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숙이가 오늘 학교를 오지 않았다. 전화기도 꺼져있고 ... 사고결이다. 한동안 복장이나 태도가 그리 성실하지 못해서 그렇지 학교에는 잘 나왔었는데 오늘 또 연락없이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저녁 엄궁중에 국어선생님들과 모임을 가진 후 옥숙이 집을 찾아갔다. 아파트 복도에 들어섰을 때 옥숙이 집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가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는데 막상 불빛과 사람 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담담해 지면서 조금 비장(?)해졌다. 드디어 어머니를 만난다는 생각에...
벨을 누르니 복도로 난 유리창으로 초등학생 아이가 대답을 하고 문을 열어준다. 문이 열리고 드러난 집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처럼 좁았다. 옥숙이 어머니... 옥숙이가 참 예쁘게 생겼기 때문에 난 옥숙이 어머니도 가녀린 모습의 미인일 거라고 상상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생김새는 조금 닮은 듯도 했지만 생각보다는 선이 굵은 얼굴이었다.
근데 어머니는 돌아앉으셔서 나랑 눈을 마주치시지 않으셨다. 앉으라는 말씀도 없이 그러고 계시는데 얼마나 무안하고 당황스러운지... 정말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정방문하면 어머니들께서는 어쩔 줄 몰라하시며 그래도 선생님을 대접해주실려고 하시는데... 내가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왜 이러시냐고 물으니 아이는 조금 미안한 듯이 어머니가 부끄러우셔서 그런신다고 했다. 내가 어머니에게 '저좀 봐주세요'하며 무릎을 톡톡 두드리니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약간 돌려 잠시 눈을 마주치신 후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신다. 어머니는 들으시지 못하기때문에 어머니를 보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옥숙이의 초등학생인 두 남동생들을 보며 이야기해야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내 말을 전해주었다. 어머니는 속상한 듯한 얼굴로 계속 아이들만 쳐다보고 계셔서 나는 우습게도 옥숙이 어린 남동생들을 보며 옥숙이에 대해 하소연하듯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십분정도 앉아 있다가 더이상 대화가 될 것같지 않아 그냥 나왔다. 그 집을 나서는데 정말 기분이 묘했다. 옥숙이가 내일을 학교를 나올까?.... 또 나온다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