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로맹 퓌에르톨라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

"이제껏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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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 나에게 오랜만에 다가온 소설 한편이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가 잠시 현실을 벗어나 보고자 고른 책이다. 하지만 그 기대했던 잠깐의 즐거움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한 책이다. 그저 한 소녀의 이야기이겠거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의 중반까지는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 읽었다. 또한 중반 이후부터는 프로비당스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는 가슴 먹먹한 감탄을 자아내며 읽었다. 


꽃무늬 비키니 차림으로 수통과 단돈 50유로를 지니고 화산재 덮인 하늘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미녀 집배원의 유쾌한 여정! 참 그럴싸하지만 하늘을 날아다닌다니? 판타지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그 소녀가 아닌 소녀의 엄마인 프로비당스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비니키 차림의 그녀는 집배원이다.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는 자헤라다.


파리의 '프로비당스'는 모로코의 한 병실에 '점액과다증'이란 병을 앓고 있는 자헤라의 양엄마이다. 운명의 끌림으로 우연한 만남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자헤라와 프로비당스. 그들의 사랑이 만들어 낸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정말로 프로비당스가 하늘을 날았을까? 파리에 있는 프로비당스는 모로코의 아픈 딸을 보러 가기 위해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러 한 사원까지 찾아가게 된다.


오렌지색 파자마를 입은 전단지 돌리는 사람, 세네갈 주술사, 사원에서 만난 티베트 승려들을 만나 하늘을 날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다. 응? 뭔가 이상하지만 그냥 한 번 믿어보자.


"이 이야기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어냈으므로 완전히 진실이다" -보리스 비앙


보리스 비앙의 말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다니? 진심으로 믿으라는 말인가?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꼭 당부하고 싶다. 꼭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 간혹 영화에 대한 평가가 현저히 낮게 주는 몇몇 분들은 이런 댓글을 남긴다. "중간에 잠이 들었다.", "중간에 나와버렸다." 등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고 평가를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비슷한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어떻게 사람이 날 수 있겠어? 말도 안되는 내용이네. 뒤는 읽어보나 마나겠지." 독자들이 최소한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믿는 것!" 종교의 핵심이자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되는 말이다.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건 바로 믿음이다. 참 어려운 일이다. 일단 한 번 정말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믿음에 대한 배신을 당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한 번 믿는다면 흐뭇해지는 따뜻함 마음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제껏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한다면, 그렇다고 인정하시겠습니까?" (p168)


나는 감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딸을 위해 기꺼이 그 먼 거리를 날아가는 그녀. 비키니 차림이 대수랴. 오늘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내 딸을 만날 수 있다면 하늘을 나는 수고따위 문제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당장 비행기를 타고 그녀를 위해 날아가는 정도? 내가 대신 그녀를 위해 내 한 몸을 바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난 뒤 오랜 시간 가슴 먹먹해지는 이유는 딸을 사랑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는 로맹 퓌에르톨라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받은 감동 때문인지 그의 첫 번째 작품인 <이케아 옷장에 갖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에도 관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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