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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평점 :
* 크레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융의 심리학과 관련된 서적을 처음 읽는다. 융 심리학이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뭔가 어렵게 느껴져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서바이벌 리포트>는 융의 심리학에 아주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 융 심리학 입문서라고도 볼 수 있는데, 기대 이상으로 쉽게 술술 익히고, 만약 당신이 중년에 접어든 방황기에 있다면 이 책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책의 구성이 기존의 책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주인공 노먼이 융 심리학 전문 상담가와 상담을 하며 조금씩 치유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잠시 내가 노먼이 되어 심리상담을 받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은 노먼이지만 이 책은 심리상담가의 측면에서 서술되고 있다. 심리 상담가가 노먼을 어떻게 진단하고 융 심리학의 어떤 부분과 연결지을 수 있는지 차분하고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어머니 콤플렉스, 아니마, 푸에르, 세넥스 등 융 심리학에서 중요한 용어들이 있어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해하기 쉽게 노먼의 상황과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기에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노먼은 아주 평범한 중산층 남성으로 보인다. 아내 낸시를 사랑하지만 관계의 골이 깊다.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들과 쉽게 관계를 맺는다. 아내 역시 외도를 하는 것 같다. 직장에서는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의 내면은 치유가 필요하며 아내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 심리 상담을 해나가면서 노먼은 차츰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고 치유의 길을 걸어 간다.

몇 가지 퍼즐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노먼은 그 나이대에 많은 남성들처럼 '분열된 아니마'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아니마는 어머니 유형의 아니마로, 안정성과 정서적 안전을 상징하는 여성의 내면 이미지다. 이 첫 번째 어머니 유형의 아니마를 아내에게 투사한다. 두 번째 아니마는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인 아니마다. '뒤쳐진 자는 악마가 데려가든지 말든지 내버려두라'라는 식으로, 각자도생하라고 말하는 거침 없는 아니마다. (중략) 그가 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여자에게 자동적으로 투사한다.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이미지'를 아니마라 한다. 나도 모르게 끌리는 그 무의식이 아니마와 연관되어 있다는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노먼의 사례를 통해 아니마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과정이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추상적인 개념이기에 그런 듯 하다. 나의 아니마는 어떤 형태인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나의 성향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의 감정에 대해서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잘 어루만져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나는 왜 노먼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지 점점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는 자아와 그림자 사이의 분열을 겪고 있다. 사실상 노먼의 자아는 그의 페르소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페르소나 그림자의 분열이라 부를 수도 있다. 그런 가운데 그의 아내는 노먼 자신도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노먼의 그림자를 닮은 남자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
그림자와 페르소나 간의 갈등, '그림자의 분열'과 관련된 내용에 나의 그림자에 대해 생각해본다. 스스로 정신적인 건강 상태에 있다고 생각된다면 쉽사리 그 그림자를 인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그림자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또한 지금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그림자의 존재를 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이 첫번째, 그 그림자와 페르소나 사이의 협상의 과정을 통해 그림자를 통합할 수 있다고 한다.
푸에르와 세넥스,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은 서로 반대되는 극단처럼 보이지만, 살면서 우리는 그 모든 인격이 필요하다. (중략) 중년의 위기를 겪는 푸에르가 언젠가는 성숙한 세넥스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중략) 노먼은 이 모든 유형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가? 그는 적어도 한 발은 푸에르, 즉 영원한 소년의 캠프 쪽에 담가두고 있다.
중년에 접어든 우리는 성숙한 세넥스로 나아가야함을 이해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영원한 소년이란 뜻의 푸에르가 존재한다. 푸에르가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무언가를 시작하는 힘이기도 하나 회피와 공상의 단점도 존재한다. 이상적이라지만 우리는 이 둘에 적절한 융합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에게 푸에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성숙한 세넥스를 겸비한 사람인지를 고민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