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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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제한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타파와 우리 사회의 회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



가난은 가시화 되지만 슈버 부자의 부는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부분이 매우 공감된다. 길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노숙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슈버 부자는 높은 울타리와 그들만이 사는 지역에서 외부인이 차단되기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접근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슈퍼 부자가 완전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슈퍼 부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부를 축적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들에게 부를 더욱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한없는 부의 축적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라는 의문을 하곤 했지만 관련된 책이나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잉그리드 로베인스의 <부의 제한선>은 이런 나의 가려움을 해소해 주었다.

팬데믹이 정점이었던 2020~2021년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 400명은 자산이 40%나 늘어 총 4조 5,000억 달러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소기업들이 도산하는 동안 가장 큰 테크 기업 여섯 개의 시장 가치가 4조 달러나 증가했고 천만장자 24명이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섰다.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죽고 수십억 명이 고통받는 동안 가장 부유한 이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다.

p239



1장 얼마나 많은 것이 너무 많은 것인가

슈퍼 부자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부터 논점이다. 나라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나라마다 돈의 가치가 상당히 다르며, 사회 보장 제도가 탄탄하게 뒷받침되는 나라는 개인적인 자산이 크게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는 지역에 따라 달리질 수 있다. 도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시골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단번에 느껴진다.

100만 달러(약 130억원) 혹은 500만 달러(약500억원)의 자산, 100만 유로(약15억원) 혹은 220만 유로(약 33억원)이 슈퍼 부자와 부자를 구분 짓는 선인 '부유선'의 한 예시로 볼 수 있다. 부자가 아닌 우리에게 체감되지 않는 금액이기에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다가도, 정부나 기관에서 어떠한 정책을 펼치고자 할 때 이 기준선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1000만 (유로/달러/파운드 여부는 중요치 않다) 을 부유선으로 제안하고 있다.

2장 극단적인 부는 불평등을 심화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계속 빈곤에 묶어둔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의한 세계 경제의 성장은 전 세계의 부를 증가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부가 전 세계의 전 계층에 고루 퍼졌다고 주장하는 통계 수치를 우리는 믿었다. 그러나 이는 통계적 장난에 불과했다. 1달러가 전부인 최하위 계층의 사람에게 1달러의 수익은 100% 수익 증가지만 최상위 부자에게 1달러는 0.0001%도 되지 않는 미미한 돈에 불과하다. 이렇듯 퍼센트 결과만 놓고 부가 고루 증가하였다는 통계는 사기와 다름없는 눈속임이었다.

트리클다운 효과에 대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부자 감세는 자본 증가를 불러오고, 자본 증가는 일자리 창출 및 부의 분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많은 연구 결과로 보아 현실에서는 부자 감세가 소득 불평등의 심화를 일으키고 경제 성장 및 실업률 감소에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한다.

3장 극단적인 부는 부정한 돈이다

과거의 노예제에서 축적된 돈이 현재까지 이어져 부자들의 근간이 된다. 과연 도덕적으로 순수무결하다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친일로 부를 축적한 부분과 닮아있다. 독재적 지도자들의 부 역시 부정한 돈이다. 푸틴과 그의 측근들, 이탈리아 정치적 부패 등의 예시가 있다.

제약 회사의 비도덕적 부의 창출, 금융 위기에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기업들, 인도에서 발생한 보팔 참사의 예시, 유명한 노동 착취의 아이콘 기업 아마존, 늘어만 가는 기업들의 탈세 (조세 회피 및 조세 포탈) 등의 다양한 예시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4장 극단적인 부는 민주주의를 잠식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정치의 연결고리는 떼어낼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른다. 부자들은 정치 후원금을 기꺼이 낸다. 우리는 모두가 안다. 그 후원금이 단순한 후원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돈에 밝은 부자들이 아무런 대가없이 정치 후원금을 낸다는 사실은 모순이다. 정치와 언론에 영향력을 미치는 부의 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부자들은 차선책을 위해 영주권 구매한다. 돈이 없는 이들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돈으로 쉽게 영주권을 얻는 일은 민주주의에 걸맞지 않다.

5장 극단적인 부는 지구를 불태운다

탄소배출 및 환경문제는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겉으로 환경을 위하는 정책을 지지하고 관여한다지만 실제 부자들의 탄소배출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수많은 세컨 하우스를 소유한 부자들, 개인 비행기며 헬기로 배출하는 탄소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킨다.

탄소배출을 제한하기 위한 몇몇 아이디어가 제안된다. 개인당 탄소 배출 허용치 연간 1.5톤 제한을 두는 방식, 오염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등이 있으나 불평등한 현재의 부의 상태에서 오히려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현재 부를 소유하고 있는 세대는 그 부의 대부분을 자신이 선택한 상속인에게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조세의 수많은 구멍, 몇몇 나라에서 상속세와 유증세 페지, 조세 피나처 및 국제적인 재무 조작 기법의 사용, 그리고 막강한 재산 방어 산업 모두가 노년의 슈퍼 부자들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p206


6장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부의 불평등의 시작은 상속이다. 단순히 운으로 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부의 상속에서 상속세가 많다고 부자를 걱정하는 댓글을 볼 때면 참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자유가 다른 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기회의 평등을 훼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을 가하도록 사회는 설계된다. 상속이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단순하지가 않다.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의 적절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내용은 그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높아야 된다고 믿는데,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보수의 차이가 일의 힘듦에 의해 결정되어야 맞을까.

7장 그 돈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팬데믹 시대에 더 가진 사람은 고통을 덜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고통받았으나 부자들은 더욱 재산을 증식되었다. 그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분배되었다면 어떠했을까. 팬데믹의 상황에서 세상은 조금 덜 피해를 받지 않았을까. 빈곤층에 단순히 돈만 주는 것은 도둑 정치가의 배를 불리고 자칫 잘못 사용될 수있다. 돈과 더불더 더 많은 것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명백한 방법은 조건없이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이다.

슈퍼 부자들의 잉여 재산으로 정부가 다양한 좋은 일들이 아주 많다. 여기에 역인센티브론이 등장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거라는 주장이다. 일을 하는 것이 오로지 돈 뿐만이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8장 자선은 해답이 아니다

부자들의 재산을 기부하는 방향성이 도덕성 회복의 측면에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탈세하지 않고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방향, 노동 착취 혹은 환경 오염 측면의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다. 저자는 자선 자체가 해답이 아니라 말한다. 부에 상한이 없지 않은 한 부자는 부를 쌓아두려 한다. 말미에 10% 규칙에 대해 말한다. 할 수 있는 만큼 기부하자는 슬로건에 소득의 10%를 기부한다는 규칙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실행 가능성의 여부는 미뤄두자.

9장 부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이 점차 심화된다면 작은 불꽃에 의한 폭동, 봉기 혹은 정권 교체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부자들은 스스로 돈에 얽메어 살아가고 극단적 부를 포기하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한 극단적인 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충분함을 알게 하는 것으로 행복에 가까워 질 수 있다. 자신과 가족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부의 축적은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함에서 온다. 양질의 사회적 의료시스템이 확보된다면 그러한 불안감이 해소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부의 제한주의가 실현된 사회는 더 나은 사회일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부에 제한을 두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더라도 위쪽을 눌러서 경제 불평등을 줄이면 세상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p318

10장 우리 앞에 놓인 길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를 완벽하게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분명히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단계적 장기적으로 조치를 해 나가면 그 목표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극단적 부와 빈곤은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대중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부의 제한주의가 필요로 하는 첫번째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기를 해체라 말한다. 두번째는 계급 간의 분리를 줄이는 것이라 한다. 세 번째는 경제 권력에 균형을 잡는 것이다. 네 번째 조세 재정 당국의 역량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다섯번째 부정한 돈을 회수해 과거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써야 한다.

부의 제한주의는 더 광범위한 형태의 경제 정의를 필요로 한다. 국제 경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들어야 하며, 경영자의 보수를 제한해야 한다. 또한 세대간 부의 전승을 막는 것이다.

부의 제한주의로 실현되는 미래의 가능성을 볼 때, 이로 인해 이득을 볼 사람이 극단의 부를 가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다는 데 희망이 있다.

우리는 불평등이 어느 범위 이상으로 커지지 않게 하고 부자들의 잉여 재산을 사회의 긴박한 필요를 해소하고 집합 행동의 문제를 다루는 데 사용하는 경제 체제를 지어야 한다.

p328

부의 제한주의에 대해 저자의 제안들은 갈길이 멀다. 어쩌면 유토피아와 같은 허무맹랑한 제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은 우리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문제는 점차 심화되어 가고 있다. 문제를 하나씩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부의 제한주의를 기반에 둔 사회적 제도 개선 및 세금 제도 개선, 포괄적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으로 인한 더 나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가 이미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에 흠뻑 젖어 있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부의 제한주의, 부의 제한선에 대해 공통된 생각을 한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 것이다. 1인 피켓 시위를 하는 격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새로운 제안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는 우리의 노력이 부의 제한주의를 실행하는 작은 하나의 발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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