톡톡 두드리니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약간 돌려 잠시 눈을 마주치신 후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신다. 어머니는 들으시지 못하기때문에 어머니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옥숙이의 초등학생인 두 남동생들을 보며 이야기해야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내 말을 전해주었다. 어머니는 속상한 듯한 얼굴로 계속 아이들만 쳐다보고 계셔서 나는 우습게도 옥숙이 어린 남동생들을 보며 옥숙이에 대해 하소연하듯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십분정도 앉아 있다가 더이상 대화가 될 것같지 않아 그냥 나왔다. 그 집을 나서는데 정말 기분이 묘했다. 옥숙이가 내일을 학교를 나올까?.... 또 나온다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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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생활심사를 했다.  뒤 게시판은 토요일에 대충 해놓았는데 앞 게시판은 오늘 부랴부랴 해넣었다. 공부, 과제하느라 바쁜 아이들을 붙잡고 다 해놓으라고 할 수가 없어서 수업 비는 시간에 교실과 교무실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는 청소시간 30분동안 정말 열심히 청소했다. 피곤해서 몸살이 날 것같다. 작년이나 이번해나 ... 해마다 이래야하나? 잘했든 못했든 생활심사가 끝나고 난 지금 너무 홀가분하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1학년은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더 난감한 건 나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학교에 아홉시까지 남아서 했었는데 아이들은 그저 내 옆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웃고 그것만으로 족했었다.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난 후 교무실에 학부모님이 와계셨다. 벌써 삼일째 아프다고 결석하고 있는 영은이 어머님이셨다. 매번 전화 상으로 아이가 학교갈 수 없다고 말씀하시기가 미안하셨었는지 오늘은 직접 얼굴을 보러 오셨다고 한다. 영은이가 원래 몸이 좀 약하기는 하지만 위염 증세가 약간 있을 뿐인데 번번히 학교를 잘 빠진다. 신경성인 듯도 하고 조금 마음이 여려 나약한 듯도 하고... 어머님이 오신 김에 어머님을 따라 영은이집에 갔다. 안그래도 지금 어쩌고 있는지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67번 버스를 타고 엄궁을 지나 하단 근처였다. 조그마한 빌라... 문을 열자 조그마한 영은이가 나타났다. 생각보다는 괜찮아보였다. 내일은 학교를 갈 것이라고 했다. 꼭 오라고 선생님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 니 짝지가 많이 외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영은이집을 나와 67번 버스를 타고 나온 김에 옥숙이집에도 가보기로 했다. 혹시나 옥숙이가 집에 있다면 내가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옥숙이가 집에 없다면 내가 갑자기 불쑥 찾아온 것에 어머님이 좀 놀라실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옥숙이 없이 어머님이랑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옥숙이 어머님은 청각장애자이시다.  옥숙이가 말해 준 건물들을 찾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파트이긴 하지만 많이 낡았고 아파트 호수들이 좁은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 평수가 무척 좁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옥숙이 집이 가까워오면서 조금 긴장되었다. 어머님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처음 대면하면 옥숙이 담임이라는 것을 어떻게 말씀드리지? 종이에 써서 보여드려야 할까? 옥숙이가 내가 온 것을 싫어하면 어쩌지? 드디어 4층 409호.. 옥숙이집... 복도로 난 유리창이 깨져 있고 노란 테잎이 발려져있었다.  불이 꺼진 듯하여 아무도 없나보다고 생각하다 가만히 보니 유리창에 텔레비젼 불빛이 비췄다. 불을 끄고 텔레비젼을 보고 계신가? 벨을 누르니 안에서 강아지가 마구 짓는데 사람 기척은 없다. 어머님께서 벨소리를 듣지 못하신 것일까? 벨을 세번쯤 누른 후 더이상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냥 발길을 돌렸다. 비록 옥숙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옥숙이가 대충 어떤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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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다려 주고 좋게 이야기 하면 듣지 않는 것일까? 나는 기회를 주는 것인데, 그 아이는 본인 마음대로 , 대충 눈치를 보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같다.

정말 내 말이 씨도 안먹히는 것같다.

오늘은 그 아이집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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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자율 학습시간에 산발적으로 돌아다니고 떠들던 아이들.... 오늘은 모두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이제 조금씩 정돈되어 가는 것인가?.... 아무튼 조금이지만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내 자신이 아이들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외고, 아이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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