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0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8월
평점 :
* 문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최고 걸작 소설! - 뉴욕 타임즈-

사실 이 짧은 서평 안에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가치를 담아 내기는 쉽지 않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야 그 가치를 더욱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상당히 분량이 있는 편이며 장황한 대화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심취해서 읽다보면 푹 빠져드는 재미와 묘미도 했다. 스토리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구성이다.
초반에는 살짝 지루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등장하고 서로 만나게 되며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두 남자 사이의 관계를 사랑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처음엔 이 단어 표현들이 당혹스럽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와닿지 않았다. 문맥상 깊은 우정의 남자 둘 사이의 악수나 다독거림 정도로 판단되는 부분에서 애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 이 또한 이질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지와 사랑'과 동일한 책이다. 즉,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남녀간의 사랑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깊은 우정 이상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도 우리가 사랑이라 표현하는 것처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사이의 사랑은 서로 존경하고 존중하며 특별하게 깊은 우정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저는 당신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이시여, 당신은 세상을 사악하게 만드시고 사악한 질서 속에 놔두고 계십니다. 저는 집마다 골목마다 시체가 깔린 것을 제 눈으로 봤습니다. 부자들이 자신들 집에 축대를 쌓거나 도망치는 것을, 가난뱅이들이 형제들을 묻어주지 못하고 그냥 팽개쳐두는 것을, 그들이 서로 의심을 품고 유대인들을 가축처럼 때려죽이는 것을 (중략) 우리를 몽땅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작성이시나요?
골드문트가 상당히 매력적이며 미남이라는 점에서 처음엔 뭔가 미덥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그런 인물이 있지도 않고 연예인 중에서도 상당히 잘생긴 축에 속하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기에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설정이어야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갈 수 있기에 어쩔 수 없겠다는 빠른 합리화가 이루어졌다. 주인공이 주인공 다워야 이야기가 재미있을거다. 어디에서나 사랑을 받고 여인들이 홀라당 넘어가기에 골드문트의 방랑기가 참 재미있게 보인다.
나르치스는 질서를 지키고 금욕과 이성이 중심인 수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골드문트는 이와는 대조되는 삶을 살았다. 감정과 본능에 충실하며 사랑하고 예술가의 삶을 산다. 이 두 사람의 대화 안에서 상당히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간다. 정답이 있다기보다 그저 다른 각자의 삶이라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중심에는 골드문트의 어머니가 있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여성이었고 방탕한 삶을 살았기에 평이 좋지 않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부정적 평가를 했고 골드문트는 이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골드문트의 삶은 어머니의 삶과 많이 닮아았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이러한 결핍은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고 그 결핍을 채우는데 혈안이 된 것처럼 보인다. 여인들을 통해서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했던 골드문트가 아니었을까.
시녀가 아닌 아그네스가 하얀 털가죽 깃을 단 연한 하늘색 옷차림을 하고 들어왔다. (중략)
"당신은 도대체 어디서 날아왔죠? 아름다운 새여, 당신은 군인인가요? 아니면 떠돌이 광대인가요? 혹은 가련한 나그네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당신이 바라는 모든 것이오." 그는 껄껄 웃었다.
골드문트는 매우 매력적이고 잘생긴 청년이다. 매력적인 곱슬머리에 목소리도 좋아서 만나는 여인들마다 그에게 빠져든다. 유부녀든 처녀이든 두 자매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흠모한다. 골드문트는 가진 것 없고 집도 없는 뜨네기 여행가이자 떠돌이 학생이건만 이 잘생긴 청년을 여인들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배고프면 빵과 우유를 기꺼이 내어주고 몸도 마음도 내어준다.
수도원에서의 생활에서 도망나와 떠돌이 인생이 시작되었다. 노숙을 하거나 헛간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농부를 만나거나 안락한 성에서 머물기도 했다. 눈이 내리는 겨울 성에서 쫓겨나 떠돌이 동료인 빅토르를 만나 위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골드문트는 점차 성장해 나간다. 스승 니클라우스를 만나 예술가의 기질을 발견하고 원하는 작품을 완성시켰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조각 작품에 담아내었다. 나르치스의 모습을 담아 작품에 요한이란 불렀다. 재능을 인정 받아 자신과 함께 하자며 스승은 권유했으나 골드문트는 다시 떠나기로 방랑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다시 방랑의 시간 속에 흑사병으로 죽은 이들을 목도한다. 수많은 이들이 흑사병으로 인해 쓰러졌고 고통 속에 죽어감을 보았다. 흑사병의 잔해들 사이에서 만난 레네와 집을 만들고 함께 살아간다. 그러다 레네에게 병과 죽음이 찾아왔고, 골드문트는 다시 떠난다.
골드문트는 귀족의 여인 아그네스를 만나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그간 농익은 골드문트의 유혹으로 아그네스와 사랑에 빠진다. 밤중에 궁성에 잠입해 백작의 애인을 만나다 백작에게 도둑으로 몰리며 체포되었고 교수형의 위기에 처한다. 그렇게 생을 마감하는가 했으나 뜻밖의 인물과 재회한다. 바로 나르치스였다. 나르치스의 권유로 그렇게 골드문트는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물론 수도자의 삶이 아닌 손님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리아상을 만든다.
"하지만 나르치스, 당신은 어머니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죽을 작정이오?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할 수도 죽을 수도 없소."

인간은 하나의 삶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길을 걸었으나 결국 하나의 진실에 닿는
두 영혼의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정신의 순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