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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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도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포브스,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최고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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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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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과학 시간의 생물은 우리에게 그저 하나의 수능 과목이었다. 즐기는 대상이 아닌 익혀야 하는 학문의 일종이었고, 문제를 풀기 위해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이었다. 최근 과학 분야에서 유튜버 궤도님은 과학을 쉽고 재미있는 입담으로 알려주시는 분인데 이 책의 서두에 궤도님의 추천사로 시작된다. "유전자가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인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든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미공개 악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p6)" 라고 핵심이 되는 내용을 짚어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는 거다. 부담이 전혀 없다. 생물, 과학이 점수를 받기 위해 이해하고 외워야 하는 학문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을 읽듯 마음 편히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이었나 싶다. 물론 과학이라는 게 일반인의 입장에서 깊이 파고 들수록 어렵지만 또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이 과학이다. 뇌 과학, 즉 우리가 흔히 지능을 측정하는 IQ 검사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 정도의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부담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할 뇌과학 도서"라며 포브스에서는 추천한다. 내가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잘 키울까를 고민한다. 아이들마다 키우는 환경은 비슷한데 타고난 기질이나 생각이 판이하게 달라 많은 부분 유전적 영향이 있음을 실감한다. 나를 똑닮은 아이가 내 성격까지 닮은 듯 하여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씩 궁금증이 생겨났다. 아이의 가능성을 어떻게 활짝 열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 유전적으로 얼마나 나를 닮았을까, 더 좋은 환경으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방법은 무엇일지, 어떠한 경험을 하게 할 때 아이에게 좋을지 등 아이를 바르고 현명하게 키우고 싶은 한 부모의 심정에서 이 책의 내용이 심히 궁금했다.


책이 많은 집에서 자란 아이의 IQ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독서량에 따라 IQ도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물론 개인적으로는 독서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편이다. 이와 별개로 그러한 상관관계는 단순히 IQ가 높은 부모의 집에는 많은 책이 있을 테고, 그들이 높은 IQ를 자녀에게 물려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사회학적 상관관계는 유전적일 수 있는, 사실상 유전적일 확률이 높은 요인과 얽혀 있어서 해석이 매우 복잡하다.

제 2장 유전의 세계 (p60)

평소 궁금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책에 언급되어 참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해서 집에 책이 많은 편인데, 어린 시절에 집에 책이 많지 않았고 많이 읽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의 어린 시절의 환경이 책을 좋아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책에 대한 갈증이 발현된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주자는 결심때문에 원하는 책을 사주어 집안 어디에서든 책이 손에 닿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완벽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유전적 요인이냐 환경적 요인이냐를 두고 확실하게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 두 가지 모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IQ가 낮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높은지도 잘 모르겠고, 아이의 IQ는 아직 측정할 단계의 나이도 아니기에 어린 시기에 책을 많이 접해 IQ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한 사람의 손잡이 성향을 보여 주는 두 가지 결과를 상상해 보자. 누군가에게는 오른손잡이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매우 깊고 입구도 넓어서 공이 거의 항상 그쪽으로 빠질 것이다. 이때 돌덩이를 100번 굴린다면, 왼손잡이 쪽 골짜기로 빠지는 횟수는 고작 한두 번뿐일 것이다. 반면 실제로 왼손잡이인 사람이라면 지형이 다르게 형성되어 왼손잡이 방향으로 이어지는 골짜기로 향하기가 더욱 쉬워지면서 10~20번은 그쪽으로 굴러갈 것이다.

이는 손잡이 성향 외에도 뇌전증이나 자폐증, 조현병과 같은 임상 결과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들 질환의 유전 역시 확률적으로...

제 4장 똑같은 것은 없다 (p127)




수정란에서부터 사람의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 몸의 세세한 부분들이 만들어지고 결정되는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한다. DNA에 돌연변이가 생겨날 수도 있고, 어떠한 잡음에 의해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유전적 성향, 질병 역시 공을 던져 어떠한 한쪽 골짜기로 빠지는 것처럼 결정되어 지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공이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문득 지금 이렇게 한 사람의 몫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골짜기를 굴러가는 공이 예상되는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참 운이 좋게도 유전 질환이 없는 골짜기로 갔다는 것이 새삼 경이롭기도 하다. 내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그깟 IQ 점수가 대수인가 싶기도 하다.

IQ 검사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니며, 그동안 다양한 인구 집단의 수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중략) 평균 점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상승한 것이다. ...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행 능력이 향상된 덕이다. 따라서 이 현상은 최초 발견자인 제임스 필린의 이름을 따 '플린 효과'라고 부른다. ... 더 나은 영양 상태, 전반적으로 향상된 산모 및 아동 건강 등이 포함된다. 이 모든 요인이 두뇌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었다고 본다.

제 8장 사고의 진화 (p265)

플린 효과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매우 흥미롭다. 영양 및 건강 상태, 교육 수준의 차이가 IQ 점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볼 때 환경적 영향이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가 경쟁력은 사회의 교육 수준과도 연결이 되기에 교육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국가 전반적 IQ가 올라가는 현상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적인 부분이 영향력이 적다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으로 잠재력이 내재하고 있고 환경적인 여건이 마련된다면 그 지능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상태가 아닐까.

알면 알수록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유전적 요인이 큰 것 같으면서도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한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참 복잡하고도 아리송하다. 그렇기에 이 뇌과학 분야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과학자들이 궁금해 하는 게 아닐까.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천재성이 돌연변이의 효과라고 보는 측면이다. 천재가 나온 친척들이 모두 높은 IQ를 가지지 않고, 가족들이 대부분 평범하다. 일부 자폐성, 서번트 능력 등으로 보아 천재성은 일반적이지 않은 형질의 발현으로 보는 것이다. 뛰어난 인물이 일란성 쌍둥이어야 같은 천재성을 보이는지 검증이 어느 정도 가능한데 이런 사례가 없으니 검증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란성 쌍둥이가 서로 다른 성별일 때, 한 명이 동성애자라도 다른 쌍둥이의 성적 지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뇌의 남성화와 여성화가 서로 별개인 유전자 집합에 따라 조절되는 능동적 과정이라는 견해를 뒷받침한다. 다시 말하면 이성애가 기본값이 아니며, 독립적인 두 가지 상태가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경로에 영향을 주는 돌연변이는 대부분 다른 경로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제9장 그와 그녀 (p312)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다. XX염색체와 XY염색체로 구분되어 진다. 남성과 여성이 뇌가 형성되는 과정부터 그 차이가 확연하며 발달되는 부위도 상당 부분 다르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남자는 더욱 남성스럽게 여자는 더욱 여성스럽게 성장한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 동성애와 관련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결론적으로 성적 지향의 차이를 유발하는 유전적 변이 대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몇몇 이론적인 가정은 존재하지만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어느 정도 유전적 영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초기 단계서 호르몬 신호 변화로 인한 영향일 것이란 부분에 높은 가능성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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