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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한 시간만 그 방에
내 안의 비에른을 생각해 보다
그 방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일까? 소설을 모두 읽은 나조차 그 방의 실체에 대해 궁금하다. 진실로 존재할 수 있는 방인지, 비에른만 허용되는 진실된 공간인지, 그에게만 특별히 허용되는 미지의 공간인지. 이는 철저한 작가의 의도이다. 그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우리 독자들에게 불러 일으킨다. 도데체 그 방은 무엇이란 말이야?
우리의 주인공 비에른은 무언가 남다르다. 아니 그 주변 사람들 모두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 알 수 없다. 비에른이 정상인 듯 하면서도 무언가 남다른 그의 모습이 비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비에른의 시각으로 바라본 다른 사람들은 비정상인 듯 하지만 정말 평범한 정상인 사람들로 보인다.
이렇듯 소설은 처음 순간부터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사실 이게 바로 우리의 인생사가 아닐까 싶다. 그 누가 정답인지 그 누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중요할까 싶다. 그저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 자신이 주인공인데 내 자신이 비정상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무엇인가. 정상으로 가기 위해 가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소설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그 방은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있다. 비에른은 이 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고 평안하다. 업무 처리도 완벽하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러나 한 가지 모두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실 하나는 바로 비에른이 그 방에 들어가는 일이다.
비에른은 그 방에 들어가서 그저 시간을 보내고 온다. 허나 그 시간 다른 사람의 눈에 비에른은 그저 벽을 바라본채 멍하게 서있다. 비에른을 불러도 건드려도 미동도 없이 멍하게 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비에른의 모습에 동료들은 못마땅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여긴다. 비에른은 그저 그 방에 가는 것인데 그 한 가지의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소설을 읽은 뒤 생각에 잠겼다. 내 안의 비에른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 자신이 온전이 비에른이라 할 수 없고 내 주변의 그 누구도 비에른과 같은 모습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앞으로도 만날 것이다. 그 중 비에른과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틀리고 다르며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 말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의 주장,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 그 모습이 나에게도 존재할 수 있고 지금 그러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우리들에게 던지는 요나스 칼손의 메세지가 결코 가볍지 않게 심오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방. 나는 생각했다. 한 시간만 그 방에 가 있어야겠다. (p71)
당신은 지금 초기 단계인 것 같습니다. (p126)
당신은 참 유별난 사람이군요, 비에른. 나는 당신이 그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다는 게 기쁩니다. 그런 거라면 지각할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요? (p166)
여러분은 저를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저에게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혼자 맞서는 것밖에는 (p.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