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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치하야 아카네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흔적
여섯 편의 단편집이다. 그리고 연작소설이다. 연작소설이란 말이 나에게는 생소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연작소설이란 독립된 완결 구조를 가진 작품들이 일정한 연관성을 가진채 연쇄적으로 묶인 소설 형태라고 한다. 하나의 장편 소설처럼 혹은 따로 떨어진 단편집처럼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흔적' 소설에서는 등장 인물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구조다. 앞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조연이 되고 조연이었던 등장인물이 다음 이야기의 주연이 된다. 등장인물간 서로의 연관성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하야 아카네 작가의 작품이다. 제 20회 사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사랑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아름다운 아기자기한 사랑도 있지만 어두운 단면을 가진 사랑도 있다. 상처 투성인 사랑도 있고 분륜, 외도 또한 사랑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치하야 아카네 여류 작가를 통해 우리는 어두운 여섯 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연작소설임을 염두해 두고 읽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등장 인물들의 연결 고리가 아주 매끈하게 떨어지지 않아 처음에는 그 연관성을 알지 못했다. 연작 소설임을 알았기에 연결 고리가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했다. 병으로 죽었다고 한 남자의 이름을 다시 돌아가 찾아봐도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구로사키라는 그 차장의 이름을 찾다가 금방 포기했다. 뭐 같은 사람이겠지 하고 말이다.
여류작가라는 선입견이 있어 그런지 모르겠으나 감정의 표현이 섬세하다. 뭉퉁한 느낌이 아닌 세세하고 섬세한 느낌의 감정 표현이 돋보인다. 여자 주인공의 감정 표현은 그러려니 했는데 한 집안의 가장인 남자의 생각과 내면을 표현 할 때는 여류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등장 인물로의 전환이 확실하고 명확했다.
소설의 가장 재미난 점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경험일 것이다. 결혼을 앞둔 불륜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이렇게 간접적으로 체험하기에 소설이 재미있다. 외도하는 아내는 왜 아이와 남편을 두고 보통의 삶, 애매함에서 벗어나고자 그런 것일까. 자신의 욕구 해소를 위한 만남일까.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사람의 관계에 가장 기본적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욕구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고 했던가. 다른 이의 눈에는 그저 불륜일지 몰라도 당사자의 마음 속을 가만히 보면 사랑인 것이다. 그렇다고 불륜이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위험을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그 마음이 무섭기도 하다. 사랑이 뭐길래.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설령 내일 세상이 끝난다 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