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형의 주인

고딕 소설의 대가 / 6편의 단편들




조이스 캐럴 오츠

고딕 소설의 대가, 미국 대표 작가, 매년 노벨상 유력 후보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딕 소설의 대가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다작 작가다. 50편 이상의 장편, 1000 여편의 단편으로 다양한 상을 받았다.

  • <얼음의 나라에서(1967)> 와 <사자(1973)> 오헨리상

  • <좀비(1996)>, <악몽(2011)>, <검은 달리아와 하얀 장미(2012)>, <인형의 주인(2016)> 브램스토커상

  • <그들(1970)> 전미도서상

  • <폭포(2005> 페미나상

  • 퓰리처상 최종 후보 다섯 차례

  • 2003년 커멘웰스상, 케니언리뷰상

  • 2006년 시카고트리뷴문학상

  • 2019년 예루살렘상

  • 프린스턴대학교 로저 S. 벌린드 석좌교수로 재직 중

내가 모든 공포 및 고딕 소설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다보니 '조이스 캐럴 오츠'만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의뭉스러운 분위기, 어둡고 침울한 꺼림직한 느낌을 진득하게 이어간다. 작가만의 스타일이 묻어나기에 이런 류의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다양한 책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더 없이 좋을 듯 하다.


꼬마 농부 소녀는 우리 마을 기차역 뒤 쓰레기 더미에서 끄집어낸 것이었다. 기차역 뒤에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철로들이 있고, 그 주위의 울타리는 오래전부터 파손된 상태였다. (중략) 이 꼬마 농부 소녀도 '가출한 아이'였을 것이다. 고된 삶에 쫓겨 소녀는 이곳에 왔고, 열차가 떠나고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의 평화롭고 쓸쓸한 휴지기에 내 눈에 띄었다고 생각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인형의 주인 (p47)



고딕 호러 소설

공포, 호러

고딕 소설 장르라는 표현이 낯설었다. 쉽게 말해 공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예시로는 '드라큘라'이다. 비밀 통로, 지하 감옥이 설치된 중세 성,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이 떠오른다. 소설을 접하기 전에 고딕 소설이 무엇인지 알고 읽기 시작하면 소설이 더 잘 보인다. 작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소설 장르를 이해하고 읽기 때문에 내용을 받아들이기에 수월하다.

고딕 소설이 상업주의 문학의 일종이라 평가한다. 쉽게 말하면 독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라 말할 수 있다. 자극적인 소재, 반전을 담은 스토리, 특유의 어둡고 괴기스러운 분위기 등이 특징인데 <인형의 주인>에도 그러한 특징이 잘 담겨 있다. 고딕 소설 장르와는 살짝 다르다고 하다면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로맨스 요소는 살짝 배제되어 있다.

반전 스토리 & 인간 내면의 근원적 공포

반전이 있긴 하지만 예측하기 힘든 반전은 아니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뒷 내용이 그려진다.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사실을 완벽하게 감추는게 아니라 중간에 의도적으로 슬며시 보여준다. 독자 입장에서 처음에 믿었던 사실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고 혼란스럽게 한다. 주인공의 시각에서 바라보기에 주인공이 정말 믿고 있는 혹은 그 거짓말이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한다. 그런 작가의 기교가 상당히 우아하고 영리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짜짠' 하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던지기 보다 그 반전이 납득 가능하게끔 독자를 설득시키는 과정이 녹아있기에 반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예상가능한 반전이기에 시시하게 느끼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엄청난 반전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독자에게는 이 소설이 시시한 반전이라며 아쉬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소설은 고딕 소설의 정수인 드라큘라처럼 SF/판타지 장르는 아니다. 귀신 유령과 같이 존재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공포가 때로는 단순히 이야기를 위한 공포적 소재로만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반면 이 소설은 정말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공포로 다가온다. 정말 이럴 수 있겠다는 내 살갗에 직접 닿는 것만 같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공포를 선사한다.


T 삼촌은 말했다. 인종 전쟁은 이 나라에서 결코 끝나지 않을 전쟁이야. 이런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정부도 몰라. 이건 다 사회복지제도에 투표하는 이민자들과 흑인들이 결탁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군인 (p84)

단편의 다양한 소재들, 사회적 문제를 결합시키다

첫번째 단편 <인형의 주인>의 제목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는데, 첫 단편 부터 임팩트가 상당하다. 인형을 수집하는 한 소년에 대한 내용인데 뭔가 수집해서는 안될 것만 같은 인형을 자신의 집의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 전시 보관한다.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소년이며 가족도 그런 부분을 눈치채고 G박사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부분도 나온다. 뭔가 수집하는 인형의 존재가 들켜서는 안되는 것처럼 방어적인 소년의 모습이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얼굴을 볼 수 없는 친구의 존재는 정신 분열 혹은 소년의 또 다른 내면으로 그려진다. 긴장감을 더 해가면서 나중엔 인형들의 모습과 섬뜩하게 그려지는 결말까지 정말 완벽한 구성이어서 놀라웠다.

<군인>은 두 가지 주제를 잘 버무린 단편이다. 흑인과 백인, 인종간의 대립과 더불어 살인사건의 실상에 다가서는 과정이 잘 조화된 스토리다. 자신을 괴롭힌 상대에 대한 방어로 살인을 저지른 백인 소년은 흑인 인종들에 대항하는 마치 군인과도 같은 존재다. 살인의 동기 와 진위여부에 대한 사항은 뒷전이며 단지 가해자가 백인이며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의 말이 모두 진실이 것 같이 포장된다. 이 내용은 좀 더 발전시켜 장편소설로 나왔어도 참 좋았을 것 같다.

<총기 사고> 는 한 소녀의 과거 고백으로 시작된다. 총기 사고가 발생했고 그 과정이 조금씩 그려지는데 소녀의 시각에서 벌어진 진실과 세상에 알려진 포장된 진실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허나 소녀의 정당 방위에 의한 사고는 다른 단편들과는 조금 다르게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었다. 진실을 감추면서 자신은 상황을 피하고, 그럼에도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단어 선택에 주의한다. <군인>과 <총기 사고> 두 사건이 자칫 비슷하면서도 이 두 사건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이렇게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놀라웠다.

"괜찮아, 바이올렛." 리타 메이는 바이올렛이 냄새 때문에 코를 찡그리는 것을 보고 말했다. "저건 네가 청소하지 않아도 돼. 넌 우리 가족이 아니잖아, 아직은."

빅마마 (p315)

<빅마마>의 한 부분인데 여기서 작가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다. 힌트를 살짝 넣어주면서 예측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아직은'이라는 단어를 뒤에 붙이면서 바이올렛이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될 것만같은 암시를 넣어준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가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섬뜩하게 느껴졌다. 빅마마의 존재는 거대한 비단뱀이다. 비단뱀은 먹이를 산채로 삼켜 소화시킨다. 소설의 서두에는 아이들과 애완동물들의 실종사건으로 시작되었다. 무언가 연관관계가 그려지지만 소설은 그 결말을 우리에게 던지고 마무리된다.

서평을 마무리 하며

조이스 캐럴 오츠 작가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쾌거다. 다작 작가이며 상당히 유명한 작가임에도 몰랐기에 아직 내 자신이 한참 부족함을 또 느낀다. 상을 받은 다른 장편 소설에도 도전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상을 수여한만큼 선택지가 넓은 편이라 더욱 좋다.

고딕 소설이라는 장르를 새롭게 알았다는 사실도 하나의 수확이다. 몰라도 살아가는데 전혀 상관없겠지만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다. 다양한 책의 세상에서 고딕 소설 장르의 다른 책들을 만났을 때 조이스 캐럴 오츠가 떠오를 것이다. 또 하나 놀라웠던 부분은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이 고딕 소설 장르라는 사실이다. 알고나면 보이고 연결이 된다. 그전엔 왜 미처 몰랐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