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평점 :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문학과 심리학의 하모니를 담다
그저 흔한 에세이 책이겠구나 생각했다. 부담없이 가볍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늘 괜찮다고 말하는 내 자신에게 어울릴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이 싸그리 짓밟혔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에세이였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졌다. 늘 괜찮다고 말하는 내 자신은 이 책을 읽고 내면의 자아를 조심스레 꺼내 보았다.
"작가 정여울의 내공은 상당하다".
심리학과 고전문학, 이 둘의 연결고리가 쉽사리 상상되지 않는다. 심리학이면 심리학이고, 고전문학이면 고전문학이지 이 둘을 함께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에세이집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심리학 책을 나름 읽어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아직도 한참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전문학은 아직 나에게 미지의 세계다. 그러한 고전문학의 세계에 큰 관심을 갖게하는 신비로운 책이다. 그 연결고리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작가 정여울의 내공이 만만치가 않다.
"상처의 진원지를 찾아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상처를 반복한다. 이별로 상처를 받았지만 이내 곧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재생'이란 심리적 퇴행이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은밀한 기쁨의 재생. 아이를 따끔하게 혼내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 혹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의 모습은 대부분 과거 자신의 상처에서 비롯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은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크건 작건 상처가 있으며 진원지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많을거다.
알츠하이머는 완치될 수 없지만 트라우마는 치유될 수 있다. 우리가 자신의 상처와 진정으로 대면할 수만 있다면. 깜찍한 연기를 해서라도, 한방 복수극을 해서라도 내 안의 상처를 소중하게 보살필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p100)
"아들러 심리학의 재발견"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 아들러를 만났고 이해하기 쉬운 아들러 심리학의 접근 방식에 나름 우쭐했다. "그래 나도 아들러 심리학 책 하나 읽었으니 아들러를 좀 아는 셈이군." 작가 정여울은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은 '협력'이라고 말한다. 아, 이게 무슨 말인가. 이해가 될 듯 하면서도 미움받을 용기에 그런 말이 나왔나 싶다. 그저 아들러 심리학과 관련된 책 한 권 읽었다고 아들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다시 봐야 겠다. 더 봐야 겠다. 작가 정여울이 내린 정의를 기억한채로. 함께 소개된 "인간 실격"이란 작품도 궁금해졌다. 사회 생활을 기피하는 소셜포비아의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자전적 성격이 강한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조가 겪는 고통도 바로 '가족'과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에서 비롯된다. 요조에게는 '실패해도 괜찮아. 넌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소중한 존재야!'라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p195)
"문학과 심리학의 하모니"
정여울 작가는 문학과 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꿰메고 보살폈다. 그리고 '오래전 상처 입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입양하는 시간'을 보낸 경험을 한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자신의 상처와 대면할 수 있게 되었다. 엄마와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 안에서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 내면 아이를 정여울은 보듬고 행복의 여유를 가져왔다. 이러한 경험을 독자도 하기 바란다는 작가 정여울. 그녀가 우리에게 건네는 불굴의 에너지를 건네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