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하우스프라우
"고독에 몸부림치는 안나의 타락"
하우스프라우는 독일어로 <가정 주부>, <기혼 여성>을 뜻한다. 하우스프라우의 주인공 안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그녀는 시인이자 소설가다. 시인이기에 소설의 표현들이 매우 시적이며 중의적인 표현들이 많다. 문장 하나하나 그 깊은 뜻은 곱씹을수록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유럽의 스위스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안나는 미국인 여성으로 스위스에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스위스는 독일어를 주로 사용하기에 이미 아이가 셋일 지라도 영어가 익숙한 안나에게 아직도 낯선 나라다. 안나는 독일어 수업에 참여하기로 한다. 정신과 상담을 진행하는 메설리 박사의 추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독일어 수업이 안나를 쾌락의 소용돌이로 빠지게 할 줄을 안나 스스로도 몰랐다.
단연 성적 표현이 두드러진다. 파격적이고 구체적이며 대담한 표현들이 가득하다. 안나의 불륜이라는 소재가 빛을 발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성적 표현과 더불어 주목받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섬세한 심리 묘사, 감정 표현이다. 안나의 심리적 묘사가 가히 놀랍다. 안나가 처한 그 상황,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작가만의 구체적인 묘사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섬세하다.
"승객passenger. 수동적passive. 나는 내 삶을 직접 이끄는 기술자가 아니지.
선로 위에서든 아니든. 나는 그렇게 훈련받았어.
안나는 이 적절하기 그지없는 언어유희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었다."(p92)
안나는 스스로를 수동적이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동적이란 표현을 자기 정당화에 사용하고 있는 안나의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어쩌면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안나의 모습이 무언가 역설적이다. 남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 여인이라는 말이 어울릴까. 아슬아슬한 안나의 줄타기가 위태롭기만 하다.
안나를 대변하는 가장 핵심되는 단어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고독'이다. 타지에서 안나가 가장 갈구했던 그 하나는 바로 이 고독에서 탈피하고자 했음일 것이다. 이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는 안나가 선택한 수단은 남자, 성적인 쾌락이었다. 무심한 스위스 남편 브루스와 안나가 못마땅하고 냉담한 시어머니 우르줄라는 안나를 고독으로 몰고가는 핵심이었을지 모르겠다.
참 불행한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진정으로 사랑한 스티븐과의 일들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안나의 모습. 자신을 능동적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다짐하지만 점점 꼬이기만 하는 상황. 사랑하는 아들 찰리의 사고.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의 안나의 모습...
사랑이 무한하거나 영원한게 아니라면?
그랬다면 나는 조금도 원하지 않았을 거야. (p390)
결말은 열린결말로 봐야할까? 하나의 시사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명확한 끝맺음이 없어 아직도 매우 궁금하다. 하긴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스토리의 진행과 결말보다는 세심한 표현 묘사에 있기에 결말을 운운하기에는 그 초점이 잘못되었다 할 수도 있겠다.
안나가 주인공이지만 나는 응원하기가 사실 힘들었다. 그렇다고 안나를 원망하고 비난하기에도 어려웠다. 스스로도 잘못된 것임을 알고 죄책감에 고통받는 그녀의 모습과 진정항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저 비난만 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점이 참 무섭다.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의 마음을 꼭 이해할 필요가 없을텐데 말이다.
아직 못 읽어본 책들이 정말 많다.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그 무엇과 <하우스프라우>는 닮아 있다고 한다. <하우스프라우>를 읽고 난 후, 섭렵해야 할 세계 문학 중에서 이 세 종류의 책의 우선 순위가 가장 높아졌다. 그 중 여주인공의 이름이 안나로 동일하게 사용된 <안나 카레니나>가 가장 관심이 간다. 최근 알뜰신잡의 김영하 작가가 무인도에 갈 때 꼭 한 권을 선택한다면 가져갈 책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