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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 -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간 낙타 카라반의 12,000킬로미터 대장정
아리프 아쉬츠 지음, 김문호 옮김 / 일빛 / 2008년 8월
평점 :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우리를 실은 버스는 드디어 타클라마칸 사막(Takla Makan Desert:면적 37만㎢, 타클라마칸은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이라는 의미) 가장자리에 있는 기름진 계곡으로 들어섰다. 석양이 지자 지상의 모든 것들이 마치 붉은 모래에 묻혀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이란에서 산 팔레스타인 숄로 머리를 칭칭 감싸고 버스의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풍경을 보기 위해 눈만 겨우 내놓은 상태였다. 바로 그때 갑자기 카슈가르 강가에서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는 모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강은 카라코람 산맥(Karakoram Mountains)에서 발원하여 계곡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모닥불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피 모자를 쓰고 있었다(중략)
버스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내 눈은 내내 버스 차창 밖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지쳐버린 카라반에 대한 짤막한 잔영뿐이다. 모닥불에서 타오르는 불꽃들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는 굳은 표정의 카라반들은 마치 갈색 화강암으로 깎아놓은 조각상들 같았다. 그들은 무언가 요리를 하는 듯 보였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연기에 검게 그을린 커다란 찻주전자. 아, 차(茶)구나!……느릿느릿 되새김질을 하고 있는 거대한 몸집의 털이 긴 낙타들은 마치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와 거기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카라반의 상인들은 거친 양털 가죽으로 몸을 감싸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손을 녹이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아득한 옛날 2천여 년 전에 기록해 놓은 사진이자 그림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유물을 보는 것만 같았다. 옛날 우리의 카라반들도 그렇게 불을 피워 몸을 녹였으리라.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14쪽~15쪽
이 책에서 제일 멋진 부분인 실크로드 횡단을 결심하게 된 계기
저는 실크로드와 사막을 정말로 좋아해요. 사막을 걷는 대상인 집단에 대한 동경이 깊고, 그것은 어쩌면 전공을 선택하는데 모르는 사이 작용했을지도 몰라요.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바로 집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일거예요.
선조들의 실크로드 횡단 위업에 존경을 담아 낙타를 타고 실크로드의 길을 따라 걸으며 쓴 횡단기.
이렇게 적으면 이 책이 얼마나 낭만적으로 느껴지겠어요? 그런 기대를 꺾어서 죄송하지만 이 책은 실크로드 여행기로는 실격.
일 단 이 사람들이 횡단을 실시한 것은 1996년으로, 이것은 20세기 첫 공식적인 실크로드 횡단이었어요. 그렇게 된 것은 우선 중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가 폐쇄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어서 외국인이 입국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오랜 동안 실크로드의 중요한 길목을 이루는 타타르 국가들(키르키즈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이 소련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것이 소련연방의 해체 후 1995년 독립하였고, 이것을 기회로 저자인 아리프 아쉬츠는 원정을 계획하게 된 겁니다.
이 원정이 너무나 역사적이어서, 쉴레이만 데미렐 터키 대통령은 양피지에 아름다운 친필 편지를 적었고, 원정의 시작지인 시안에서 이 양피지를 장쩌민 국가주석에게 전달했답니다. 장쩌민 국가주석 역시 원정대에게 답장과, 당 시대의 곤룡포를 선물로 들려보내기까지 했지요. 그러니까 제목은 마지막 카라반이지만 현대적인 실크로드 순례단의 첫번재 카라반예요.
모든 것을 처음으로 실행했던 이 친구들은 너무나 고생을 많이 해서 실크로드에 대한 아름다움은 하나도 적질 못했어요. 세관을 통과할 때마다 세관원들이 꼬장꼬장하게 굴었던 이야기, 낙타가 죽은 이야기,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준 각 지역 토착민들 이야기. 그게 다예요. 실크로드 여행기를 이렇게 밋밋하게 재미없게 쓸 수 있다니 굉장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나중에 이름 끝에 탄자 들어가는 나라를 지나갈 때는 하도 혹평을 해놔서 읽다가 남의 나라에서 왜 이렇게 불평 불만이 많아! 하고 투덜투덜 해버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