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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4월이 되면 그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의 형태는 과연 몇 가지나 될까? 수백 수천가지로도 모자라지 않을까? 사랑만큼 언제나 가슴 설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연애도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키우고 나름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하지만 언제나 사랑은 새로운 이야기다. 사랑과 결혼, 부부 관계와 행복 등 하나로 정해질 수 없는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아닐까 싶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정신과 의사인 남 주인공 후지시로, 후지시로의 약혼자이며 3년간 동거 중이고 함께 결혼을 준비 하는 야요이는 수의과 의사다. 9년 전 후지시로의 첫사랑 하루에게서 불현듯 편지가 날아 온다. 후지시로의 선배 오시마, 병원 후배 나나, 야요이의 동생이자 예비 처제인 준, 후지시로의 친구 태스크 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그들의 살아가는 방법, 방식이 다르듯 사랑하는 방법도 다르다. 정말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쉽지 않았다.
9년 전 후지시로의 첫사랑 하루에게서 편지가 온다.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편지에 후지시로는 의아하다. 후지시로는 그 편지로 인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그 때의 감정을 더듬는다. 왜 하루는 지금이 되어서야 편지를 보냈을까. 의문점을 가진채 책을 읽어 가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말로 표현하기 오묘하고 힘들지만 그 느낌은 알 듯 하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나의 사랑이 왜곡되기도 하고 오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 혹은 3년이라고 하는데 평생 동반자로 살아가야 하는 아내 혹은 남편과의 사랑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해하는 바로 그 순간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과연 이 책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혼란을 더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어렵고도 어려워서 답을 낸다는 자체가 오류일 것이다. 나만의 사랑 방식을 찾고 그것이 해답이라 믿는 것이 가장 현명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후지시로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니 역시 센치해지는 하루다.
가와무라 겐키는 영화 일에 몸 담다가 2012년 자신의 첫 소설을 발표한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베스트셀러에 등극한다. 미묘하고 세세한 심리를 잘 다루는 그만의 느낌은 <너의 이름은> 이란 애니메이션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이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4월이 되면 그녀는>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일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란 책도 읽어봐야 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한순간이잖아요. ... 그 한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믿는 건 환상이에요. 그런데도 남자와 여자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생 동반자로 서로를 사랑하는 게 전제가 되는 건 이상하죠. 누구랑 연애를 하든 다다르는 종착지는 똑같아요." (p98 나나의 말)
"그런데 서로를 그토록 잘 아는데도 내가 지금 아내를 사랑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 더없이 소중하고 같이 가야 할 사람인 건 분명해. 그런데 이따금 우리 부부관계를 이어주는게 단순한 집착뿐인 것 같아서 몹시 두려워지지." (p139 오시마의 말)
"지금 생각해보면 체재를 연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데 그 무렵의 우리는 언제는 다시 올 수 있을 거라 믿었죠. 언제까지고 이 사랑이 계속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아무런 보증도 없는데."(p190)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것을 손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 (p195)
"상대의 감정에 조금이라도 결여된 면이 있으면, 애정이 부족한 증거라고 믿어버리죠.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다정한 행동이나 이성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소망을 진정한 사랑과 혼동하는 거예요."(p207)
"나는 나를 만나고 싶었던 거에요. 당신을 좋아했던 무렵의 나를. ...
지금 후지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후지를 사랑해주길 바랍니다.
설령 그것이 한순간일지라도 그 마음을 함께 나눴던 한 인간으로서." (p257-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