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보이 - 전면개정판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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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

우리의 삶은 계속 흘러간다

「해리포터(1997년 출간)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 했다는 이력으로 빛나는 소설 <리버보이>(1997년 출간)를 읽었다. 새삼 해리포터가 이렇게나 오래된 소설이었나 하며 놀랐고(ㅋㅋ), 이제껏 내가 알지 못한 귀중한 보석과 같은 책 <리버보이>를 발견해 기뻤다. 1997년 출간 후 17년간 꾸준히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왔으니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줄거리를 굳이 찾아보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으로 등장한 '제스'를 리버보이로 착각했다. 첫 문장부터 리버보이가 언급되고 수영하는 제스가 나오기에 그 둘을 아무 생각없이 연결지었으나 크나 큰 착오였다. '제스'는 15살의 주인공 소녀로 죽음을 앞 둔 할아버지의 손녀로 등장한다.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이다. 할아버지와 제스는 서로 깊은 애착관계를 가지고 서로 의지한다. 쇠약해진 할아버지의 마지막 여정에 제스는 힘을 보태고 싶다. 할아버지는 리버보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완성하고자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린 그림의 강의 풍경에 리버보이가 없다. 힘에 부친 할아버지는 그림을 완성하기를 포기하고 부쩍 수척해졌다. 그런 제스에게 리버보이는 조언을 하고 제스는 할아버지를 도와 그림을 완성하기로 마음 먹는다.

단연 리버보이의 존재를 쫓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의 존재가 무엇인지, 왜 제스의 눈에 보였고 강을 헤엄치는지, 리버보이가 제안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 그 궁금증이 점점 증폭된다. 그렇게 한가득 궁금증을 안고 리버보이를 쫓는 제스가 되어 소설이 지루함이 없이 흘러갔다. 리버보이는 존재는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환상속의 존재로 느껴진다. 분명 눈 앞에 존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존재지만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요정과도 같다.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유년시절, 할아버지의 꿈과 맞닿아 있다. 또한 할아버지의 삶과 그 여정의 끝에 함께하고 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자신의 소망을 담아 유년지설에 지냈던 곳으로 왔고 그림을 마무리 짓고 강을 따라 그 끝인 바다로 떠난다. 바다로 떠나는 대상은 리버보이지만 할아버지의 염원이 담긴 꿈이 형상화되어 제스와 함께 했다.

할아버지의 염원을 대신해 강에서 바다로 헤엄쳐가는 제스의 모습을 통해 할 걸음 성장하는 기분을 느낀다. 할아버지를 도와 그림을 완성하며, 할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강을 헤엄치며 그 끝을 향해 도전하는 제스의 행위를 통해 제스와 이 책을 읽는 우리는 한 단계 성장한다.




이 강은 안전해. 다른 강들과는 다르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이 강은 물살이 너무 세지도 않고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아. 갈대를 평평하게 눌러주기에는 충분하지. 네가 천방지축처럼 행동하지만 않는다면 저 강물도 숙녀처럼 얌전해질 거다.

p68

리버보이의 주요 무대인 강은 바다로 이어진다. 할아버지가 마음에 담아 두던 강의 모습은 할아버지의 꿈이자 무대이다. 리버보이라는 매개를 통해 할아버지의 꿈은 활개한다.

폭포 꼭대기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년. 키가 무척 컸고, 햇빛이 눈부신 탓에 정확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소년인 것은 분명했다. 소년은 검은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아니, 사실 그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제스는 소년이 자신을 봤는지 못 봤는지 알지 못한 채 가만히 서서 그를 응시했다.

p99

리버보이의 등장씬이다. 햇빛을 배경삼아 등장하는 리버보이는 제스에게 의문의 존재이자 궁금증의 대상이다. 과거 할아버지의 염원이 담긴 그 존재가 리버보이의 모습으로 제스 앞에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다. 잘 모르는 존재이기에 더욱 신비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지만 리버보이가 무심코 던지는 말은 제스를 움직이게 만든다.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 자기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p206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만 같은 내용이다. 강과 바다는 참 신비롭다. 항상 흐르고 흘러도 강과 바다는 그대로다. 강은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 흐르고 우리는 그 강과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

사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안전했다. 어떤 악한 기운도 없었다. 그저 꿈결 같은 마법만 있을 뿐이었다. 리버보이는 유령이 아니라 요정이었다. 그것은 할아버지의 삶이 일으킨 축복이자 제스에게 찾아온 축복이었다. 그리고 지금 제스는 자신의 가장 큰 희망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헤엄치고 있었다.

p224

이 책을 읽고나니 고느넉한 강이 있는 곳으로 가서 헤엄치고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강이 우리에게 주는 평온함을 느끼고 싶어졌다랄까. 할아버지가, 제스가, 리버보이가 느꼈을 그 마음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끼고 싶어졌다랄까. 당분간 내 가슴 속에 자리잡은 이 뭉클한 뜨거움이 한동안 지속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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