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즐거운 지혜 - 니체와의 산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오광일 편역 / 유아이북스 / 2026년 8월
평점 :
* 유아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삶이 무거운 우리가 니체에게 던지는 질문들
니체의 철학은 매우 보편적이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의 책을 찾아 읽다보면 기대 이상의 높은 난도에 당황하곤 한다. 니체의 철학에 한 걸음 다가서려 한 호기로운 도전이 좌절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번 궁금하다. 그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책들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으며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니체의 철학에 한걸음 다가서고 싶은 욕망이 늘 들끓는다.
<즐거운 지혜 - 니체와의 산책> 은 니체의 철학이 어려울 것이란 두려움이 가득한 이들에게 '두려워 하지 말라'며 손을 건네는 책이다. '나'와 '니체'의 대화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니체의 철학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즐거운 지혜>는 <즐거운 학문>와 뿌리가 동일한 책이다. 원서 제목이 Die fröhliche Wissenschaft 이다. <즐거운 지혜>에는 원서의 내용에서 전반적 이해를 어렵게 하는 문장과 일부 장이 삭제 및 보완 되었다 한다.

인간은 '해야 한다'와 '왜냐하면'이라는 이유를 붙여야만 살 수 있는 동물이 되어버린 거야. 삶의 이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지.
얼마 전에 읽었던 <흔들릴 때마다 빅터 프랭클을 읽었다>에서 빅터 프랭클의 철학을 만났는데 인간은 의미를 갈구하는 존재이며 의미있게 살기 위해 산다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장 첫 장에 언급된 니체의 철학과도 연결이 되어 참 흥미로웠다. 여기에서 니체는 "웃음과 이성, 자연은 결국 목적을 가르치는 자들보다 오래 살아남았지'라고 말한다. 인간이 웃음과 즐거운 지혜, 비극이 함께 어우려져 인간이 살아간다 말한다.
고통 없이는 진정한 쾌락을 알 수 없어. 철저하게 깊은 고통을 경험한 자만이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느낄 수 있어. 고통의 깊이가 깊을수록,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쾌락도 더 깊어지거든. 에피쿠로스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던 위대한 영혼을 가졌어.
사실 고통과 쾌락의 관계에 대해 선뜻 이 의미가 와닿지 않았으나 어쩌면 우리는 사실 경험적으로 익히 알고 있다. 군대에서 힘들었던 고통의 시기를 지나 사회에 나왔을 때의 쾌락, 취업난의 고통에서 허덕이다 드디어 만나게 된 면접의 기회에서 느끼는 쾌락,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아기와 만났을 때의 행복 등 고통이 큰 만큼 이룬 성과의 쾌락은 그 어떤 기쁨과 견줄 수 없다. 취업난의 고통의 과정이 깊으면 깊을 수록 힘들게 얻은 직장에 깊은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감사함이 오래 가기란 또 다른 부분이겠지만... 고통의 과정을 통해 얻은 성과는 진정한 쾌락으로 다가오며, 우리가 현재 이룩한 성과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성을 사로잡는 포인트는 따로 있어. (중략) '은근하면서도 차분하고 여유 있는 다정함'이야. 너무 서두르거나 감정을 쏟아내면 안 된다는 거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편안하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사람에게 더 강하게 끌리는 거라고.
20대에 니체의 철학을 알았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니체가 사랑의 기술까지 알려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30대가 될 즈음 경험적으로 알게된 사랑의 기술이 140년 전 이미 니체는 깨닫고 <즐거운 지혜> 책에 담아 놓았다는 생각에 지혜와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다. 당신이 얻고자 하는 지혜는 이미 대부분 과거의 선배들이 이미 경험했고 책에 담겨 놓았음을 기억하자. 사랑을 얻고 싶다면 조급함을 버리고 여유를 가져야 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
"신이 어디로 갔냐고? 내가 말해주지! 우리가 그를 죽였다.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신을 죽였다.! (중략) 내가 너무 일찍 왔군. 아직 때가 아니야. 이 엄청난 사건은 이미 일어났지만 아직 사람들의 귀에 닿지 않았어. 번개가 친 뒤에도 천둥소리가 들리고, 별빛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눈에 닿는 법이지. 신의 죽음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은 이미 그 일을 저질렀지만, 아직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니체의 한 마디 : 신을 죽인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65. 우리가 신을 죽였다 (p 153-154)
'우리가 신을 죽였다' 에서는 '미친 남자'가 등장한다. 니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 기억난다. 사실 이 내용만으로 온전히 그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좀 찾아봤는데 과학이 발전해 나가면서 종교적 세계관의 권위가 약해지는 시기였고, 이로 인해 선과 악의 기준부터 삶의 의미에 대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사람들에게 니체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였다. 우리의 기준으로 봤을 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사람들은 죽음에 사로잡히기보다 삶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지. 그래서 그 모습이 슬프면서도 기쁘게 느껴져. 나는 사람들이 죽음보다 삶에 더 깊이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라네. 삶이라는 생각이 지금보다 백배는 더 가치 있는 것이 되기를 말일세.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그럴 때마다 뚜렷한 답을 얻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어야 한다는 결론이있다. 다만 니체의 죽음에 대한 대답을 듣고나니 죽음에 대한 생각에 치우치기 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백배 더 가치있다는 말이 나를 환기시킨다. 사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삶이 더 재미있고 활기차게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는데 하릴없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시간을 죽이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를 생각해야겠다.

요즘은 에세이 책보다 철학 책에 더 손이 가는 듯 하다. 마음을 다독여 주는 에세이 책들은 F의 위로라고 한다면, 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이겨낼 수 있는 직언이 담긴 철학 책은 T의 조언으로 여겨진다.
T의 조언이 더욱 내 마음의 고통을 떨쳐 내는데 도움이 됨을 느낀다. '그래도 괜찮아'라는 에세이의 다독임은 나를 나태하고 합리화 시켜버리는 게으름뱅이로 만들지만, '그 고통은 필요한 거야'라고 말하는 철학의 강인한 말이 내 정신을 번뜩이게 만든다. 물론 사람마다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는 상황에 따라 다름은 부정할 수 없다.
<즐거운 지혜>처럼 가벼우면서도 깊은 내용이 담긴 철학 책이 매우 반갑다. 철학 책이 어려우면 잘 읽지 않게 되고 금방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오늘 니체와의 산책은 내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