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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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송지현 작가의 <김장>과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 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김장>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보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죽음과 삶의 연속성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는 청년의 불안감과 불안정한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즐거운 파티 속에 있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사람들의 현실의 혼란을 느낀다.


김장

첫번째 소설

뭔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동시에 점점 그 정이 사라져감을 느낀다. 함께 김장을 하고, 이웃과 김치를 나눈다. 김치를 받은 이웃은 그냥 보내지 않고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이런 모습은 더이상 도시의 삶에서 보기 힘들다. 예전보다 수위가 낮아진 냇가의 물도 점점 말라간다. 점차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정이 비유적으로 표현된게 아닌가 싶다.

할머니가 올해는 팔이며 허리가 아파 혼자 김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엄마가 덧붙였다.

"외가를 통틀어 회사고 가게고 아무데도 안 가는 사람은 너네뿐이다." 별수 없이 동생과 내가 가겠다고 했다.

p17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잉여 인력이라는 이유로 김장 노동 현장에 발탁된다. 짧은 소설 안에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결합되어 있는데, 할머니는 몇 차례나 죽음을 마주한다. 캔 뚜껑을 모으다가 캔 무덤 속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동네 다리에서 우연히 이웃의 손자의 목메단 시체를 봤다. 할머니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동요가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토록 쉽사리 무너질 수 있으나 그마저도 초월한 할머니의 모습이 초연하다.

옆 집 가게와 실랑이를 벌이던 엄마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가게의 주차 문제로 쉽사리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듯 싶어 보였는데, 손주의 귀여운 모습을 칭찬한 이 후로 관계가 스르르 풀렸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 안에서 직접적인 칭찬이 아닌 손주를 칭찬했는데도, 관계는 극적인 우호를 맺는다. 참 사람사는 모습이 재미있고 정이 모든 것을 감싸주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두번째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소설 안에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에이컨이 설치되지 않은 집에 살며 집 외벽의 에어컨 구멍으로 작은 사람의 형태가 보인다. "...엔 날개가 없다. ...은 추락"이라는 목소리의 울림도 들려왔다. 불안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일까. 마치 그 난쟁이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하게 껴있는 자신의 모습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가늠해 본다.

우리는 버선을 신고 맘껏 미끄러졌다.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에서 어떤 음악이 나오든 계속해서 미끄러졌다. 나는 미끄러지면서 문장을 만들었다. 슬픔엔 날개가 없다. 인간은 추락. 아니 더 큰 단어로. 감정엔 날개가 없다. 생명은 추락. 다시 작은 단어로. 가위엔 날개가 없다 가윗날은 추락.

작은 슬픔들이 모여서 나를 만들고 있다. 작은 슬픔이 모인 것이 나다. 나는 작은 슬픔이다.

p63

제이라는 인물은 소아암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머리가 듬성듬성하다. 캐나다 교포 2세다. 파티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버선을 모으는 게 취미란다. 별난 취미도 다 있다 싶다. 버선을 타고 미끄러지는 매력에 빠졌다나.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미끄러져봐"라는 그녀의 말에 묘한 위로를 받는다.

g라는 인물은 남편과 이혼하고 고양이를 유기했다. 홀로 아이를 키운다. 술에 취해 아이에게 죽으라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다.

돌아갈 곳이 없다. 제이는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g는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다. 불안하고 어디하나 발 붙이기 힘든 느낌의 현실이 느껴진다. 사진기에 파티에서 사람들을 담는다. 그들과의 대화와 만남을 통해 불안한 그들의 삶을 목도한다. 청년의 어지러운 삶, 불안하고 불면증이 솟아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신나는 파티의 현장에 서 있지만 어디 발 붙이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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