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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장사꾼 - 로알드 달의
로알드 달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초콜릿 장사꾼
"나는 노는게 정말 좋다"
한 가지를 명확히 하고 싶다. 동화작가이자 소설가인 '로알드 달'의 장편소설 <초콜릿 장사꾼>은 성인들을 위한 책이다.
작가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백만장자의 눈> 로 유명하다. 1990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 외에도 <마녀를 잡아라>,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요술 손가락>, <멋진 여유 씨>, <마틸다> 등 그의 많은 책을 세상 사람들이 읽고 있다. 소설가, 동화작가라고 불릴 수 있지만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로알드 달'의 작품은 참 신비로웠다. 허구의 소설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오묘하게 독자를 설득시킨다. 마치 실제 일어났던 일과 같은 홀림이 있다. 이야기꾼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 당기는 힘이 거세다.
역대 최고의 바람둥이 '오즈월드'가 주인공이다. 범상치 않은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희대의 사기꾼 혹은 행복 전도사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대단한 사업가라고 해야할까? 세 가지 호칭 중 어느 하나 꼽을 수가 없다. 그는 돈 많은 고객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제공했고 고객들은 만족해 했고 행복했다. 그 제품을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명백히 윤리적으로 그리 깨끗해 보이진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오즈월드가 알게 된 '수단의 가뢰'는 이야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재료다. '칸타리스 베시카토리아 수다니'라는 이상한 벌레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 재료는 아주 작은 양으로도 사람의 성적 흥분을 최고치로 끌어 올리는 묘약이다. 오즈월드는 이 묘약을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정식으로 팔 수 없으니 사람들의 입소문을 활용해 판로를 개척한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거금을 손에 쥔다.
어린 나이에 돈을 버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출발에 불과했다. 대학에 진학한 오즈월드는 한 교수 A.R. 워즐리를 만나게 된다. 교수는 대단한 발명을 한다. 정자를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영하 197도의 온도에 적절한 처리를 한 정자를 보관하면 평생 살아있는 정자로 보관이 가능한 기술이다. 이에 오즈월드의 머리가 번뜩인다. 돈을 벌 수 있는 묘안을 떠올린다.
책의 반 이상을 새로운 사업으로 돈을 벌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가득 매웠다. 동업자 야스민과 함께 천재들, 각 국의 왕들의 정액을 채취한다. 채취한 정액을 나눠 보관한다. 그 정액을 나중에 거액으로 판매한다. 이러한 계획을 제안한 오즈월드는 무난하게 계획을 실천으로 옮긴다. 천재들의 정액을 얻는 과정에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녹록치많은 않다.
책에 등장하는 칸타리스라는 벌레나 최음제, 정자 은행 등은 현재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1979년 발간된 '나의 삼촌 오즈월드'를 새롭게 번역했다고 하나 그 당시 이러한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랍다. 그 당시에 이러한 것들이 실제로 존재했었을까? 미래를 마치 구경이라도 하고 온 사람처럼 실제 있었던 일을 쓴 것만 같은 이야기의 전개가 매우 흥미롭다.
결말에 대한 독자들의 평이 엇갈릴 수 있겠으나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다. 마치 권투 경기에서 수년을 준비한 선수가 링에 올라가자 마자 한방에 넉다운 된 느낌이랄까? 이 허무함을 의식한 듯 로알드 달은 멋진 마무리로 수습을 하긴 했다. 그만의 스타일이 화끈하다고 하는 평도 좋을 듯 싶다. 한 가지 명백한 점은 이야기의 끝에서 모두가 행복했다는 점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그만의 철학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