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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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책들이 최근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오베라는 남자> <폴리팩트 부인 시리즈>등 각자의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노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중에서 다른 소설과 다른 <아서 페퍼>만의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주인공 아서에게 내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는 있는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평범한 노인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책의 주인공들은 평범하지 않다. 상황이 그러하거나 성격이나 하는 일이 평범함을 벗어난다. 하지만 아서는 지극히 평범하다. 옆 집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며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결국 상대방이 아닌 나를 알아가는 것이며,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우리의 사랑은 완벽할 수 있음을 아서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p431)

69세의 아서는 1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단절한 채 평범하게 묵묵하게 살아 간다. 그러나 아내의 물건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아내의 옷장을 정리하던 중 낯선 물건들을 발견한다. 코끼리, 호랑이, 꽃, 팔레트, 책, 골무, 반지, 하트가 달린 참 팔찌다. 아내 미리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처음보는 팔찌들이다. 그 중 코끼리 팔찌에서 낯선 번호를 발견하게 되고 아서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게 된다.

참에 얽힌 이야기 하나하나를 찾아가는 행적이 흥미롭다. 누군가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행과 반전까지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어 책을 읽는 과정에 지루함이 없었다. 과정 안에서 점차 변화해가는 아서의 모습에 응원을 하게 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생, 사랑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등... 인생에서 명쾌하게 답을 내리기 어렵고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했던 주제들이기에 쉽지 않음도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를 뒤돌아 보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해주는 이러한 소설이야 말로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나의 모습과 닮아 있는 아서의 예순아홉인생이 실제 나의 예순아홉인생과는 좀 더 낫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대체 어디로 나아가란 말인가, 젠장! 그의 나이는 예순아홉이었다. 대학에 다니거나 휴학 중인 10대 청년이 아니란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라니. 그는 터덜터덜 침실로 들어서며 한숨을 내쉬었다. (p17)

책을 읽고 난 뒤 책의 서두에서 나왔던 이 구절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예순아홉의 나이가 어쩌면 삶의 막바지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그 마지막이 결코 마지막이 아닐 수 있으며 미래를 다시금 꿈꿀 수 있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의 잘못된 스스로의 모습을 전환점으로 갖기에 예순아홉이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아서는 게가 있던 자리를 보았다. 어쩌면 나도 이 웅덩이에 갇혀 있었던 건지 몰라. 그가 생각했다. 비록 두려운 미지의 세계일지라도, 나도 바다로 나아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말라 죽어 버릴 테니까.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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