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 자서전 - 직딩들이여, 개미굴에서 안녕하신가?
구달 지음, 임진아 그림 / 토네이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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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개미 자서전


당신이 직딩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로 향하는 기차 안, 분홍색 표지의 <일개미 자서전>을 꺼냈다. 주말 출근을 할 뻔 했던 어제를 뒤로 한 채 전주로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하지만은 않다. 회사 생활을 나름 즐기면서 복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개미 신분을 벗어던지기 힘든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이런 나에게 위로라 해야할지 공감이라 해야할지 이 책이 나에게 무심한 듯 손을 내민다.



잘 쓰여진 책, 대작, 훌륭한 책 이란 수식이 붙어 있는 책들을 과연 어떠한 책들일까. 각자의 평가 기준에 훌륭하다 생각하는 책 앞에 붙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평론가들이 대작이라 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그 기준이 참 애매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대작이라 할 수 있을까? 직딩인 나에게 공감의 위로를 해주는 이 책은 대작이라 할 수는 없을지라도 휼륭한 책, 잘 쓰여진 책이라 감히 부르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울컥했음은 직딩의 힘든 마음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2015년 독립 출판물로 세상에 나왔던 <일개미 자서전>이 2017년 새로운 버전으로 나왔다. 여러 직장을 다니며 쌓아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 "구달"로 활동 중이다. 형식에 얽메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는 그녀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러 직장을 다니며 참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내가 참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노라고 스스로 위안이 되기도 했다. 내가 직딩이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마음이 잘 맞는 동료는 일개미의 아편이다. 이 죽일 놈의 회사를 다닐 만한 곳으로 둔갑시키니까. 또는 그럭저럭 다닐 만했던 회사를 일분일초도 견딜 수 없는 곳으로 전락시키니까. (p121)


회사는 일을 해서 돈을 번다고 하지만 회사를 버티는 원동력은 결국 동료다. 마음 맞는 동료를 만난다는 것도 행운이며 복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 맞는 동료가 회사를 떠난다면 그만큼 회사 생활이 힘들어 진다. 누군가에게 좋은 동료가 되고자 하지만 회사를 떠나는 동시에 중독 증세를 선사하게 되니 어찌 이리 아이러니 한가.



주말마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하루 온종일 뒹구는 건 내가 유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주중에 회사에서 배터지게 먹어 치운 무를 소화하느라 그렇다는 얘기다. (p.145)


참 재치있다. 이 문구만 봤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가 할 것이다. 쿠기 그룹과 맛 없는 무 그룹이 있다. 주어진 음식을 먹은 후 수학 문제 풀이를 했을 때 쿠기 그룹이 더 잘 해냈다는 실험이 있다. 맛 없는 무를 먹느라 집중력을 다 소진한 그룹이 문제 풀이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그렇다. 주중 열심히 무를 씹어대느라 주말에는 방 안에서 뒹굴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의 노고가 느껴진다.


"우리 모두 회사원이 되자. 

그러나 와이셔츠 안에는 불가능한 꿈을 새기자." (p215)


이 에서이 한 권이 직장에 대해 내 인생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했다. 재미난 에피소드들로 묶인 구달의 일개미 자서전은 우리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미래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직장이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 현재의 긍정적 돈벌이 수단, 나의 욕망을 펼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장소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가 허다하다. 그저 돈을 위해 다닐 수 밖에 없는 곳, 쭈구리가 되는 장소, 나의 꿈을 짓밟히는 곳, 자유가 박탈되는 곳.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우리는 힘겹게 회사에 취직했지만 직딩으로의 삶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우리 가슴 안에 불가능을 꿈꾼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한 줄기의 희망은 바로 그 불가능이다. 이 불가능을 그저 불가능으로 놔 둘지, 가능성으로 나아가게 펼쳐낼지는 개인의 몫이다. 멜랑꼴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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