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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평점 :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 큰 흥미를 일으키기에는 너무도 작은 세상, 나와는 동떨어진 세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생을 살면서 기생충을 만나기 보다는 멀리하고 싶은 존재이며, 구충제로 박멸하고자 하는 대상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별 기대감 없이 책을 펼쳤다. 그저 무슨 내용인지 한 번 보기나 해보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서민 교수의 말빨에 쏙 빠져버렸다. 글을 재미있게 잘 쓴다는게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분명히 과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딱딱하지 않고 편하다.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례를 통해 이해 위주의 서술을 한다. 전하고자 하는 정보 또한 알차고 부족함이 없다. 책을 읽을 수록 기생충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한다. 참 잘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절히 그림을 통해 우리 눈으로 보기 힘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구충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구충은 신발을 잘 신을 수 없는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기생충이다. 사람의 살을 파고 들어가 소장까지 찾아간다. 사람의 소장에서 피를 빨아먹고 살아간다. 피를 빨아먹기에 구충의 수가 많으면 사람에게 빈혈 혹은 심부전까지 일으키게 하여, 적절한 치료가 없다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구충을 볼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에서 30년간 유기농 채소만 섭취한 할아버지가 빈혈 증세가 있었고 검사 결과가 구충 때문이었다고 한다. 구충제 한방으로 바로 치료가 되기에 두려워할 대상은 아니다. 유기농 섭취가 늘어나는 이 시점에 한국도 구충이 다시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하나 내 관심을 온통 빼앗은 기생충은 고래회충이다. 작년 초에 KBS에서 생선회를 먹으면 고래회충으로 인해 위험하다는 뉴스를 방영한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선회를 먹으면 큰 일이 벌어질 것처럼 횟집을 기피했고, 위벽을 뚫는다는 고래회충에 대해 큰 공포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이러한 책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고래회충은 생선회를 날 것으로 먹을 때 우리의 위에서 발견될 수 있다. 여기까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내용들은 모두 잘못된 정보다. 위를 뚫는다는 말은 사실 위벽에 자신의 위험을 감지하고 숨는 행위로 뚫는 행위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통증을 유발한다. 고래회충에 걸릴 확률은 0.001%에 불과하며 내시경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머릿니, 쌍팔년도 못살던 우리 시절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그 기생충 머릿니. 그런데 이 머릿니가 아직도 성행하고 있고 선진국에도 많다는 사실! 놀랍지 않은가. 피를 빨아먹고 가려움 증상을 동반하기에 귀찮은 존재다. 바르는 약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지만 알까지 제거하려면 알에서 깨어난 머릿니 제거를 위해 두 번 약 치료를 해야한다니 참 귀찮은 존재다. 이런 머릿니를 만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인생에서 만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기생충들이 세계 곳곳에 성행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그에 대한 대처가 미비하다고 한다. 한국은 나름 기생충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나라이며 서민 교수가 그 한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된다. 나에게 이러한 책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기생충에 대한 정보 전달에 큰 기여를 했으니 말이다.
기생충에 걸리지 않으려면 사실은 간단하다. 청결하면 된다. 자연 날 것 그대로보다는 깨끗하게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는 편이 좋다. 남들이 먹지 않는 사슴피, 자리피 먹으면 기생충으로 고생할 각오를 하고 먹어야 한다. 지나친 걱정은 내 귀의 도청장치 같은 기생충 망상증을 유발할 수 있다니 기생충을 너무 두려워 하기보다 그저 자연의 일부로 여기는 편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