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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평점 :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세지"
이사카 코타로 지음
작가 이사카 코타로는 추리, 미스테리 분야의 책들을 주로 펴낸 일본 작가다. 이번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색채를 맛볼 수 있었고, 묘한 그만의 방식이 나를 매료시켰다. 특별한 세계관이 담긴 그만의 소설 세계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현실 생활 및 현실의 정치에도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선사했다.
표지가 참 재미나다. 검은 슈트를 입은 사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정 알맹이, 이발소 회전간판, 화성을 연상시키는 배경이 소설을 궁금하게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검은 슈트를 입은 정의의 남자는 영화 배트맨 혹은 브이포벤데타를 연상시킨다.
"원래부터 흙색에 가까운 나방과 검은색에 가까운 나방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어. 옛날에는 벽 색깔이 흙색에 가까우니까 섬은색 나방은 새의 눈에 띄어 쉽게 잡아먹혔지. 점점 벽이 더러워지자 이번에는 흙색 나방이 더 눈에 띄어 잘 잡아먹히게 된거야. 그것만 보면 나방은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고 볼 수 없어."(p204)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현대이지만 사회는 매우 부조리한 특수한 사회다. '평화경찰'제도를 통해 공권력이 남용되는 사회. 이 사회는 사회에 위험이 될만한 인물을 색출해 단두대에서 처형한다. 삼권분립이 확실한 우리 사회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특수한 사회의 모습이다. 평화경찰은 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제보를 통해 얻고, 그 인물에 대한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고문과 반 강제적 신문을 통해 진술을 받는다. 고문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단두대 행이다. 조사부터 처형까지 평화경찰의 결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경찰의 힘이 막강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찰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조리한 현상에 맞선 정의의 사도가 나타난다. 바로 검은 슈트의 사나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기를 사용하며, 목검을 휘두르는 수수께끼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평화경찰은 이 사나이를 찾아내고자 고군분투한다. 검은 슈트의 사나이는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들 앞에 나타나 처벌하고 응징하며 홀연히 사라진다. 그 과정이 재미있고 사나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과 사람들의 행동들,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까지 그 정체를 소설이 끝나는 시점까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아주 절묘하게 정의와 부조리의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이러한 사회의 구조에 의문점을 품고 있는 평화경찰, 그럼에도 정의의 사도를 찾아야 하는 평화경찰, 사회의 부조리를 알고 있지만 두려워 침묵하는 이들, 부조리한 모습에 행동하는 검은 슈트 사나이. 사람들의 심리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이러한 사회의 모습이 우리 사회가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 많은 제도와 법이 존재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처럼 모든 법이 옳다고 말할 수 없고, 필요에 의한 악법이 존재할 수 있다. 그 법이 일부 사람들의 욕심에 의한 법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러한 부조리에 순응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현실에 순응할 것인가, 맞서 싸울 것인가. 그 희망의 불씨가 되어 줄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책의 3분의 2 지점부터 검은 슈트 사나이의 정체가 드러나고 클라이 막스를 향해 내달린다. 슈트의 사나이를 찾아가는 평화경찰의 시각보다는 그 이후 검은 슈트 사나이의 시각에서의 사건들이 숨 쉴틈 없이 지나갔다. 책을 끝까지 읽고서 개운하지 않았다. 이 책이 던지는 메세지가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시개미는 말이야, 여왕개미가 일본왕개미의 집에 들어가 그곳의 여왕개미를 죽여. 그러면 일본왕개미의 일개미들이 가시개미의 여왕개미를 자기네 여왕개미로 착각하고 열심히 모신다고. 가시개미의 유충과 알을 기르는 거지. 그러다가 일본왕개미들은 수명을 다해 죽고 어느새 가시개미들은 성채가 되지." (p.480)
가시개미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사회에서 가시개미, 여왕개미, 일본 왕개미, 일개미들은 각각 어떤 사람들과 매칭시킬 수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나는 그저 하나의 일개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참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우리는 생각이 좀 달라져야 한다. 그저 일개미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그 일개미들이 가시개미를 무찌를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