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왠지 시원한 계곡이 이 절을 휘감아 돌아나갈 것같은 나의 예감을 저버리지 않은 절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끝나는 곳에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줄기가 어우러진 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절 주위의 서늘하리만큼 울창한 수풀림에 마음에 깨끗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절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개의 문을 거쳐야하는데 그 사이사이에 나무로 만든 여러 동자승과 나한들이 긴 세월만큼 무거운 먼지를 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 절에 들어올 자격이 되는 사람인지 마음을 뚫어보고 있음이리라.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시냇물 사이에 놓여진 나무다리...  나무를 적당히 잘라 반을 쪼개어 놓은 듯한,  다듬거나 예쁘게 꾸미지 않았으나  오랜시간 사람들 발길에 의해 다듬어진듯한 나무다리...  요즘 산이나 계곡에 가면 자연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은 붉고 파란 쇠다리가 흉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서인지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쌍계사는 건물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이랑 멋지게 어우러져 아름다웠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그 절을 찾아가는 가로수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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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녀온 절들... 다시 잊어 버리기 전에 간단히 느낀 점을 적어 놓아야겠다.  우선 사천의 백천사 먼저..

사천 '백천사'는 '목와불'  즉 나무로 만든 누워있는 부처님이 유명했다. 얼마전 책에서 봤었던 것이 기억 났는데 그때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특이한 부처상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나에겐 단지 나무에 금칠을 잔뜩해 놓은 눈요깃거리 그 이상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웠다. 천만원이 넘는다는 금가사를 하고 너무나 편안히 모로 누워있는 부처...  두툽하고 새빨간 입술에, 얼굴은 왠지 욕심이 많아 보이기까지 했다. 부처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옛날 동화 속의 탐욕스러운 왕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런말까지 해도 되나... 왠지 조잡하게 만들어진 ... ) 이 '와불'을 보니  온 비바람을 감내하며 소박하지만 숭고하게 누워있는 운주사의 와불이 문득 그리웠다. 

그리고 이 절 마당 맞은편에  배가 불룩 튀어나오고 눈이 보이지 않게 웃고 있는 불상이 약수대 위에 있었다. 이런 불상을 '포대사'라고 한다는데...  나에겐  왜 그리 능글맞아 보이는지...  어떤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마도 동남아시아쪽의 불교를 많이 흉내내거나 , 그쪽 계통인 것같다고. '포대사'도 그 쪽에 많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목와불' 몸 속에 들어갈 때도 돈을 되도록이면 내고 들어가라시는 보살님께서 서 계셨지만 절 군데군데 불상이 세워진 곳이면 어김없이 돈통이 놓여져있고 지키시는 분이 계셨다. 그리고는 꼭 지나가는 우리에게 참배하고 가라고 하시는데...  난 그 순간 시장통의 호객행위가 떠올랐다. 그러한 모습이 너무 많이 보여서 마치 돈 벌 욕심으로 절을 세워놓은 것같아 나 혼자 실망스러워 했었다.

아무튼 백천사는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많았다. 나름대로 유명한 절인데 나 혼자 탐탁치 않아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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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은?

에너지가 넘친다. 장난을 치고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 게임이나 경기에는 사생결단 낼 듯이 덤빈다. 공부는 꼴찌라도 체육대회 때는 휩쓸었다. 해양훈련 가서 반별로 카타말란이란 배를 탔는데 그냥 노젖는 게 밍숭맹숭해서 물싸움을 시켰더니... '다 덤벼~' 우리반 거의 해적 수준이었다.  ^_^

가끔 그런 모습들을 보면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곤욕일까싶다. 그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이벤트를 자주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자기들 딴에는 의리가 있다. 원래 그 나이 또래들이 우정에 울고 웃긴 하지만. 옥숙이가 사회봉사 가면서 영어 수행평가를 못 내고 갔는데 영어선생님께(우리반 부담임이신데 아이들이 무척 따른다. 나보다도ㅠ.ㅠ) 한 아이가 가서 옥숙이 수행평가라며 과제물을 내더란다. '진짜 옥숙이가 한거 맞나?' 물어보시니 그 아이 멋있게 '씩'웃으며 가더란다. 영어선생님말씀으로는 옥숙이 필체도 아니더라는데... (어차피 옥숙이는 그때 내도 기본점수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부는 꼴찌다. 문제는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분위기가 아직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 공부를 꼭 잘해야만 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중3이 되다보니 신경이 무척 쓰인다. 아이들이 노는 분위기가 되어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연말에 원서 쓸 때 마음 아플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 엄한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이 공부만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싶당...

내일이면 방학이다. 한 학기가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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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송이 장미... 반갑고 기쁘기보다, 부담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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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울고 싶어요..."

오늘 저녁에 들어온 문자이다. 발신번호에는 전화번호가 아닌 숫자들이 가득 써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싶진 않았나보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학생인 것같은데 우리반 아이일까? 아님 작년 반아이일까?

아이들 얼굴들이 스쳐지나간다.

순간 힘들 때 나를 떠올려 주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어린 아이가 무엇때문에 울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는걸까? 궁금했다.

전화번호가 아니어서 답이 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 숫자로 '왜 그러냐'고 물었다.

어쩌면 장난으로 보낸 문자일지도, 어쩌면 그리 심각하지 않은 일에 속상해 문자를 보냈을지도 모르지만  그 아이가 어쨌든 오늘 밤을 편히 보내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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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4-07-1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번호가 아니어서 답이 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 숫자로 '왜 그러냐'고 물었다, 는 부분이 뭉클해요. 아마 이런 분인줄 알기 때문에 그 아이가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을 거에요. 첨 뵙죠, 저는 오즈마라고 한답니다. 살금살금 왔다 돌아갈 것을, 그만 왈칵거리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인사 드리고 갑니다. 또 올게요, 꾸벅. (그 아이, 이젠 그만 울었으면 좋겠네요..)

병아리교사 2004-07-1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제 서재에 새로운 분이 들어오시다니... 신기하네요^^
반갑습니다. 제가 좀 게을러서 서재에 꾸준히 글을 올리지 못하는데 가끔 들러주세요^^
오늘 행복하게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