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정은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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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정은영 작가의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와 <소년과 소년> 두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미래의 모습을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인가 보다. 다양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 사회의 모습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좋아해 마음이 가는 소설들이었다. 그저 미래만 담았다기 보다는 윤리적 문제라던가 사회 이슈가 될 수 있을만한 내용을 함께 다루고 있어 더욱 재미있다. 정말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내용들이 많았고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들이어서 더 좋았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정이>의 내용과 닮아 있는 요소들이 많아 또한 흥미로웠다. SF 미래 사회와 더불어 감정을 소유한 로봇이라는 설정도 닮았고, 복제 인간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임산부 로봇이 낳아드립니다

첫번째 소설

미래 사회 임산부가 태아를 잉태했다. 그런데 이 임산부는 로봇이다. 태아를 위해 시를 낭송하고 정서적 태교를 위해 성심 성의껏 임산부의 역할에 충실한다. 임산부 로봇 헐스와 태아 행복이는 문제없이 잘 자라는 듯 했다. 하지만 안면장애 판단을 받은 태아는 장애아 출산률 0%를 위해 유산되어야만 했다. 유산되면 임산부 로봇의 기억은 지워진다. 이로인해 로봇은 버그가 생겨난다. 버그는 어렴풋한 기억의 파편으로 떠오른다.

"행복이를 위한 일은 내가 더 잘 알아. 넌 이제 리셋될 거야. 임산부 로봇은 임산부가 아니라 로봇이라는 걸 잊지마."

"저는 행복이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않겠습니다. 행복이를 살릴 겁니다. 함께한 38주도 저장할 겁니다. 그것만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p29

유산 작업을 처리하는 고물상 역시 안면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이 매우 아이러니하게 비춰진다. 장애를 가진 태아를 유산시키는 윤리적 문제와 로봇의 감정이라는 상상을 더해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AI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현 상황에서 언젠가 정말 임산부 로봇이 세상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소년과 소년

두번째 소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단숨에 읽었다. 그저 미래를 배경으로 한 중2 문제아 김선호와 뇌 전문 의사 아빠와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선호는 위험하게 플라잉카를 타다 사고를 당한다. 뇌 전문 의사인 아빠의 병원에서 선호는 깨어난다. 심하게 다쳤지만 미래 기술로 인해 수술을 받고 완쾌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선호는 가상담배를 찾고 정신을 차릴 여지가 없다. 또한 아이들을 괴롭혀 강제전학을 당할 처지다.

일기장의 첫 장을 잘 못 썼다면? 일기를 새로 쓰고 싶다면?

p51

미래를 배경으로 한 신선한 소재들이 등장해 흥미로운 점도 잠시 선호에게 새로운 자아가 나타난다. 마치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처럼 다른 자아가 활성화되어 착한 선호가 된다. 하지만 선호의 반항 기질은 바뀔 줄 모른다. 폭주 비행을 하자는 말에 당장 플라잉카를 몬다. 그러다 다시 사고가 나고 아빠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이번엔 저번보다 더 크게 다쳤다. 옆에는 다른 소년이 누워있고 무언가 자신에게 이식된다. 수술이 끝나고 선호는 더이상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마지막 반전의 내용을 적지는 않았다. 그저 반항아의 자아 분열과도 같은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뇌 과학의 발달로 인해 일기장을 새로 쓴다는 광기어린 내용이었다. 미래의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수 없고 가늠조차 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음식 맛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기는 무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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