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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린다고 인생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 의사 가운 입은 러너가 말하는 달리기 너머의 인생
남혁우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달리기 부상 전문의 의사 러너의 에세이 -
러너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러너 공감 에세이

나는 올해 초부터 6개월 정도 혼자 러닝을 하고 있는 초보 러너다. 초기에는 거의 매일 3km 정도 달리다가 지금 2~3일에 한 번 정도 3~4km 를 달린다. 러닝을 막 시작했을 때보다는 물론 숨이 조금은 트인 느낌도 있고 몸의 근육도 약간은 성장한 듯 하지만 스트레칭을 생략하거나 자세가 좋지 않았을 때 무릎 통증이나 발목 통증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럴 때면 며칠 쉬면서 회복을하고 스트레칭을 통해 극복하기도 한다. 비교적 접근과 실행이 쉽지만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해나가기에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그래서 관련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러닝 자세를 스스로 교정해 가며 나에게 맞는 자세와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 안에 있다.
다만 꾸준하게 지속 가능하게 돕는 필요한 또 하나가 바로 '러닝 격려자'이다. 물론 러닝 동호회나 러닝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도 있지만 나처럼 짧게 3km 정도 건강을 위해 뛰는 입장의 초보 러너가 작은 근육통때문에 전문가를 찾기는 참 쉽지 않다. 나에게는 이러한 러닝 공감 에세이가 일종의 '러닝 격려자'로 활용되고 있다.
<달린다고 인생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은 러닝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례들을 담고 있어 좋았다. 다른 러닝 공감 에세이들과 약간 차별점이 있다면 이 책의 저자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스스로 러너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러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충에 깊게 공감한다는 점이다. 그저 통증이 있을 때 회복을 위해 단순하게 '뛰지 말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이 아니라, 러닝을 하면서 겪는 각종 통증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며 계속 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 매우 다르다. 회복을 위해 달리기를 멈추는 경우 다른 근육 강화 훈련을 알려준다거나 통증의 원인을 고치기 위해 다방면의 확인 등 정말 러너들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의사와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실제 달리기 부상 전문의이자 러너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달리고 싶어하는 러너들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러닝을 시작하고 가졌던 사소한 고민들, 무릎 통증들, 강박과도 같은 생각들이 에피소드들에 녹아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동지를 만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러너들의 공감을 얻는 '러너 공감 에세이' 추천 도서들
세 권 모두 러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었다. 이 책들은 지금까지도 내가 러닝을 꾸준하게 해오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매우 유명한 작가이자 운동을 위해 시작한 러닝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러닝에 대한 이야기. 러너라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에세이.
둘째, <나는 달린다> - 요쉬카 피셔
기안84가 추천한 책, 독일의 정치인인 요쉬카 피셔가 러닝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가는 이야기.
셋째, <삶이 버거운 당신에게 달리기를 권합니다> - 마쓰우라 야타로
40대에 시작해 5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달리고 있는 마쓰우라 야타로의 달리기 권장 에세이까지 아주 공감하며 읽었다.

러닝은 꾸준함이 필요하다. 그 꾸준함의 원동력은 나는 체력이라 생각하는데 러닝이 그 체력을 길러주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러닝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다.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한다거나 한 달 안에 10kg을 뺀다거나 하는 식의 목표 말이다. 달성이 매우 어려운 목표이기에 목표을 완벽히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스스로 실망하고 실패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마라톤처럼 장거리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4번 뛰어도 성공이고, 2번만 뛰어도 아주 훌륭한 성공이다. 10kg이 아닌 1kg을 감량했다고 해도 아주 훙륭한 일이다. 근육이 늘어 몸무게가 늘어날 수 있으나 몸의 군더더기 지방은 빠지면서 건강해졌을 것이다. 1km 의 거리에 도달했다면 나중에 5km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엔 분명 10km에 도달할 것이다.
(나의 개인적 목표는 다른 러너들처럼 서브4나 서브3 또한 half나 full 마라톤 완주가 아니다. 그저 지속 가능한 달리기, 건강한 7km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어떻게 나의 마음이 달라졌을지 궁금해 적어두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중간에 걸었다는 사실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오늘은 걸은 덕분에 끝까지 왔다고 생각했어요.
러닝을 하다가 힘들어서 걸으면 마치 실패한 듯 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에게 패배한 것만 같고 저번보다 체력이 떨어진 것만 같다. 다른 러너가 나를 추월하면 진 듯한 느낌이다. 나 역시 뛰는 중에 비슷하게 느꼈다. 묘한 경쟁 심리가 작용하는 사람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 3km 뛰는 중에 한 번도 걷지 않기를 목표로 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날의 몸 상태나 페이스에 따라 더 힘들어서 걷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힘들 때는 걸어도 된다고 의사 처방을 받는다. 러닝을 하다보면 이런 강박적인 족쇄를 스스로 채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지속적인 달리기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건강하게 오래 달리고 싶다면 먼저 천천히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조금 빠르게 달려도 괜찮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의 완벽한 속도가 아니라 여러 속도를 오갈 수 있는 몸이다.
나는 6개월 정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으나 5km에 아직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3km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며 3km만 달려도 충분히 힘들고 숨이 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의외의 부분을 만났다. 천천히 달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기는 했다. 존2 달리기를 통해 장거리 몸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자연스럽게 달리는 법'에서는 아내의 페이스에 맞추기 위해 천천히 달리다가 오히려 통증이 생겨난 사례로 나에게는 매우 놀랍고도 새로운 부분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것과 천천히 달리는 것에 전혀 다른 매커니즘이 적용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3km를 달리는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더 천천히 오래 5km 이상을 달리는 도전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게 나는 14년 동안 꾸준히 달렸다. 돌이켜 보면 그 때의 신경 손상을 동반한 디스크 탈출증은 단순한 질환이 아니었다. (중략) 목 디스크는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멈춰 세웠고, 동시에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았고 목 디스크로 인한 수술을 고민 중에 있었다. 그러다 형의 충고로 달리기를 했고 서서히 통증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꾸준히 지금까지 달려 오고 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하는 나에게 운동은 사치라 생각했고 귀찮았다. 40대가 되어 무너진 근육, 어깨와 허리 통증으로 고민하다가 기안84를 필두로 한 전국민 러닝 열풍에 나도 살짝 동참했다. 그렇게 몸의 통증은 서서히 잦아 들었고 이제는 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그래서 달리기를 통해 얻는 몸의 변화가 매우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회복하고, 보강 운동을 하고, 부상없이 꾸준히 달리며 건강한 마음과 여유, 그리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 그것들이 모여 더 오래, 더 강하게 달릴 힘이 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 갔다.
현재 건강하게 달리기가 목표인 나에게 항상 기억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더 빨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순간 달리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왜 그렇게 기록에 목마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 속 한 켠에 언젠가는 마라톤 풀코스 참여라는 작은 목표가 숨어있긴 하다. 러너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더 빠르게 달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욕망을 잘 다루고, 욕심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