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왠지 시원한 계곡이 이 절을 휘감아 돌아나갈 것같은 나의 예감을 저버리지 않은 절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끝나는 곳에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줄기가 어우러진 절이 모습을 드러냈다. 절 주위의 서늘하리만큼 울창한 수풀림에 마음에 깨끗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절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개의 문을 거쳐야하는데 그 사이사이에 나무로 만든 여러 동자승과 나한들이 긴 세월만큼 무거운 먼지를 이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 절에 들어올 자격이 되는 사람인지 마음을 뚫어보고 있음이리라.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시냇물 사이에 놓여진 나무다리... 나무를 적당히 잘라 반을 쪼개어 놓은 듯한, 다듬거나 예쁘게 꾸미지 않았으나 오랜시간 사람들 발길에 의해 다듬어진듯한 나무다리... 요즘 산이나 계곡에 가면 자연이랑 전혀 어울리지 않은 붉고 파란 쇠다리가 흉물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서인지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쌍계사는 건물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이랑 멋지게 어우러져 아름다웠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그 절을 찾아가는 가로수길을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