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 서진 지음

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중퇴하고 소설을 쓰는 사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갖고 나아가는 사람이다. 성공에 대해 크나큰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아하고 그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며 나름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소설가의 길을 걷는 이 사람이 궁금하다.

소원을 이루는 저자만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비밀 유지와 반복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의 꿈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자신만의 비밀로 한다. 잠이 들때마다 그 것을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나약한 행동이다. 다른 사람에게 금연을 선포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 몇 못본 것과 같은 이치라 볼 수 있을까? 정말 원하고자 하는 일은 다른 사람 모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갖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을 통해 그 대상을 쟁취한다. 그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과정은 어떻게는 되기 때문이다. 나는 내 계획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곤 한다. 그런 계획을 말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게 되겠어?', '그게 말처럼 쉽지 잘 안돼' 라는 부정적인 말을 듣게 된다. 긍정적인 면이 듣고 싶은데 부정적인 말들이 돌아온다. 그러한 부정적인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 용기는 한 풀 꺽이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렇다. 내가 하고 싶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절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패하면 어쩌겠는가.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 것인데.

괜찮아.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나중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 열심히 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지금'하고 싶은 것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야. 그런 식으로 어른이 되어도 상관없어.

나만의 메뉴얼이 필요하다. 지금 나는 회사원이다. 나름 안정적인 직장이라고는 하지만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회사의 틀에 묶여 내 창의성, 나의 욕구, 욕망은 잠식된다. 배부른 소리라고 핀잔들을 얘기겠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40대 중후반이 되면 나는 퇴직을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 시대의 흐름이다. 오래 회사 생활을 해봐야 50대 초반이다. 그 때 다른 것들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시기가 아닐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이 에너지 넘치고 뭐든 다 할 수 있는 나이에도 못했던 것을.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서민'이란 작가가 내 앞에 있는 듯 하다. 자신의 주변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정말 현실적으로 써나갔다. 오랜시간 많은 내공이 쌓여 글 쓰는 솜씨가 일취월장 했겠지만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한 번 해보라는 그의 유혹에 한번쯤 넘어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서민'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일년에 한번 한달에서 두달정도 외국에 나가서 그 곳에서 산다. 거창한건 아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일들이다. 그런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부럽기한 한 모습이다. 한번쯤은 해볼까?

"인생은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되는 거구나"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사는 것만큼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 있을까?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참고 살기 보다 즐기면서 살아가는 하고 싶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나는 왜 그렇지 못하나 자책하기도 한다.

취미 가지기, 서진은 기타도 치고 피아노도 칠 수 있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기타의 F코드는 자연스럽게 잡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음악에 관심을 갖고 가까운 학원에 등록하여 기타를 배우고 피아노도 배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고민 해결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취미에 너무 몰두한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아내들의 고민들을 볼 수 있다. 그들처럼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취미 하나쯤 가지고 어느정도 몰두하는 것이 참 바람직해 보인다. 저자처럼 악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서 자신이 만족할 수준에 가기까지는 아내의 적절한 무관심도 필요할 것 같고, 꾸준히 노력하는 인내도 필요할 것이다.

강아지의 초능력, 어머니의 외로움 등 서진의 이야기들을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방식대로 물흐르듯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부러워 보인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조용히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가랑비에 옷 젖게 하는 그의 필력이 나를 이미 매료시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