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수놓은 사색의 시간
김지원 지음 / 그로우웨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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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수놓은 사색의 시간

마음의 위안과 위로를 얻는 에세이




한 때는 에세이를 즐겨 읽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나눈다는 느낌도 들고, 글에 담긴 다양하고도 깊은 생각에 감탄도 하고, 그 따스함에 포근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슬슬 에세이에 나도 모르게 싫증이 생겼다. 처음 에세이를 만났을 때의 설렘보다 에세이 책들의 비슷비슷한 느낌으로 인한 거부감이 쌓였다. 그렇게 한동안 에세이를 멀리했다. 그러다 요즘 마음의 고민과 걱정이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홀리듯 에세이 책 하나를 펼쳤다.

2025년 한 해를 보내는 연말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연초에 읽기 좋은 에세이다. 누군가의 생각을 조심스레 보고, 듣고, 수놓는 이 시간이 일종의 치유이며 위로가 된다.

처음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이 책에 수록된 모든 그림들이 그저 귀엽고 몽글몽글한 느낌의 그림들이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그림들이 김지원 저자의 자수 작품들이다.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는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자수의 장르만이 가진 따스함이 그림에 담겨 있다.


어렸을 적 하루 일과 중 가장 기다린 것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를 마중 나가는 일이었다. (중략) 내 손을 꼭 잡고 슈퍼에 들러 여러 채소와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중략) 어렸을 적 내 표정처럼. 엄마에게 다가가 괜히 왜 나왔냐고 투덜거렸지만 우리는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두 손을 꼭 잡고 역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 먹고 엄마가 좋아하는 빵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마중, 그 설렘 (p15)

<마중, 그 설렘> 을 읽고 나니 일상의 작은 소중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작은 행복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있지 않은가를 돌아봤다. 어릴 적 엄마를 마중 나가는 일에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지금 내가 누군가를 마중나가며 행복을 느끼는가에 생각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이 가운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행복이 될 수 있음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이 짧은 글을 읽고 나는 큰 깨달음을 얻고, 내 삶을 뒤돌아 본다. 행복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깃든 좋은 글이다. 나도 모르게 에세이에 이끌려 책을 펼쳐 읽는 이유일 것이다.



진심이라는 단어를 왠지 거창하고 특별한 것처럼 여겨왔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려깊은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에 잔잔하게 스며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심 (p31)

<진심>에 담긴 진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저자는 다정한 눈빛, 감사의 마음, 기다려 주기, 공감하기 등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작용하고 따스함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가 아직도 서툴고 평생 어려울 것만 같다. 새해에는 조금 더 나은 내 자신이 되었으면 한다. 진심이 담긴 사려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는 산책을 아주,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하루 동안 여러 생각으로 시끄러웠던 머리를 식히기 위해 초저녁에 하는 산책을 가장 좋아한다. (중략) 익숙한 곳을 지날 때는 정겨움에 편안해지고 새로운 곳에 다다랐을 때는 호기심에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나를 얽매고 있던 문제들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된다.

산책 (p47)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가 공감할 듯 하다. 가볍게 산책을 하며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산책은 익숙한 길에서 새로움을 찾는 과정과 같다. 우리 동네에 이런게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새로운 발견을 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추운 겨울 날씨에 산책을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날이 따스해지면 좀 걸어야겠다.

아주 예전에 출근길마다 들었던 라디오 프로가 있었는데 진행자분이 매일 해주던 인사말이 묘하게 힘이 나서 그 시간만은 귀 기울여서 들었어요. 오늘은 듣기만 했던 추억 속 인사를 저도 해봐야겠어요.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

하루의 시작 (p82)

이 '오늘 하루도, 당신 거예요'라는 말을 곱씹는다. 묘하게 힘이 난다는 표현이 참 와닿는다.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은은하게 힘을 주는 말이다. 살짝 찌그러져 있던 나의 마음가짐을 누군가 매만져 주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별 것 아닐 수도 있을 이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힘을 얻고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받는다.

어쩌면 익숙함 속에 머무는 것이 편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계에 닿은 불편함을 잠시 견뎌낸다면 새로운 힘이 생기게 된다. 그 힘으로 또 다른 오르막을 마주했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견디는 힘 (p113)

이 에세이 안에서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밝고 명량했던 어린 아이가 지금은 내향적 기질로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렵다고 말한다. 회사 생활을 했었고 지금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다. 한걸음씩 나아가는 과정 안에서 주변 사람들의 따스한 응원을 받으며 용기를 얻고 또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멋있고 이런 책을 낸다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무언의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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