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드나잇 스완



영화 감독이자 작기인 우치다 에이지의 <미드나잇 스완>은 일본 넷플릭스 1위 영화로 올해 6월에 개봉했다.

트렌스젠더로 살아가는 '나기사'는 성전활 수술을 위해 착실하게 돈을 모은다. 도쿄의 트랜스젠더 바에서 쇼걸로 일하며 넉넉치 않지만 미래를 꿈꾸며 하루 하루를 살아 간다. 어느 날 갑자기 조카 '이치카'를 맡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엄마에게 학대를 받는 아이를 떠안게 된건 돈 때문이었다.

이 둘의 관계는 그저 친척관계를 넘어 마치 엄마와 딸의 관계로 발전해 간다. 엄마가 되고 싶은 트렌스젠더와 발레의 꿈을 가진 한 소녀의 만남은 우정과 사랑을 넘어선 희망을 갈망하는 두 사람의 분투와도 같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그 순간 가슴에 울컥한 아쉬움의 감동이 밀려온다. 마지막의 여운이 상당히 남는 소설 작품이었다.

굳이 가게에서 트랜스젠더나 LGBT라는 말을 쓸 생각도 없었다.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는 뉴하프라고 했다. 스위트피가 뉴하프 클럽을 자처하고 있으니, 그렇게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뉴하프라는 말이 일본에서만 통하는 신조어라는 사실은 물론 알고 있었고, 사잔 올 스타즈의 구와타 게이스케가 만들었다는 도시 전설도 알고는 있었다.

남자 반 여자 반이라 뉴하프라나 뭐라나.

p53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나기사는 굴하지 않는다. 쇼걸의 벌이가 넉넉치 않으며 매주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착실하게 돈을 모으는 나기사에게 수술을 위한 태국행은 손에 닿을 듯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 자신이 소망하는 한 가지는 바로 엄마가 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다.

그저 발레가 좋은 소녀 이치카는 우연히 놀이터에서 발레 수업을 받는다. 발레가 그냥 좋았고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는 학대를 일삼는 엄마를 피해 도쿄의 나기사의 집에 살게 되었다. 발레 학원을 기웃거리다 부잣집 소녀인 린을 만나고 발레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날 밤은 잠에 들지 못했다. 이치카와 손을 잡은 순간 한꺼번에 밀려들어 온 행복한 느낌이 떠올라 견딜수가 없었다. 돈, 발레, 언젠가 돌아가 버릴 이치카, 추직 활동, 성전환 수술 등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생각해 봐야 소용없는 일뿐이었지만, 딱 하나 깨달은 사실이있었다.

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은 이치카라는 사실. 이치카가 지닌 발레의 재능을 활짝 꽃피워 주고 싶었다.

p183

처음에는 날선 이치카와 원치 않는 동거를 해야만 하는 나기사 두 사람의 관계가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며 서로를 응원하게 된다. 나기사에게 이치카는 힘든 세상을 열심히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나기사는 이치카를 돕기로 마음 먹는다. 발레의 재능에 활짝 꽃피워 주겠노라 다짐한다. 쇼걸을 그만두고 취직 자리에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취직에 성공한 나기사는 더욱 열심히 노력한다. 이치카는 콩쿠르를 준비한다. 뛰어난 재능은 콩쿠르 무대에서도 빛났다. 그런 그녀의 앞에 진짜 엄마 사오리가 나타났다.

이치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오데트의 바리에이션을 추기 시작했다. 그날, 콩쿠르 결승에서 추려고 했던 춤이다. 나기사의 깃털 장식을 쓰고 추려 했던 곡.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을 향해 이치카는 춤을 추었다.

p299

소설의 결말을 이곳에 적을 수는 없겠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설의 결말은 안타깝고도 가슴 아리게 했다. 나기사와 이치카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먼 곳이나마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으로 부족했던 것일까. 희망이 없는 미래에 대한 포기였을까.

이치카의 시선에서 소설의 결말까지 치닫는 그 과정이 조마조마함의 연속이었다. 린에게서 있었던 일뿐만 아니라 나기사를 만나는 그 순간은 소설이지만 왜 이래야만 하는 건지 한탄스러웠다.

제 44회 일본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9관왕의 <미드나잇 스완>은 마지막 그 순간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엄마가 보고 싶은 날, 아무 생각없이 울고 싶은 날 이 책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