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단편 <인형의 주인>의 제목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는데, 첫 단편 부터 임팩트가 상당하다. 인형을 수집하는 한 소년에 대한 내용인데 뭔가 수집해서는 안될 것만 같은 인형을 자신의 집의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 전시 보관한다.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소년이며 가족도 그런 부분을 눈치채고 G박사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부분도 나온다. 뭔가 수집하는 인형의 존재가 들켜서는 안되는 것처럼 방어적인 소년의 모습이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얼굴을 볼 수 없는 친구의 존재는 정신 분열 혹은 소년의 또 다른 내면으로 그려진다. 긴장감을 더 해가면서 나중엔 인형들의 모습과 섬뜩하게 그려지는 결말까지 정말 완벽한 구성이어서 놀라웠다.
<군인>은 두 가지 주제를 잘 버무린 단편이다. 흑인과 백인, 인종간의 대립과 더불어 살인사건의 실상에 다가서는 과정이 잘 조화된 스토리다. 자신을 괴롭힌 상대에 대한 방어로 살인을 저지른 백인 소년은 흑인 인종들에 대항하는 마치 군인과도 같은 존재다. 살인의 동기 와 진위여부에 대한 사항은 뒷전이며 단지 가해자가 백인이며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의 말이 모두 진실이 것 같이 포장된다. 이 내용은 좀 더 발전시켜 장편소설로 나왔어도 참 좋았을 것 같다.
<총기 사고> 는 한 소녀의 과거 고백으로 시작된다. 총기 사고가 발생했고 그 과정이 조금씩 그려지는데 소녀의 시각에서 벌어진 진실과 세상에 알려진 포장된 진실의 차이는 극과 극이다. 허나 소녀의 정당 방위에 의한 사고는 다른 단편들과는 조금 다르게 충분히 납득이 되는 부분이었다. 진실을 감추면서 자신은 상황을 피하고, 그럼에도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단어 선택에 주의한다. <군인>과 <총기 사고> 두 사건이 자칫 비슷하면서도 이 두 사건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이렇게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