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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
오기와라 히로시 작가는 처음 알았다. 그래서 신인 작가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60이 넘으신 분이었고 많은 책들을 써낸 작가다. 책을 읽고 난 뒤 작가에 대해 좀 더 궁금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오기와라 히로시는 대가의 반열에 충분히 들어설 수 있을만한 필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의 글은 독자를 홀리듯 이리저리 끌고 가다가 감동에 젖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단편 6작품이 담겨 있다. 가족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6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 짧은 단편은 독자에게 작가의 생각을 모두 전하기에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재미있어질만 하면 끝나기에 찜찜함이 있었던 기억들로 인해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오히려 단편이 가진 묘한 매력에 푹 빠졌다. 단편이기에 짧지만 작가의 생각을 듬뿍 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감동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6번이나 나에게 왔다.
여섯 작품 중에서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단연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것도 가장 자신있는 작품이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담담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은 뇌리에 각인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한참 동안을 멍하게 있었다. 앞에서 나온 내용을 하나씩 되새기면서 이상하리만큼 말 많은 이발소 주인의 모습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그 손님이었다면, 내가 이발소 주인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나는 등장인물에 내 자신을 투영해 본다. 매우 공감되고 이해되는 모습이다. (내용의 반전을 말할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손님은 이발소에 방문한 목적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말하고 싶다.)
책의 첫 번째 작품인 <성인식>도 기억에 남는다. 내 자신을 등장인물에 투영시킨 탓일 것이다. 나에게 딸이 생겼기에 투영이 가능했다. 딸이 없었다면 그 공감의 폭이 이렇게 컸을까 싶다. 가족의 죽음만큼 큰 고통이 어디 있을까.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먼저 자식을 떠나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고통 받는 가족의 마음도 이 짧은 단편을 통해 약간 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도 그저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아쉬움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적어보련다. 두번째 작품인 <언제가 왔던 길>이다. 16년 의절하며 지냈던 딸과 엄마의 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 또한 반전이 숨어 있다. 16년의 긴 시간 엄마를 외면한 딸의 마음도 딸에 대한 잘못된 사랑의 표현으로 그리움에 살았던 엄마의 마음도 참 슬펐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늦은 것이다' 박명수 어록이 새삼 떠오른다.
가족이라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세세한 반전을 담은 여섯 편의 이야기가 매우 감동적이다. 강력 추천한다. 내일은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