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 (컬러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5
김시습 지음, 한동훈 그림, 김풍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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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55』

금오신화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조선 제일의 판타지 문학

김시습 지음 / 김풍기 옮김

조선 시대 작품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오래된 이야기라는 생각에 뭔가 식상한 내용이지 않을까란 선입견이 작용했다. 하지만 단편으로 구성된 작품들을 한 편씩 읽다보니 기대 이상의 재미와 술술 익히는 가독성까지 겸비해 지루함없이 책을 읽었다. 분명 오래된 이야기이며, 어디서 한 번쯤 접한 것만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이야기 자체는 매우 흥미롭고 세련된 스토리에 그 끝이 궁금해 계속 책장이 넘어갔다. 원문은 한문 소설이기에 번역 없이 읽을 수 없다. 그래서 가독성과 관련해서는 옮긴이의 역량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총 5편의 단편 소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이 담겨 있다. 각 내용이 단편이라 단숨의 호흡으로 한 편씩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짧아서 아쉬울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재주가 뛰어난 혹은 잘생긴 남주인공과 예쁜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잘생기고 예쁜 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어쩔 수 없나보다. 어쩌면 지금 인기가 많은 멜로 연애 드라마의 시초 격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판타지 문학 장르로 죽은 여인의 환신, 신선, 염라/염마 대왕, 용궁의 신 등이 등장한다. 현실의 인간 세계와 상상 속의 초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오고가는 설정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간략한 줄거리

5편의 단편 소설

<만복사저포기> 부처와의 저포 놀이에서 이겨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는데 그 여인이 따라가 머문 3일이 현실에서는 3년의 시간을 흘렀다. 여인의 부모를 만나 죽은 여인의 사연을 접하고 잿밥을 먹고 이별하고 명복을 빈다.

<이생규장전> 어느 봄날 서당을 다녀오다 최씨 집안의 아름다운 처자를 만나 서로 시를 나눈다. 부모에 의해 둘은 헤어지지만 여인은 상사병이 난다. 부모를 설득하여 두 사람은 혼인을 하지만 홍건적의 난으로 최랑은 죽는다. 여인의 환신이 돌아와 행복한 3년을 보내고 서로 이별을 한다.

<취유부벽정기> 평앙 대동강에서 뱃놀이를 하다 부벽정에 올라 시를 읊는다. 시녀를 거느린 한 미인이 나타난다. 그 여인은 신선이 된 선조가 나타나 준 불사약을 먹고 수정궁의 상아가 된다. 부벽루에서 선녀와 하룻밤을 지내며 시를 주고 받고 날이 밝아 그 선녀를 승천한다. 선녀의 시녀가 나타나 견우성 막하의 종사관으로 임명되는 꿈을 꾼다. 그렇게 홀연 세상을 떠났으나 사람들은 하늘로 올라간 것이라 여겼다.

<남염부주지> 과거에 실패한 박생은 뜻이 높고 강직하며 인품이 훌륭하다 칭찬을 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꿈에 염부주라는 세계의 염왕을 만나 담론을 벌이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다. 염왕은 박생의 지식에 감탄하고 왕위를 넘겨 주고자 한다. 염라대왕이 왕위와 오르는 순간이다.

<용궁부연록> 용왕의 초대를 받고 용궁에 간 학생은 훌륭한 글을 나눈다.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으나 모두 꿈이었다.


오늘 밤의 일은 아무 우연이 아닐 거다. 하늘이 도우시고 부처님께서 돌보신 덕에 고운 임을 만나 해로(偕老)하게 되었다. 부모님께 아뢰지 않고 남편을 맞이한 처사가 예법에 어긋나지만, 서로 즐거이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평생의 기이한 인연이다. 너는 집으로 가서 앉을 만한 자리를 챙기고 술과 과일을 가져오거라.

<만복사저포기> 중에서 (p19)



<금오신화>는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은 나에게 20년 전의 이야기라 기억이 날리 만무하다. 아무리 그렇다한들 내용이 이렇게 생소하다니 더욱 놀랍다.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의 목적으로 읽었던 내용은 아무래도 달갑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든 <금오신화>는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로 다가왔다. 가슴 두근거리는 연애 소설이기도 하고 저승 세계와 용궁을 여행하는 탐험 소설이기도 했다. 글에 숨은 내용과 그 단어나 문장의 뜻을 다섯가지 보기에서 정답을 고르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이렇게 재미있기는 힘들 듯 싶다. 그냥 마음 편히 읽으면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인데 학생 시절 이를 느끼기 힘들다는 사실이 참으로 한탄스럽다.

그가 세상을 떠나려던 날 저녁, 이웃 사람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너희 이웃집 아무개 공께서는 장차 염라대왕이 되실 것이다"라고 알려주었다고 한다.

<남염부주지> 중에서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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