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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이곳
김재이 지음 / 부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제주를 꿈꾸는 당신에게"
나는 가끔 아내에게 묻곤 한다.
"우리 회사 그만두고 그냥 제주도로 이사갈까?"
아내는 대답한다.
"응, 가자! 제주도 좋아! 내일 갈까? 아니면 다음주?"
내가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을 아는 그녀다. 참 영리하다. 내가 오히려 아내를 말려야 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육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책의 작가가 쓰는 표현이다)에게 제주도는 꿈의 섬이다. 우리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섬! 이상향의 아름다운 섬이다. 제주도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나 역시 그렇다. 맑고 드넓은 바다와 함께 커피한잔, 제주도에서 맛보는 맛있는 음식들, 깨끗한 자연 경관들... 도시 사람들이 동경하는 요소들을 오롯이 하나의 풍경에 담은 곳이다.
서울에서 하루 중 15시간을 일에 전념했던 부부는 점점 지쳐갔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몰랐다. 큰 결심으로 다녀온 일주일의 여행은 부부에게 휴식이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손님을 잃게된 치명적 실수가 되었다. 일을 위한 일에 의한 삶을 살았다. 그러다 배달 중인 남편에게 사고가 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그리고 제주를 선택한다.
제주 이주 1세대에 속한 부부는 40년된 주택을 구입하고 셀프 리모델링을 한다. 그리고 돈가스 장사를 하기로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다. 전기 공사부터 인터리어 공사 어느하나 쉽게 된 일이 없다. 건축을 전공한 남편이지만 그저 초보 목수일 뿐이다. 제주도의 오지에서 돈가스 장사도 모험이었다.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애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정성의 산물일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동경하고 이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숙박업, 요식업 등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실패를 맛보고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부부는 그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확하게 제주도의 현실을 알고 있다. 제주도로의 꿈을 꾸는 우리에게 따뜻한 희망과 차가운 현실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제주도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부터 제주에 살면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애교가 많았던 고양이 방울이와의 만남과 이별, 미운 정이 든 옆집 할머니와 그 집에 이사온 이웃과의 만남 등이다. 지금 도시에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본다. 하루 15시간 일하지는 않지만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주변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본체만체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바다의 내음보다 이웃 간의 정이 그리워서 제주도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느긋한 삶, 행복한 삶이 나에게도 과연 올까? 언젠가 나도 제주도로 가는 날이 올까싶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이내 안주하고 만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벗어나 새로운 모험을 하는 일을 과연 내가? 언제나 의문 투성인 하루하루다. 사실 이 안정된 직장도 내 나이 50 이후가 되면 안정이 아닌게 될 텐데...
이 책은 도시에 지친 나에게 자연의 힐링과도 같다. 그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꿈을 이룬 듯 착각하게 된다. 커피숍에서 여유를 즐기며 책과 보낸 잠깐의 시간이 어쩌면 내가 잊고 지내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