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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걸 온 더 트레인"
- 결말이 궁금해 미치는 치밀한 스릴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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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책읽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런 두꺼운 소설을 읽을 때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곤 한다. 하지만 괜찮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도 괜찮다. 사실 표지는 그닥 끌리지 않았다. 초대형 베스트셀러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흥미를 끌뿐 더 이상의 기대감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이 후 그 생각이 정 반대로 바뀐다. 흔한 일상의 발상을 이렇게 가슴 조리는 스릴러물로 만들어내다니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폴라 호킨스" 이제부터 그녀의 작품은 놓치지 않을거야. 또한 표지만 보고 섣부른 판단은 이제부터 안하기로!
주인공 레이첼은 정말 평범한 일상안에서, 출근 길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속에 관심이 가는 집이 있다. 그저 훔쳐보는 느낌으로 심심풀이로 그 집을 바라보곤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있다. 주인공 레이첼은 알코올 중독자라는 점이다. 독자들에게 답답한 마음과 동시에 흥미를 주는 부분은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어버리기를 밥먹듯 하며 회사에서 짤려 위장 출근을 하는 그녀다. 알코올 중독자라는 주인공을 앞세워 사건을 전개해 나가면서 어느덧 우리는 주인공 레이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녀를 이해함과 동시에 중요한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가 답답하기만 하다.
매건의 죽음은 이야기에 큰 활력을 불어 넣는다.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주인공도 믿을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진다. 왜냐하면 매건이 죽은 그날 레이첼은 그 자리에 있었고 자신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으며 잠깐씩 스치는 기억들이 자신이 범인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매건과 키스를 나누는 정신 치료 상담사인 스콧이 범인으로 보이기도 하고 폭력성을 가진 그녀의 남편 또한 용의선상에서 배제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뒷 부분이 정말 궁금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분명히 작가의 의도대로 속고 있음을 알지만 쉽사리 누가 범인인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뒷페이로 책장을 넘기면서 이야기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단 하나의 단서라도 놓칠까봐 책장 한장 한장 소중하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흡인력이 강하고 눈앞에 그려지는 상황들에 책을 읽으면서도 놀랍다는 생각뿐이었다.
모든 소설이 그러하겠지만 처음 부분은 의문 투성이었다. 배경 설명 및 등장 인물 설명에 자칫 지루해질 쯤 이야기가 급속도로 진행이 되고 우리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거듭 등장한다. 독자를 속이는 흐름 속으로 꾀어낼 줄 아는 작가의 능력에 놀라고, 예상할 수 없었던 범인의 등장에 또 한번 놀란다. 그 범인과의 조우가 참 섬뜩하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범인은 밝힐 수 없지만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결론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매건과 제시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동일인이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이해하게 되는 구조를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처음에는 혼돈스러웠다. 미리 알고 읽으면 이해가 더 빨라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만 혼돈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제시는 레이첼이 메건을 부르는 자신만의 애칭이고 실제 이름은 메건인 것이다. 메건과 레이첼은 사실 만난 적이 없고 레이첼이 일방적으로 메건을 관찰한 것이 전부다.
등장 인물들의 생각, 이야기의 흐름, 사건 전개 방식, 주인공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순간 순간이 정말 재미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읽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고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아직도 '걸 온 더 트레인'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그 흥분이 가라 앉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왜 19주 연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이해가 충분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