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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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녀를 지키다

완성도 높은 소설, 콩쿠르상 수상작


치오 알베르토가 나를 내려다봤다. 나는 그가 뭐라고 불러주면 좋겠냐고 물어 올 테고, 그러면 <미모>라고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전에 부모님이 내게 붙여 준 별명, 그러고도 70년 동안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 여전히 사용하게 될 그 별명을.

p29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가 왜 콩쿠르상 수상작인지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감동과 여운이 길게 남는 웰메이드 소설이다.

영화감독 출신의 소설가, 3편의 영화와 그의 다른 소설 2권도 궁금해 정보를 적어본다.

{영화}

    • 데드 엔드 (Dead End) - 각종 상 수상, 데뷔작

    • 빅 나싱 (Big Nothing, 2006)

    • 눈물의 형제들 (2013)

{소설}

    • 나의 여왕 (2017) - 페미나상 등 문학상 12개 수상

    • 악마와 성도 (2021) - RTL-리르 대상 수상

프랑스어에서 한글로 번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표현들이 매우 위트있고 매력적이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그 이유를 추측할뿐인데 유독 프랑스에서 온 작품들이 표현이나 서술 방식에 있어 이질감이 없어 가독성이 좋았다. 번역가들의 능력이 좋아서인지 프랑스어가 한글과 유사한 부분들이 많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한장씩 넘길 때마다 재미있어 그 뒷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는 매력이 깃든 소설이다.



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겁니다. 사제는 그 말에 담긴 아이러니를 놓치지 않는다. 그녀는 거기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있죠. 그녀를 볼 권리가 아무에게도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야.

p47

190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천재 석공예가 미모의 본명은 미켄란젤로 비탈리아니다. 그는 태어나서부터 왜소증(난쟁이)을 가졌으며 미모라는 별명으로 불리길 원한다. 영재인 비올라는 부유한 오르시니 후작 가문의 막내딸이다. 한 번 읽은 것은 모조리 외우는 천재인 그녀는 자유를 갈망한다. 그런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함께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가난한 석공예가 미모의 성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응원한다. 비올라는 미모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분 사회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다. 그들의 우정과 열정은 이러한 제한적인 사회의 통념에 맞선다. 비올라는 날아보는 것이 꿈이라 한다. 어쩌면 이 맹랑한 생각을 미모와 친구들이 실현시킨다. 자유를 향한 갈망의 대가는 컸다. 돌풍으로 인해 그녀는 추락하고 부상까지 당했다. 미모와 비올라는 서로 헤어지고 나중에 우연히 재회한다.



팔레르모가 돌아오자 오르시니 가문은 나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만찬을 준비했다. 15년 전 엉덩이를 내놓고 채찍질을 당했던 사내아이의 복수는 완벽했다. (중략) 나는 최고의 의상을 입고 손목에는 카르티에 시계를 차고 만찬에 갔다.

p402

곰 조각으로 귀족들에게 재능을 각인 시켰으나, 피렌체 공방에서 단순 돌 쪼개는 일을 하게 된 미모는 그곳에서 빈민의 삶을 경험하고 현실을 깨닫는다. 우여곡절 끝에 피에트라달바로 돌아간 그는 탄탄한 재능을 바탕으로 성공의 가도에 오른다.

소설의 주요한 맥락 중 피테타 석상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석상을 본 이들은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나중에 드러나는 진실에 대해 긴 여운이 남는다.

이탈리아는 무솔리니 치하에서 파시즘이 득세하며 혼란에 빠진다. 이탈리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스테파노, 프란체스코, 귀족 가문의 모습 등 소설을 더욱 묵직하고 탄탄하게 한다.

그 누구도 나에 대해 아무 짓도 할 수 없어. 난 모든 걸 겪었어. 누가 나를 가장 아프게 한 줄 알아? 나야. 나도 그들 식으로 해보려고 애쓰다가, 그들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다가. 내가 지붕에서 뛰어내렸을 때, 미모, 내 추락은 고작 몇 초가 아니었어. 그건 26년 동안 계속됐지. 이제야 그게 끝나는거야.

p595

누군가에게는 안전과 보호라는 단어가 다른 이에게는 감금과 억압이 된다. 피에타 석상 역시 보호하기 위해 유폐하는 것이라는 말로 감춰진다.

부자 가문의 명석한 비올라는 자신의 자유를 갈망하며 가족과 사회에 투쟁했으나 결국 패배하였고, 가난한 왜소증의 미모는 자신의 투쟁에서 성공했다. 이 둘의 사회에 대한 외침의 결과는 매우 다르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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