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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야화 - 천년을 떠돌던 역사 속 신비로운 이야기들
도현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11월
평점 :
조선야화
"어른을 위한 전래동화"
조선야화라는 제목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우리가 상상하는 내용은 아쉽게도 아니다. 책에는 조선 시대의 어린 왕과 신하인 송화가 책에 등장한다. 어린 왕은 경연장에서의 토론 후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대신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한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어 아쉬운 찰나 송화가나서서 자신이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한다. 정구품의 전경 자리에 있는 송화는 손대면 톡하고 이야기가 터져나오는 잡학다식한 인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야기꾼으로 등장한다. 가능하다면 이런 사람 한 명쯤은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갈 줄 아는 사람이다.
책을 읽어나가는 초반에는 사실 선입견이 앞섰다. 조선 시대라는 시대 상황과 왕과 신하들의 대화가 무언가 틀에 박힌 듯 하고, 흥미를 끌지 못하는배경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나가면서 오묘한 이끌림에 나는 책에 매료되었다. 마치 할머니께서 이야기 해주시는 전래 동화와 같은 아득한 향수를 자극하는 무언가 매력이 존재하고 있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에 대해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연신 이 이야기는 허구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묘한 설득력이 있다.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제목들이 나의 관심을 확 끌어 당겼다. ‘여자들만 산다는 동해의 섬나라’, ‘삼국시대에 나타난 화성의 아이’, ‘귀신을 만난 사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 등 신비한 이야기들로 부터 ‘바버리 해적단’, ‘세상의 남쪽 끝에서’와 같은 조선의 바깥 세상 이야기 등 내 구미를 당기는 재미난 소제목들이 가득했다.
그 중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구절 하나는 ‘두렵고 기이한 뱀들의 이야기’이다. 뱀과 관련된 이야기가 구렁이의 환생, 무인도에서 만난 거대한 뱀, 뱀인줄 알았는데 용이었던 이야기, 여자 영웅이 나서서 뱀을 퇴치하는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사실 이 이야기들이 예전 전래동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유치하다거나 진부하지 않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소설이나 다른 이야기들이 결국은 허구인 것을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고 해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이 낳은 오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어린 왕과 송화와 더불어 신하들은 이야기에 대해 짧은 토론을 한다. 진실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그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찾기도 한다. 이야기가 끝나고서는 항상 작가의 해설이 나온다.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해설이 그 시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조선 야화는 어른을 위한 전래동화다. 어른이라고 해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전래동화가 가볍고 허구성 짖은 이야기라 한다면조선야화는 조금은 진지하고 지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어른을 위한 전래동화라고 부르고 싶다. 왕의 짧은 일생과 함께한 송화의 이야기, 미스테리한 조선의 야화들, 조선판 아라비안나이트, 조선의 밤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