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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일기 - 1등을 우대하지 않고 꼴찌를 차별하지 않는 '세계 최고 복지국가'의 빛과 그림자
나승위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8년 1월
평점 :
스웨덴 일기
나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조인트 벤쳐 형태의 기업으로 스웨덴의 에릭슨과 한국의 엘지의 합작 회사다. 통신장비 업계에서 정통이 깊은 에릭슨은 전 세계에 R&D 연구소를 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지만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많은 인원들을 감축시키고 변화로 모색하지만 통신장비 업계의 흐름에 선두를 되찾기가 쉬워 보이진 않는다.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지내면서 스웨덴의 문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조인트 벤쳐의 형태이지만 지분의 70%를 에릭슨이 가지고 있기에 에릭슨의 결정에 따라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성이 스웨덴 문화의 방향성과 같다. 우리 나라와 스웨덴의 문화와 배경이 다르기에 선뜻 이해하기 힘든 정책들이 우리에게 소개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많은 직원들이 방황했지만 스웨덴의 문화를 점차적으로 이해하면서 우리도 그 방향에 맞춰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며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부분들도 역시 존재한다. 그러한 근본적인 이유와 문화적 차이를 이 책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라곰과 피카 문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8시간의 근무 시간을 칼같이 지키며 피카 문화를 중시한다. 가정과 개인을 중시한다. 최고보다는 라곰이다. 우리 회사에서 스웨덴식 사고 방식을 우리에게 전하면서 약간의 혼선도 있었다. 지금도 그 혼선의 중심에 있지만 우리는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 한국만의 문화가 존재하며 그들의 장점을 따오는 방식으로 독특한 우리 회사만의 문화가 생성되었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스웨덴 사람들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정책들을 우리에게 강요하는지.
에릭슨도 방황했다. 그들의 라곰문화와 피카를 지켜가다가는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으리라. 최고보다는 적당함을 바라보는 라곰 문화, 일하면서 자주 즐기는 티타임 시간인 피카. 여기에 플렉서블 타임제도가 더해졌다. 7시 출근에 4시 출근이 가능하며 8시간 근무를 지키면 된다. 플렉서블 문화가 우리 회사에 처음 소개될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 제도를 적극 사용하지 않았다. 다들 눈치보느라 쓰지 않았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협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서로 큰 간섭이 없다. 티타임은 자주 갖고 즐기되 회의 시간만 지키면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스웨덴의 문화에서 나왔다. 지금은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우리 회사도 스웨덴의 문화를 잘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교적 사고 방식이 팽배한 한국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기에 한국적 문화를 모조리 무시할 수는 없다. 참 독특한 회사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럼에도 플렉서블 제도는 잘 지켜지는 편이다.
스웨덴에서는 퇴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어 얼마든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이 책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에릭슨은 인원 감축의 잣대를 우리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문화적 제대로 차이가 있음에도 처음에 그들을 우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스웨덴은 자신들이 최고이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조금 부족한 편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적음은 비슷하기에 욕할 부분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절충안들이 마련되어 진행되었지만 문화의 차이는 언제나 오해를 가져온다.
가족의 형태가 사라진 스웨덴의 가족
꼭 결혼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그들의 문화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동거를 하며 아이를 갖고 이혼도 자유롭다. 사실 결혼을 했을 때 이혼이며 동거 중에 헤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국의 유고적 사고 방식이 나에게도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실 동거나 결혼이나 같이 사는 것은 동일하며 서류를 통해 등록이 되어 있느냐의 유무의 차이만 있다. 각자의 삶에서 행복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한국도 점차 변화하고 있고 어쩌면 그 종착점이 스웨덴의 현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이다.
외로움, 고독이라는 부작용
사회적인 뒷받침이 최고다. 학생때부터 혼자사는 법을 배우고 터득한다. 독립해 혼자 살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한 뒷받침이 아닌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원한다. 40년 일하면 노년이 되어 연금을 받아 부족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며 기나긴 휴가들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을 잘 누리며 살아가면 좋지만 개인, 혼자 살아가는 법을 일찍부터 알게 되고 부족함이 없다보니 고독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스웨덴의 어두운 단면이다. 스웨덴 사람들도 모두 알고 있다. 이러한 어두운 단면이 스웨덴에 존재하고 있음을. 하지만 그들을 걱정하지 않는다. 100점짜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구든 스웨덴을 부러워하고 따라가고자 하는데 이러한 부작용쯤은 감수할만 하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한국이 스웨덴을 모티브 삼아 따라가고자 한다면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임은 명백하다. 보편 복지를 실현하고자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부작용이 상당하며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정책 아래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렇다고 스웨덴에서 하는 것을을 모두 따라하다간 사회는 큰 혼란을 겪는다. 장점은 받아 들이고 한국 실정에 맞는 좋은 제도들을 실현해 모두에게 이로운 미래상을 펼쳐가길 바래본다.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명확하다. 스웨덴의 정책들은 모두 행복이란 단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도 이를 꼭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