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활심사를 했다.  뒤 게시판은 토요일에 대충 해놓았는데 앞 게시판은 오늘 부랴부랴 해넣었다. 공부, 과제하느라 바쁜 아이들을 붙잡고 다 해놓으라고 할 수가 없어서 수업 비는 시간에 교실과 교무실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는 청소시간 30분동안 정말 열심히 청소했다. 피곤해서 몸살이 날 것같다. 작년이나 이번해나 ... 해마다 이래야하나? 잘했든 못했든 생활심사가 끝나고 난 지금 너무 홀가분하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1학년은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더 난감한 건 나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학교에 아홉시까지 남아서 했었는데 아이들은 그저 내 옆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웃고 그것만으로 족했었다.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난 후 교무실에 학부모님이 와계셨다. 벌써 삼일째 아프다고 결석하고 있는 영은이 어머님이셨다. 매번 전화 상으로 아이가 학교갈 수 없다고 말씀하시기가 미안하셨었는지 오늘은 직접 얼굴을 보러 오셨다고 한다. 영은이가 원래 몸이 좀 약하기는 하지만 위염 증세가 약간 있을 뿐인데 번번히 학교를 잘 빠진다. 신경성인 듯도 하고 조금 마음이 여려 나약한 듯도 하고... 어머님이 오신 김에 어머님을 따라 영은이집에 갔다. 안그래도 지금 어쩌고 있는지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67번 버스를 타고 엄궁을 지나 하단 근처였다. 조그마한 빌라... 문을 열자 조그마한 영은이가 나타났다. 생각보다는 괜찮아보였다. 내일은 학교를 갈 것이라고 했다. 꼭 오라고 선생님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고 , 니 짝지가 많이 외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영은이집을 나와 67번 버스를 타고 나온 김에 옥숙이집에도 가보기로 했다. 혹시나 옥숙이가 집에 있다면 내가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고,  옥숙이가 집에 없다면 내가 갑자기 불쑥 찾아온 것에 어머님이 좀 놀라실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옥숙이 없이 어머님이랑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옥숙이 어머님은 청각장애자이시다.  옥숙이가 말해 준 건물들을 찾아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파트이긴 하지만 많이 낡았고 아파트 호수들이 좁은 간격으로 배열되어 있는 것이 평수가 무척 좁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옥숙이 집이 가까워오면서 조금 긴장되었다. 어머님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처음 대면하면 옥숙이 담임이라는 것을 어떻게 말씀드리지? 종이에 써서 보여드려야 할까? 옥숙이가 내가 온 것을 싫어하면 어쩌지? 드디어 4층 409호.. 옥숙이집... 복도로 난 유리창이 깨져 있고 노란 테잎이 발려져있었다.  불이 꺼진 듯하여 아무도 없나보다고 생각하다 가만히 보니 유리창에 텔레비젼 불빛이 비췄다. 불을 끄고 텔레비젼을 보고 계신가? 벨을 누르니 안에서 강아지가 마구 짓는데 사람 기척은 없다. 어머님께서 벨소리를 듣지 못하신 것일까? 벨을 세번쯤 누른 후 더이상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냥 발길을 돌렸다. 비록 옥숙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옥숙이가 대충 어떤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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