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힘 -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김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의 힘 / 김형철 지음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철학은 참 재미있는 학문이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깊이 더 깊이 생각하면 할 수록 답이 가까이 가느듯 하지만 이내 답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철학이다. 나는 그러한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답이 없어 머리아프다 할지 모르겠으나 답이 없기에 더 재미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인생, 죽음, 후회 없는 삶, 내가 하는 일, 정의, 법, 탐욕, 용서, 엿듣기, 약속, 불편한 진실 등 21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느하나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 않은 범위 내에서 재미있게 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기억하기 위해 이 곳에 적어보련다.

 

삶은 왜 불공평한가, 보편적 사랑을 말한 묵자는 "길을 가는 노인도 내 할아버지와 똑같이 대하라"고 했으며, 이에 대해 맹자는 "친할아버지도 길에 있는 노인처럼 대하라는 것인가?"라며 반박했다. 이는 가족이 불평등의 근원이며, 가족을 사유재산 등 모든 개인적 이익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라고 꼬집고 있다.

 

비슷다고 하기엔 무언가 다른 부분이 많지만 비스무레한(?) 경험을 최근에 했다. 얼마전 여행을 위해 KTX를 탄적이 있다. 비싼 돈을 들였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15프로의 할인이 있는 시간을 선택하여 예매했다. 한달전에 예매했다면 50프로 할인을 받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성수기였기에 표를 예매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시간에 맞춰 기차에 탑승했는데, 60대에서 70대로 보이시는 할머니께서 앉아 계셨다. 입석으로 탑승하셔서 빈 좌석에 잠시 앉아 계셨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는 것을 잘 모르셨을 할머니셨으리라. 입석만 가능하다기에 기차역에서 입석표를 구입하셨겠지. 내 머릿속에 그 짧은 순간 주마등처럼 그 모습이 그려졌다. 내 마음 속은 혼란스러웠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도덕적 마음 한 구석과 돈으로 산 내 자리에 앉아야 하는 이성적 자본주의의 충돌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이 순간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철학의 힘의 삶은 왜 불공평한가 대목과 너무도 닮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정말 피곤했기에 또 응당 내 돈과 내 수고를 들여 구입한 내 자리이기에 앉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내 마음 한 구석이 씁슬한 것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양심에 가책과 비슷한 무언가 느낀다는 것 하나만으로 내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는 위안을 하면서도 도덕적 회의감에 불안한 마음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친할머니였다면 두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내 다리가 부서지더라도 친할머니를 앉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은 길에 있는 노인일 뿐이다. 친할머니와 같이 대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불가능 한 것임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느낀 값진 경험이었다. 단순하게 느낌으로만 경험으로만 끝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렇듯 자본과 지식, 가족과 도덕, 불평등과 평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어떻게 하면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니체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답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게 쉽지 않다. 우리 모두는 답을 알고 있지만 그 답대로 살지 못하기에 다른 길이 없는지 기웃거린다. 나의 삶을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회사원이다. 안정적인 회사원이지만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가 부럽고, 자기 사업이나 장사하시는 분들이 내 눈에는 그저 부럽기만 하다. 안정적인 회사원이라고 하지만 사십대 중후반이면 그만두고 나와야 하기에 어려서 부터 장사를 시작할까에 대한 고민과 열망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자. 프리랜서와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는 안정적인 회사원이 부러울 것이다. 이게 삶인 것이다. 상대가 부러우면 후회되는게 바로 삶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니체는 답을 준다. 어린아이처럼 살아라.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디엠! 당신의 손안에는 빛깔 좋은 사과가 있다.

 

나는 탐욕스러운 사람일까? 이러한 생각에 앞서 탐욕의 기준이 무엇을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는데 꿈을 크게 가지는 것과 탐욕의 경계는 무엇을까?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나는 탐욕스러운 사람일까?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이 적지 않게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탐욕은 그 대상을 성취 하였을 때 나혼자만 만족스러운 것 즉, 탐욕은 '나 자신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욕심'으로 정의 내린다. 이 단순한 탐욕의 단어 뜻에 많은 것을 깨우친다. 내가 가진 욕심이 과연 탐욕인지 정당한 욕구인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나를 포함한 최소한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한 성공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며, 많은 이들의 만족과 이득을 불러올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대목은 탐욕이라는 단어 하나의 이해에 그치지 않고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철학의 힘에서 참조한 다른 서적들에도 관심이 생겨났다. 마이클 샌델의 책들을 포함하여, 한비의 한비자, 손자병법, 장자, 공리주의, 칸트 등 이 책의 부분 부분에서 다룬 이야기들에 더 깊은 관심이 생긴다. 김형철 교수의 '철학의 힘'은 철학의 입문서이자 종합편이라고 감히 정의하고 싶다. 입문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해하기 쉽게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으며, 종합편이라고 할만큼 다양한 내용을 다루면서 부족함이 없는 듯한 느낌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그 매력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은 더 성숙한 시민들,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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