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나오미와 가나코 / 오쿠다 히데오 지음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약 5년전 내가 군 생활을 할 때였다. 군대에서는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도서관이 존재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 때 우연히 '공중 그네'를 만나게 되었다. 공중 그네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독특한 스토리와 문체가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으며, 단숨에 책을 읽었다. 내용 자체도 유쾌하고 재미있으며, 실제 존재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는 인물이지만 정말 있을 법한 느낌이 들게 끔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만난 오쿠다 히데오의 첫 인상은 나에게 코믹 작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며칠 전 동원 훈련에 입소하게 되었다. 2박 3일이라는 시간 동안 훈련을 받아야 하기에 남는 시간 책이나 읽자 하고 책 한권을 들고 갔다. 바로 나오미와 가나코다. 공교롭게도 군대 안에서 다시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첫 인상이 떠올랐고 공중 그네와 같이 코믹할 것이라 잠정 결론은 내리고 읽기 시작했다. 오쿠다 히데오를 잘 모르고 있었다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오해였으며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이다.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친다. 책을 읽는 내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쿠다 히데오 작품을 모두 읽어봐야 겠다는 다짐까지 들게한 책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오쿠다 히데오 작품 리스트를... 오 해피데이, 남쪽으로 튀어, 침묵의 거리에서, 걸, 마돈나, 올림픽의 몸값, 면장 선거, 방해자 등 수많은 작품이 있다. 남쪽으로 튀어는 한국 영화로 까지 제작될 정도니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생각된다. 다 읽어 보리라 다짐해 본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에 대해 작성하려 한게 아닌데... 그만큼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질 만큼 잘 씌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가정 폭력의 주범인 가나코의 남편을 살해하고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나코와 친구 나오미의 이야기이다. 더 자세하게 적으면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어느정도까지 적어야 되나 사실 조심스럽다. 크나큰 반전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나처럼 약간의 실망을 할 수는 있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기에 용서될 수 있었다. 왜 굳이 나오미와 가나코 두 개의 챕터로 나눴을까 궁금했던 부분이었으나 읽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중심 인물이 변경되는 것이다. 남편을 죽이기 전의 중심은 살인을 계획하고 이끌어 나가는 나오미였고, 남편을 죽인 후 뒷 수습을 담당한 가나코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평범한 일본인이다.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두 사람에게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고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계획의 과정과 실행 방법이 나중에서야 문제점 투성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오미의 입장에 이입되어 책을 읽는 나로서는 문제로 보이는 게 사실 별로 없었다.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평범한 두 사람이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사실 무리였고 그러한 점에서 내가 더욱 둘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2015년이라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서 마치 내가 일본 도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을 응원하고 있었다.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하면 안되는데',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왜 저기서 시어머니는 저런거지', '시누이는 왜 저런거야', '가정폭력은 이래서 문제야 문제', '살인을 할 수 밖에 없겠어...', 살인이란 나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인자를 응원하는 나를 보면서 나를 이렇게 만든 작가에게 다시 한 번 놀랐다. 사건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이나 주변에서 옥죄어 오는 압박과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책을 읽는 나까지 흥분하게 하고 떨리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난 후 마음이 후련했다. 둘을 응원하는 나로서는 그 뒷이야기도 궁금한 부분이다. 더 확인해 보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아쉽기만 하다. 그만큼 여운도 길었고 책을 읽는 동안 책에 온전히 감정이입해서 읽었으며, 엎드려서 오랜시간 읽으나 내 어깨와 목을 아프게 하였다. 나오미와 가타코는 오쿠다 히데오를 재조명하게 한 책이다. 물론 기존부터 유명했지만 내 기준에서는 재조명의 느낌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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