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픽업

The Pick Up


<픽업>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단편집이다. 총 12작품을 만날 수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빅픽처>로 이미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장편 소설을 집필한 작가다. 최근에는 <비트레이얼>을 읽었는데, 역시나 흥미진진하고 더글라스만의 특유한 향기에 매료되었다. 작가를 보고 책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어떤 책을 고르든 후회없는 작가는 꼽아본다면 몇몇 작가가 떠오른다. 그 중 한명이 바로 더글라스 케네디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대체적으로 부부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불륜이 매번 어김없이 등장한다. 인생의 반 이상이 결혼 이후의 삶이고 가장 큰 일탈이 불륜이 되니, 자극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주제임에는 분명하다. 역시나 이혼, 불륜 이야기가 즐비하다. 내가 경험해선 안되는 세상이니 소설으로나마 경험해보련다. (그렇다고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


이러한 상황이라면 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잘 나가는 변호사이며 한 가정의 가장. 불륜녀와의 관계에서 아이가 생겨났다. 현 부인과의 이혼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불륜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그의 삶과 그의 내면 그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망나니처럼 자신의 생각대로 저질러 버린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꿈꾸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달라. -'전화' 중에서 p159


결말은 대체로 열린 결말. 개인적으로 단편집을 선호하진 않는다. 결말이 속시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개운한 맛이 없고, 찜찜하다. 뭐 이런게 단편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선호하지 않는 단편집인데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는 내모습이 참 일관되지 못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단편집은 무한한 화수분이 되어줄 수도 있겠다. 그렇듯 단편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누군가 어딘가로 떠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꾼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우리가 스스로 가두어버린 굴레에서 벗어나 단지 한 발짝만 앞으로 내디디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두려워 옴짝달싹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 '가능성' 중에서 p225


망상이라고 해야할까. 가끔 우리는 일탈을 꿈꾼다. 그 일탈이 사실 지금 당장 일어날 수도 있고, 내일 당장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금 상상 속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가능성'. 너무도 정확하게 표현해서 소스라치게 놀랍다.


***


모든 이야기가 엄청난 교훈을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는 접어두자. 많은 단편 이야기 중 한 두 이야기만이라도 내 마음을 흔든다면 이미 나는 좋은 책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정말 다르게 들리는 경험을 하곤 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더글라스 케네디가 하면 더욱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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