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말 벌

"긴장감 넘치는 말벌과의 사투 and 엄청난 반전"

"미스테리, 서스펜스 장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은 흡인력 높은 전개"

기시  유스케 지음

말벌이라는 제목, 음침한 표지... 책의 첫인상은 사실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저 미스테리, 서스펜스 장르 소설이기에 관심이 생겨 읽기 시작했다. 먼저 말벌이라는 소재가 참 특이하다. 왜 말벌을 선택했을까. 말벌로 누군가를 살해할 수 있다는 생각, 그 발상이 이 소설을 탄생시켰다. 

소설가 안자이 도모야의 말벌과의 사투! 예전에 말벌에 쏘인 적이 있는 주인공. 다시 한번 벌에 쏘이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죽을지도 모른다. 11월의 겨울날,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장에서 홀로 깨어난다. 간밤에 마신 술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그의 앞에 말벌이 나타난다. 말벌에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비상약도 사라졌다. 함께 있던 아내도 사라졌다. 모든게 의문 투성이다. 눈으로 뒤덮힌 한 겨울 말벌이 웬말인가. 상황을 파악할 시간도 없이 그는 말벌과의 사투를 벌인다. 말벌에 쏘이는 순간이 그에게는 사망과도 같다. 침착하게 상황을 살핀다. 통신도 두절되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민 일임을 직감한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나에게 벌어진다면,  그 가능성에 대해 논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꽤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조금은 특별한 상황이다. 고립된 공간, 한 겨울의 추위와 말벌... 서로의 연관성을 찾기가 힘든 것들이다. 그러나 눈 앞에 이미 엎지러진 상황이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과연 어떠한 심정일까. 1인칭 시점에서 어딘지 모르는 출구를 찾아가는 묘미가 있다. 말벌의 위협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 책은 내가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기 위해 몸부림 친다. 순간 순간의 선택이 최상의 선택은 아닐지라도 최선의 선택을 한다. 선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여유조차 없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모든 정황이 드러난다. 생각치 못한 어마어마한 반전도 숨어 있다. 모든 정황이 드러나고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나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납득 안되는 부분도 더러 있고 한번에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게 이렇게 되면... 그게 왜 그랬던 거지... 그게 그럴 수 없는데... 뭐지... 뭐지... 책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미스테리 속에 빠져있다. 

좋은 책을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우선 읽기 쉬워야 한다. 또 다른 하나의 기준은 책을 읽고 난 뒤 가슴에 무언가 남았으면 한다. 백프로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항목은 충족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정말 몰입했다. 내가 몰입했다기 보다는 책이 나를 몰입시켰다. 그만큼 흡인력이 있는 스토리다. 말벌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구나. 두 번 혹은 세 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너무 엄청나서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르겠다. 그만의 독특한 말벌의 세계로 잠시 떠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