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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이야기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평점 :
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 지음
"어른을 위한 동화 다큐"
그 독특함에 매료되다.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도 책을 자주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모르는 작가도 많고 모르는 책도 많다. 책을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을 만난다는게 쉽지 않다. 몇달 전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우연히 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요즘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고 관심이 가는 작가가 생겼다고 한다. 친구는 나에게 그 작가의 책을 읽어보라며 추천했다. 그 작가가 바로 황경신 작가다. 그 당시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금 황경신 작가의 초콜릿 우체국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장르는 무엇일까. 표지에는 자그마하게 38 True Stories & Innocent Lies 라고 표기가 있다. 쉽게 말해 단편집이다. 소설과 수필의 그 오묘한 경계에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깊은 생각에 빠진다. 가끔은 이야기가 난해하기도 하고, 가끔은 깊은 공감을 가져온다. 알듯 모를듯 이야기마다 한 가지씩 주제를 가지고 있다. 동물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은 허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우리와 닮아 있다. 약간의 거짓말을더한 진리서와 같다고나 할까. 이 책에 어른을 위한 동화 다큐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내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곰스크로 가는 길'이다. 짤막하게 내용을 적어보련다. 한 부부의 이야기다. 전 재산을 털어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구매한 남편은 아내와 함께 기차를 탄다. 중간에서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역에 정차한 부부는 그 마을에 잠시 쉰다. 하지만기차를 놓친 부부는 그 마을에서 지내게 된다. 남자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아내와 함께 일을 한다. 돈을 모아 기차표를구해 다시 기차에 오르려 하지만 임신한 아내 때문에 결국 떠나지 못한다. 남편은 마을에서 선생님이 되고 부부는 여생을 그곳에서 살아간다. "그 남자는 과연 불행했을까?"
나는 이야기를 읽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우리 인생과 닮아 있다. 남자는 꿈을 쫒고 여자는 현재를 살아간다. 남자는 언제나 꿈을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아내와 아기를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 삶이 불행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여유를 찾는게 필요하다. 아내의 모습이 철없이 보이지만 어쩌면 그 삶이 더욱 갚질 수 있다. 꿈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도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곰스크로 가는 그 중간의 어느마을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황경신 작가의 책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여러 수식어가 생각난다. 생각하게 하는 책, 사색하게 하는 책, 한 길 사람 속, 동화같이 쉬운 듯 보이지만 깊은 내면이 존재하는 책. 때로는 장황한 설명보다 짧막한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법이다. 책과 깊은 내면의 대화가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